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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마트에서 젓갈·참기름 등 반찬거리를 훔쳤다가 경찰에 붙잡힌 6·25 참전 용사 소식이 전해진 뒤 해당 경찰서에 이런 전화와 메일이 이어졌다. 부산진경찰서는 25일 "'A씨에게 전해달라'며 참기름·김을 보내오거나 '계좌번호를 알려달라'는 전화나 메일이 30여 건 접수됐다"고 했다.

홀로 사는 80대 A씨는 지난 4월부터 5월 초 사이 부산 금정구의 집 근처 작은 마트에서 7차례에 걸쳐 8만3000원어치 반찬거리를 훔친 혐의로 경찰에 검거됐다. 경찰은 마트 인근 CCTV를 분석해 A씨를 특정했고, 처음엔 단순 '좀도둑'인 줄 알았다. A씨는 경찰에서 "나이가 들어 이가 약해져 밥 먹을 때 쉽게 넘길 수 있는 젓갈과 참기름 등이 필요했다. 돈이 모자라 물건을 훔쳤다"고 진술하면서 작은 목소리로 "국가유공자"라고 밝혔다고 한다. 경찰이 확인해 보니, A씨는 참전 용사 명예수당 39만원 등 정부와 부산시가 지원하는 60만원으로 생활하고 있었다. 6·25 전쟁 마지막 해인 53년 참전해 제대한 뒤 선원 생활 등으로 생계를 꾸려왔다고 한다. A씨는 "부끄럽다. 다음부턴 죽어도 이런 짓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내부 논의를 거쳐 선처하는 차원에서 A씨를 즉결심판에 넘기기로 했다. 즉결심판은 경미한 범죄일 경우, 정식 형사소송 절차를 거치지 않는 약식재판으로 전과가 남지 않는 처분이다.

부산진경찰서는 A씨 사건 처리 후 부산보훈청 등을 통해 관내 혼자 사는 참전 용사 15명을 파악한 뒤 형사들이 롤케이크를 사 들고 방문해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법 등을 안내했다. 경찰 관계자는 "참전 용사분들이 환하게 웃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뿌듯하기도 했지만 마음 한편이 짠해졌다"고 말했다. 경찰은 또 후원 의사를 밝힌 시민들을 부산보훈청과 연결해 줬다. 부산보훈청은 A씨 지원 방안 등을 마련할 계획이다. 기고자 : 부산=박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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