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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즐겨 읽는 '삼국지'의 원래 이름은 '삼국지연의'로 중국 원·명 때 나관중이 쓴 소설책이다. 역사책인 '삼국지'는 서진의 진수가 쓴 것이다. 진수의 책에서 '위지 동이전'편을 보면 고구려에 대해 "노래와 춤을 좋아하며 밤이 이슥해지면 남녀가 무리 지어 서로 노래하며 유희를 즐긴다"고 했고 부여에 대해 "정월에 지내는 제천 행사 때 사람들이 대거 모여 날마다 마시고 먹고 노래하고 춤추는데 그 이름을 영고라 하였다"고 적고 있다. 마한은 "해마다 5월이면 씨뿌리기를 마치고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데 무리 지어 모여 밤낮 쉬지 않고 노래하고 춤추고 술을 마신다"고 적혀 있는데 중국인의 눈에 비친 동이족은 요컨대 음주가무를 즐기는 민족이었다.

우리 민족의 피가 어딜 가랴. K팝과 한류는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라 수천 년 동안 우리에게 전해 내려온 기질 덕이다. 코로나 사태 이전 노래방 수가 전국에 몇 만 개는 되었을 것이다. 그때는 친구들이 모여 저녁 먹고 술 마시다가 노래방에 가서 한두 시간 노래를 부르고 귀가하는 것이 다반사였다. 노래로 만들어진 시가 정말 많다. 김소월, 서정주, 정호승, 류시화의 시가 노래로 많이 만들어졌다.

대중가요가 형성된 시기는 1920년대다. 전통적인 노래 형식인 잡가와 외래적 음악 양식인 창가가 공존했다. 그러다 외래의 노래 문화가 대중가요로 정착했고 6·25 전쟁 후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광복 전의 '눈물 젖은 두만강', '나그네 설움', '애수의 소야곡', '감격시대'…. 50년대의 '굳세어라 금순아', '이별의 부산 정거장', '봄날은 간다', '향기 품은 군사우편'…. 그 시대를 연구하려면 노래를 들어보면 된다.

고려 속요 '가시리'를 가사로 해 노래 부른 가수가 열 명이 넘는다. 버블시스터즈, SG워너비, 서주경, 이명우, 김상민, 진주, 이규영, 크로스 펜던트, 이창배, 장연주, 자전거 탄 풍경, 이영화, 까치와 엄지…. 이 외에도 하수영의 '청산별곡', 이상은의 '공무도하가' 등 노래로 만들어진 고전이 많다. 노래방 문화가 다시 살아나길 바란다. 퇴폐의 온상이 아니라 끼와 정이 넘치는 공간으로 만들자. 노래 만세, K팝 만세다. 기고자 : 이승하 시인·중앙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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