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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여성스러우면 왜 안 돼? 여성성 강조하는 '하이퍼 페미닌(hyper feminine·극여성미)'

    최보윤 기자

    발행일 : 2024.02.02 / 문화 A18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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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무늬에 리본·하늘하늘 레이스…2024 봄 패션쇼 트렌드 '공주 패션'

    올봄 여성 패션엔 색색의 꽃무늬, 레이스, 리본 등 여성성을 강조하는 옷차림이 부쩍 많아질 전망이다. 올 초 2024 봄·여름을 노린 패션쇼 무대에 오른 의상들은 하늘하늘한 소재에 꽃잎 장식, 꽃무늬, 레이스, 러플(물결 장식) 드레스같이 여성미를 극대화하는 의상이 줄을 이었다. 마치 어린 시절 인형 놀이를 연상시킬 정도다.

    패션계를 다룬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006)에선 패션지 편집장 미란다가 '꽃무늬 패션' 아이디어를 발제한 직원을 향해 "꽃무늬? 봄에? 획기적이네!(groundbreaking)"라고 빈정대는 장면이 나온다. 이는 영화뿐만 아니라 현실 속 패션계에서 실제로 통했던 일종의 불문율. 여성스러운 느낌의 꽃무늬, 레이스, 리본 등은 여성복에서 배척해야 할 존재였다. '공주 같다' '인형 같다'는 수식어가 붙는 패션은 칭찬이라기보다 조롱에 가까웠다. 하지만 이 영화가 지금 나온다면, 영화 속 편집장은 '시대착오적 꼰대'라며 손가락질받을지도 모른다.

    이런 변화가 갑자기 찾아온 것은 아니다. 지난해 해외에서 큰 인기를 얻었던 영화 '바비'를 통해 이른바 '핑크 바비' 패션이 각종 패션 매장을 뒤덮으면서 '소녀풍' '공주 패션' 같은 용어들이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다.

    미국 뉴욕타임스 등 외신은 이를 '하이퍼 페미닌(hyper feminine·초여성성 또는 극여성미)'으로 규정하고 "다양성에 관한 수많은 담론이 낳은 또 하나의 사회 운동"이라고 규정했다. 누군가 '인형 같은 미녀'라고 표현한다면 '멍청한 금발과 가짜 가슴' 같은 멸칭으로 이해하거나, 유아적 퇴행으로 치부하던 관습적 인식과 결별했다는 것.

    이런 변화는 어디서 비롯됐을까. 인종, 피부색, 성별 차이 등에 대한 관용과 포용을 확장하다 보니 '여자다움'과 '소녀다움'에까지 도달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과거 소녀, 여성이란 단어를 나약하고 부정적 의미로 덧칠해 모욕하려던 주류 세력에 대한 도전"이라면서 "기후변화와 전쟁 등 격변의 시대를 맞아 위기를 함께 헤쳐나갈 수 있는 공동체 의식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해석했다.

    K팝까지 아우르는 '아이돌 문화'에서 변화의 뿌리를 찾기도 한다. 호주 매체 '디오스트레일언'은 "'여자를 두고 여성스러워 보인다'고 말하는 것이 최근 들어 여성이 자신의 매력을 당당하게 즐겨도 된다는 인간애를 품고 있다"면서 "일본의 '가와이(귀여움)' 문화나 젊음의 상징인 K팝 아이돌 문화 등이 10~15년 전부터 서구에 등장하기 시작해 이제야 꽃피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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