멍텅구리 네컷만화

100년 전인 1924년 10월 13일 국내 신문 최초의 네컷 연재만화 ‘멍텅구리’가 탄생했다. 월남 이상재 선생을 사장으로 추대하고 변화를 꾀하던 ‘혁신 조선일보’가 야심 차게 내놓은 기획이다.

‘멍텅구리’는 1927년 8월 20일까지 연재됐고, 1933년 2월 26일 재등장, 8월 2일까지 총 744회를 연재했다.

‘멍텅구리’는 충청도 부농 아들인 키다리 최멍텅과 그 친구인 땅딸보 윤바람이 평양 출신 기생 신옥매를 사이에 두고 벌이는 에피소드가 중심이다.
당초 ‘오락만화’로 알려졌으나 총독부 정책을 직간접적으로 강하게 비판하는 시사만화 성격도 갖추고 있다.

‘한국 만화사의 기념비적 작품’이란 평가까지 받은 이유다. 만화가 인기를 누리면서 ‘멍텅구리’란 말이 유행어로 떠올랐고, 1926년 두 사람을 주인공으로 한 ‘멍텅구리’ 영화가 만들어질 정도였다.
  • 최멍텅
    최멍텅
    부잣집 아들이지만 이름처럼 우둔해서 아름다운 여인에게 곧잘 홀린다. 당시 모던보이의 필수 아이템인 실크햇과 연미복, 지팡이로 멋을 냈다. ‘키가 크면 싱겁다’는 속설은 당시에도 있었을 터. 큰 키는 겉모습만 어른이지 생각이 깊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설정이다. 성씨를 ‘최씨’로 한 것도 재밌다. 마음씨 착한 부자의 상징인 ‘최부자’가 떠오른다.
  • 윤바람
    윤바람
    부잣집 아들 최멍텅의 친구이다. 최멍텅과 정확하게 대조를 이루는 캐릭터성을 지니고 있다. 키가 작고 영민한 데다 이름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바람둥이에 바람잡이다. 신문물과 연애에 능한 ‘척’하며 부자 친구를 골탕 먹이는 것을 즐긴다.
  • 신옥매
    신옥매
    전통적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는 조선 기생이다. 최멍텅의 관심과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지만 모른 척 내숭을 떤다. 옥매가 모른척하면 할수록 멍텅의 ‘헛물켜기’ 수위는 높아진다. 영화로 제작됐을 때 옥매 역은 김소진이라는 여배우가 맡았다. 신극 사상 최초의 여배우이다.

멍텅구리 속
근대사

  • 한국의 교통 체계는 원래 우측 보행. (1906년 처음으로 통행법이 시행되면서 사람이 오른쪽으로 다니도록 규정) 그러나 1921년 12월 1일부로 일본과 같이 좌측통행으로 변경.
  • 1920년대 초반 교통 순사의 주 업무가 우측통행을 단속하는 일이었음. <자작자급> 시리즈에서도 순사가 된 멍텅이가 "좌측통행"을 외치고 다니는 장면이 자주 등장.
  • 을축대홍수로 아수라장이 된 상황에서도 좌측통행을 강조했음을 풍자한 에피소드 (34화, 가장 오른쪽 그림). 아이들이 순사가 된 멍텅이를 놀리려 우측통행 하자고 외치는 에피소드 (26화, 중간 그림) 등.

멍텅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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