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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친시장 개혁 '심폐소생'… 경제 성적 세계 1위로

    한경진 기자

    발행일 : 2024.02.02 / W-BIZ B7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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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은 양'(골칫덩어리) 그리스, 부활 신화 썼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각국의 경제 지표를 바탕으로 가장 탁월한 성과를 낸 '올해의 국가'로 그리스를 선정했다. 근원 물가상승률, 인플레이션 확산 수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고용 증가율, 주식 수익률 등 5개 경제 지표를 종합한 결과다. 이코노미스트는 "10년 전 국가 부채로 조롱거리가 됐던 그리스가 고통스러운 구조 조정을 통해 세계 경제 성적 1위 국가로 올라섰다"며 "그리스의 중도 우파 정부가 강력한 경제 개혁을 단행하고도 재집권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줬다"고 했다.

    처참한 그리스 경제를 심폐 소생시킨 인물은 지난 2019년 7월 집권한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56) 총리다. 그가 이끄는 우파 집권당인 신민주주의당(신민당)은 지난해 5월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며 집권 2기로 접어들었다. 신민당은 41%를 득표하며 알렉시스 치프라스(50) 전 총리가 이끄는 급진좌파연합(20% 득표)을 배 이상 차이로 따돌렸다. 제1당과 2당 격차는 1974년 그리스 민주화 이후 가장 컸다. 좌파 정당을 향한 그리스 국민의 반감은 그토록 매서웠다.

    어떻게 된 일일까. 기자는 9년 전인 2015년 7월 포퓰리즘 광풍이 덮친 그리스 아테네 현지에서 파탄 난 정치 경제 상황을 보도한 적이 있다. 당시 서울의 광화문 광장 격인 아테네 산티그마 광장은 붉은 공산당 깃발로 온통 물들어 있었다. '긴축 거부·복지 확대'라는 달콤한 공약을 앞세운 좌파 총리(치프라스)는 절망의 늪에서 국민을 구출할 영웅으로 추앙받고 있었다. 그리스에 앞서 두 차례(2010·2012년) 구제 금융(2400억유로)을 집행한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은 추가 자금을 요구하는 그리스 정부에 고강도 재정 긴축안을 제시한 상태였다.

    찬란했던 고대 문명이 무색한 가난한 정부는 긴축안을 국민투표에 부치며 위협했다. "신자유주의·자본주의 체제 희생양인 그리스 국민을 탄압하는 EU 엘리트 채권단을 지옥으로 보내겠다"며 여론을 선동했고, 벼랑 끝 협상을 이어갔다. 세계가 4차 산업혁명으로 숨 가쁘던 2015년, '서방 제국주의 타도를 위한 반(反)파쇼 인민 항쟁' 같은 전근대적 구호가 유행하던 나라, 그랬던 그리스가 10년 만에 체질 개선을 이뤄냈다는 것이다.

    문제아에서 모범생으로…그리스의 부활

    아테네 도심에서 동쪽으로 33㎞ 떨어진 스파타 비즈니스 파크. 이곳에선 요즘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 기업 마이크로소프트(MS)가 그리스 최초의 데이터센터를 짓고 있다. MS는 2025년까지 10억 유로(1조4500억원)를 투자해 8만5000㎡(약 2만5700평) 부지에 19.2MW(메가와트)급 센터 등 데이터센터 3개 동을 준공할 예정이다. MS는 지난 2020년 10월 'GR for Growth'(그리스 성장) 프로젝트를 가동하며, 디지털 인프라 확충 사업에 뛰어들었다. MS는 "기술과 사람에 투자하는 그리스의 잠재력을 믿는다"며 "낙관주의와 투명성, 민주주의로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국가의 결정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아테네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도시인 테살로니키에선 세계 최대 제약사인 화이자가 6억5000만유로(약 9400억원)를 투입해 디지털 혁신 연구단지를 설립했다. 테살로니키는 앨버트 불라 화이자 그룹 회장의 고향이기도 하다. 불라 회장은 2021년 10월 열린 준공식에서 "EU 회복 기금을 혁신과 수출, 경제 성장에 투입하는 현 정부의 개혁 정책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코노미스트는 "MS·화이자 같은 유명 기업의 꾸준한 투자 흐름은 그리스가 더 이상 유럽에서 가장 병든 나라 중 하나로 여겨지지 않는다는 걸 의미한다"고 했다. 아마존, 베링거인겔하임, 폴크스바겐, 시스코, JP모건, 메타 등도 그리스 투자를 단행했다. 2022년 그리스의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입액은 전년 대비 48% 증가한 79억2800만 유로를 기록했다. 급진좌파연합이 집권했던 2018년(33억6400만유로)과 비교하면 2.4배 수준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리서치기관인 FT론지튜드가 지난해 글로벌 기업 임원 2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는 응답자 40%가 그리스 투자를 확대할 의향이 있다고 답변했다.

    [그래픽] 그리스 신용등급 변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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