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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집 '여행' 낸 데뷔 25년 차 김범수

"음악 시장이 급변하는 요즘, 정규 앨범을 내는 건 많은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서울 서초구 한 카페에서 최근 만난 김범수(45)는 솔직했다. 22일 정규 9집 '여행'을 내기까지 전작인 8집으로부터 10년이나 걸린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김범수는 "정규 앨범은 타이틀곡 외의 곡들이 사장되는 경우가 많아 걱정이 컸다"며 "그래도 올해 '데뷔 25년 차 가수'라고 부끄럽지 않게 말하려면 노력이 담긴 정규 앨범을 손에 들고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국내 가요계엔 '김나박이'란 말이 있다. 김범수·나얼·박효신·이수를 말한다. 최정상급 보컬리스트를 뜻하는 별칭이다. 1999년 1집 'A Promise'로 데뷔한 김범수는 '보고싶다' '나타나' '제발' 등 히트곡에서 뛰어난 가창력과 끝 모르는 고음으로 주목받았다. 2015년 MBC '나는 가수다' 출연으로 노래 실력에 대한 확실한 인증을 얻었다. 하지만 김범수는 "어느 새 그 이름의 무게에 스스로 짓눌렸고, 한동안 큰 슬럼프도 겪었다"고 고백했다. 2019년 서울 LG아트센터 데뷔 20주년 공연 당시 갑작스러운 급성 후두염으로 당일 무대를 취소했다. 2년간 외상 후 스트레스와 무대 공포증을 겪었다고 했다.

이번 9집의 주제는 '여행'. 자신이 걸어온 음악 인생을 돌아보는 10곡을 앨범에 채워 넣으며 "자신감을 회복했다"고 했다. 타이틀곡 '여행'은 두고 온 것들을 뒤돌아보면서도 마음을 다잡고 앞으로 걸어나가는 화자의 심정을 최대한 담백한 음색으로 표현했다. 김범수는 "가사가 잘 들리도록 서정적인 감성에 집중했고, 화려하고 빡빡한 고음 등 기술적인 부분은 최대한 참았다"고 했다.

나태주 시인의 시 '너를 두고'를 가사로 쓴 동명 수록곡은 "가진 것들이 참 많으면서 작은 공백 하나에도 결핍을 느끼는 이 시대에 꼭 필요한 힘을 가진 시구"란 생각에 김범수가 9집 중 유일하게 직접 멜로디를 붙여 넣었다. 김범수는 "9집 작업 중 사실 많은 곡을 직접 써봤는데, 다 수록곡에서 뺐다. 난 곡은 잘 쓰진 못 하더라"며 웃었다. 그는 "미국 팝가수 휘트니 휴스턴의 다큐를 보며 저렇게 좋은 곡을 받아 노래만 해도 멋있을 수 있구나, 보컬로서 마음을 다잡았다"며 "타고난 신체적 재능에 뼈를 깎는 노력으로 메달을 쟁취하는 스포츠 선수처럼 타고난 음색과 무대 기량을 갈고 닦아 승부를 보는 게 좋은 보컬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최근 발라드 시장이 자극적인 곡 스타일과 고음역대 기술 싸움으로만 흐르는 게 아쉽다"면서 "히트곡은 많은데 명곡은 없는 시대가 됐다"고 했다. "요즘은 부캐를 개발하고 다양한 활동을 해야 하는 시대죠. 저도 유튜브를 해봤는데 잘 안 맞더군요. 전 꾸준히 '노래하는 사람'으로만 가겠습니다." 기고자 : 윤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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