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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철의 글로벌 인사이트] 사법적 정의보다 '정권적 정의'를 앞세운 대법원장

    전성철 변호사·글로벌스탠다드연구원 회장

    발행일 : 2024.02.02 / 여론/독자 A24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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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미국의 '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지는 세계의 '강력한 나라' 순위를 발표했다. 이 조사에서 대한민국은 뿌듯하게도 민주국가 중 4위를 차지했다. 1위인 미국과 불과 3계단 차이였다.

    미국과 한국, 두 나라는 대통령중심제 국가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크게 다른 점도 있다. 바로 민주화 과정이다. 미국은 200여 년 역사에서 남북전쟁 이외 한 번도 정변 같은 것이 없었다. 그에 비해 대한민국은 4·19, 5·18 등의 숫자가 상징하듯 참 많은 시민의 피와 눈물, 그리고 생명의 희생이 있었다.

    같은 대통령제 국가인데 왜 그런 차이가 있었을까?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은 어떻게 하면 정권의 전횡이 없는 '진짜' 민주국가를 만들 것이냐 하는 문제를 두고 함께 고민했다. 토론 끝에 우선 권력을 입법, 사법, 행정 셋으로 쪼개기로 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만약 그 세 기관 간에 이견이 생겼을 때 누가 최종 결정권을 가지느냐 하는 것이었다. 많은 사람이 국민 뜻을 대변하는 국회가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제퍼슨 등 선각자들 생각은 달랐다. 의원들이란 다음 선거 걱정하느라 '정의'를 제대로 챙길 여유가 없으리라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최종적 권한'을 대법원에 주기로 합의했다. 그러면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도록 대법원 판사들에게는 종신 임기까지 보장해 주었다.

    바로 그것이 한 번도 정변 없이 미국이 평화 속에서 오늘날 민주주의를 거대하게 성공시키는 동시에 세계 최강국으로 부상한 핵심 비결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미국 국민이 대법관들과 대법원을 믿는다. 그들 마음속에서 작동하는 핵심 동기가 '정의'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렇게 대법원은 마지막 보루가 되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은 미국과 달리 국민이 왜 그렇게 많은 피와 눈물을 흘리고 생명을 바쳐야 했을까? 이 나라에는 미국과 같은 대법원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대법원 판사, 헌법재판소 판사 임기는 6년에 불과하다. 그들이 미국 대법관들처럼 오로지 정의와 나라의 미래만을 생각하며 재판에 임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무엇보다 그들이 내리는 판결이 국민에게 미국 같은 수준의 권위를 가질 수도 없다. 자연히 대법원이 국가의 분열, 갈등 등 위기에 해결사 노력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미국 같은 대법원도 없는데 어떻게 이런 민주주의 국가를 만들 수 있었을까? 이 나라 젊은이들이 그 대법원 역할을 대신해 주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숱하게 흘린 피와 땀과 눈물, 그리고 그들이 바쳤던 생명이 '정의'를 지켜주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그동안 우리나라 최고위 법원들, 즉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자신들의 한계 속에서도 무난하게 소임을 수행해 왔다고 본다. 소속 재판관들이 어떤 불미스러운 에피소드나 풍문 등을 야기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최근 예외가 발생하였다. 대법원의 뿌듯한 전통에 연이어 흙탕물을 끼얹은 것이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그 주인공이다. 몇 가지만 예를 들어 보자. 그는 국민 앞에서 공식적으로 새빨간 거짓말을 했다가 만천하에 들통나 버렸다. 녹음 파일 덕분이었다. 아마도 그런 사례는 세계 대법원 역사에 처음일 것이다. 그뿐이 아니다. 그는 임기 내내 걸핏하면 정권에 아부한다는 인상을 전 국민에게 주었다. 대표적으로 친정권 성향 피의자들에 관한 재판 지연이 있었다. 또 그의 취임 이후 법원 인사가 전체적으로 이념 편향성을 보였다는 강한 의심을 받고 있다. 한마디로, 그의 업무 기준이 '사법적 정의'라기보다 '정권적 정의'였다는 인상인 것이다. 대법원이 앞장서서 '정의 유린'을 자행해 왔다는 것이다.

    그런 국민의 인상에 결정타를 가한 것이 바로 얼마 전 있었던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포함한 다수 판사에게 내린 1심 선고다. 무려 5년이나 걸린 재판 끝에 '재판 개입' '판사 블랙리스트' 등 혐의 47건 전부에 대해 무죄판결이 났다. 사실 큰 충격이었다. 그 판결의 당부당(當不當)을 내가 지금 따질 필요는 없다. 앞으로 논란 대상이 될 것이다.

    내가 처절하게 지적하고 싶은 것은,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보여준 그 한심한 인식 구조다. 정의, 국가의 기강을 쓰레기통으로 던져 버리는 그들의 인식에 나는 놀랐다. 그것을 대표적으로 상징하는 일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구속 수감이었다.

    사법부 수장이라 해도 잘못을 저질렀으면 단죄받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 단죄 방법은 사법부의 존엄성에 비례해야 한다. 이 나라는 절도, 횡령 등 중한 범죄에 대해서도 도주, 증거 인멸 가능성 등이 없으면 가능하면 불구속 재판을 하는 것이 원칙이다. 나라의 운명에서 사법부가 가지는 중요성을 생각할 때 판사들에 대한 재판 과정은 절차적으로 특별히 신중하고 정중해야 한다. 그런 원칙을 뻔하게 알아야 하는 법률가 대통령과 대법원장이 이 나라 법치의 최대 상징이었던 전직 대법원장을 덜컥 구속해 버렸다. 창피해서 외국 사람들에게 얼굴을 들지 못할 정도이다. 한마디로 이 나라의 '비이성적 야만성'을 전 세계에 홍보한 것과 다름없는 부끄러운 사건이었다.

    나를 포함한 많은 국민이 그 모든 부끄러운 과정에 문 전 대통령과 김 전 대법원장의 음흉한 야심이 깔려 있었고, 작용했다고 의심한다. 바로 법원 전체를 '진보 이념화'하려는 황당하고 비뚤어진 야심이다. 그것은 '정의'보다 '내 편'을 중시하는 비법률적 사고다.

    나는 문 전 대통령과 김 전 대법원장이 나쁜 사람들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문 전 대통령은 무식했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제 국가가 성공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 대법원의 절대적 존엄성임을 그는 몰랐던 것이다. 김 전 대법원장은 무식하면서 동시에 어리석었다고 생각한다.

    이번 사건이 앞으로 이 나라 그 누구도 사법부를 가지고 장난치지 않게 만드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같은 진보 성향인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이었다면 아마 하늘이 무너져도 그런 '장난질'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기고자 : 전성철 변호사·글로벌스탠다드연구원 회장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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