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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지는 인력난에… 콧대 꺾고 퇴사자에게도 구애하는 일본 기업들

    한경진 기자 김지완 인턴기자

    발행일 : 2024.02.02 / W-BIZ B10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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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럼나이 채용' 붐

    #일본 기린맥주 직원인 기토 유키코(40)씨는 홍보 전문가가 되기 위해 회사를 그만뒀다가 2022년 다시 옛 직장으로 돌아왔다. 회사는 당초 '퇴사자 복직'을 출산, 배우자 전근 같은 사유로 나간 직원에 한해서만 허용했지만, 코로나 대유행 이후 인력난을 겪으면서 엄격했던 재입사 빗장을 풀었다.

    #일본 미즈호금융그룹은 2020년부터 1000여 명 규모의 '퇴직자 네트워크'를 만들어 관리 중이다. 지난해 9월에는 본사 사옥에서 전·현직 직원 교류회를 여는 등 관계를 강화했다. 금융기관, 상사, 제조업체, 컨설팅 회사 등 다양한 직장에서 일하며 경력을 쌓은 퇴사자들의 재채용까지 염두에 두고 퇴사자 관리에 나선 것이다.

    일본에서 퇴직자를 재고용하는 '알럼나이(Alumni) 채용'이 번지고 있다. 졸업생·동창생을 뜻하는 알럼나이는 기업 현장에선 '중도 퇴사자'를 부르는 말로도 쓰인다. 최근 인력난을 겪는 일본에선 이 같은 퇴직자 재고용이 확산하고 있다. 일본 채용 정보 기업 리크루트가 지난해 인사 담당자 276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퇴사자의 복직을 받아주고 있다"는 응답자가 과반인 55.5%에 이르렀다. 또 응답자의 3분의 1은 "알럼나이 네트워크를 이미 구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日 기업, 인력난에 "퇴사자 환영"

    알럼나이 채용은 일본의 종신 고용 문화가 저물고, 저출산·고령화로 경제 활동 인구가 줄어든 현상과 맞물린다. 일본 전체 인구에서 생산가능인구(15~64세) 비율은 1992년 69.8%로 정점을 찍고 매년 추락해 2022년엔 59%를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기준 일본의 유효구인배율(구직자 1인이 가질 수 있는 일자리 수)은 1.28을 기록했다. 구직자보다 일자리가 넘친다는 뜻이다.

    여기에 '평생직장'이란 개념도 흐릿해지고 있다. 일본 신입 사원의 3년 내 이직률은 지난 20년간 30% 수준을 꾸준히 기록해왔다. 일본 퇴직 대행 회사 '익시트'의 니노 도시유키 대표는 "젊은 세대는 '싫은 회사에 머무를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는 점에서 이전 세대와 가장 차이가 난다"고 했다. 중·장년층 중견 직원도 이직이 흔해지고 있다. 지난해 초 일본 총무성 조사에 따르면, 이직을 희망하는 45~64세 중·장년층은 5년 전보다 30% 넘게 늘어난 378만명에 달했다. 더구나 인력 부족 장기화로 근로자의 협상력이 커지면서 장기 근속자와 이직자의 임금 격차도 줄고 있다. '평생직장'의 매력이 그만큼 떨어지며 이직과 퇴사가 빈번해졌다는 뜻이다.

    기업 입장에서도 '퇴사자 복직 제도'는 여러 이점이 있다는 해석이다. 복귀한 전직 직원은 예전에 해봤던 업무를 다시 하는 셈이라 별도의 업무 교육 없이 현장에 즉시 투입될 수 있다. 글로벌 채용 컨설팅 기업 로버트월터스의 토비 파울스턴 대표는 "이미 업무에 익숙한 '부메랑 직원'을 다시 채용하는 것은 신입 사원을 수년간 교육하는 것보다 효율적"이라며 "이런 장점 덕분에 싱가포르와 필리핀 등 다른 아시아 지역에서도 퇴직자 채용이 점점 확산하고 있다"고 했다. 퇴사자가 '온실 밖 세상'에서 쌓은 지식과 가치관을 직장에 새롭게 적용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퇴직자 관리 대행까지

    퇴직자 재고용에 대한 분위기가 바뀌며 일본에선 퇴직자 재고용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도 생기고 있다. 생활용품점인 무인양품을 운영하는 료힌케이카쿠그룹은 2016년부터 '컴백 채용' 프로그램을 통해 지난해까지 퇴사자 211명을 다시 회사로 불러들였다. 한때 퇴직자를 '배신자'로 낙인찍던 일부 문화도 바뀌는 분위기다. 재팬타임스는 "과거에는 직장을 그만두면 고용주와의 관계가 완전히 단절된다고 여겼지만, 최근 몇 년 사이 그런 사고방식이 사라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퇴직자 재고용이 늘면서 일본에선 알럼나이 네트워크 관리를 대행해주는 곳까지 등장하고 있다. 퇴직자 명단을 관리하고, 퇴직자들과 정기적인 연락을 주고받으며 근황을 확인하는 대행 서비스 '알루미'는 출시 2년 만에 고객사 100여 곳을 확보했다. 정규 직원만 20만명이 넘는 일본우정홀딩스도 2022년부터 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우정홀딩스 관계자는 "전직 직원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 기업 가치를 높이는 한편, 정규직은 물론 파트타임으로도 퇴사자를 재고용하길 기대하며 이 서비스를 이용한다"고 밝혔다.

    정규직이 아니라 일용직 시장에까지 알럼나이 채용은 이어질 전망이다. 일본 스타트업 페이먼트 테크놀로지는 과거에 일했던 아르바이트생에게 하루 단위 '단기 알바' 구인 정보를 보내고, 일자리를 알선한 뒤 급여 지급까지 대행하는 애플리케이션(앱)을 다음 달 출시할 예정이다. 이 앱을 활용하는 알바생들은 과거 담당했던 일을 앱에 기록해 업무 미스매칭을 줄일 수 있고, 매번 새로운 현장에 투입돼 업무 매뉴얼을 일일이 외워야 하는 수고도 줄일 수 있게 된다.

    "입사부터 퇴사 이후까지 내다봐야"

    미쓰이스미토모 해상화재보험도 퇴사자들을 귀한 '사외(社外) 인재'로 여기며 알럼나이 네트워크 구축에 공을 들여왔다. 이 회사는 2022년 9월 알럼나이 네트워크를 출범시키고, 퇴사자로 구성된 소셜미디어(SNS) 모임을 만들거나 분기별 온·오프라인 교류회도 열고 있다. 퇴사자들의 재입사에 대한 심리적 거부감을 줄이기 위한 전략이다. 또 퇴사자들이 정식 재입사하지 않더라도 부업이나 겸업도 가능하도록 하고, 퇴사자들이 스타트업에서 근무할 경우 스타트업과의 협업까지 모색한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보도했다.

    모리시마 기히로 가쿠슈인대 경영학과 교수는 일본 지지통신에 "인성과 실력이 이미 파악된 알럼나이를 채용하면 인사 관리 리스크가 현저히 줄어든다는 게 장점"이라며 "인재가 회사를 나간 뒤 재입사 기회를 열어두려면, 근로자들이 재직 기간 다양한 경험을 쌓도록 하고 퇴사할 때에도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알럼나이와 지속적인 철학 공유도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 설명이다. 사카이 아키라 알럼나이연구소 소장은 "(인재 유치 차원에선) 입사부터 퇴사 이후까지 내다보는 인재 생태계 구축이 중요하다"며 "알럼나이와도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와 기업 문화를 계속 공유하면서, 회사의 성장과 변화상을 적극 홍보하고 장기적 관계를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픽] 일본 기업의 퇴사자 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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