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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 총사령관 해임 시도"… 우크라 이번엔 내분설

    파리=정철환 특파원

    발행일 : 2024.02.02 / 국제 A16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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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루지니에 유럽 대사직 제의했으나 즉각 거절"… 현지 매체 보도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의 전쟁을 이끄는 두 사령탑 간의 '적전(敵前) 내부 분열설'에 휩싸였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발레리 잘루지니 군 총사령관(대장) 간의 충돌이 불거지는 양상이다.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 교착과 서방 지원 난항, 국민의 피로감 누적 등 전쟁 장기화로 인한 난제에 시달리는 가운데 또 다른 악재다. 두 사람은 사실상 실패로 돌아간 지난해 '대반격'에 대한 평가부터 전쟁 전략, 전시 부패 대응 등 여러 문제를 둘러싸고 이견을 보여왔다. 젤렌스키의 사퇴 권유를 잘루지니가 거부했다는 보도에 이어, 일방적 경질 발표가 이뤄질 것이란 예측이 나오면서 우크라이나 내부는 물론 서방에서도 그 후폭풍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와 CNN,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은 지난달 31일 "젤렌스키 대통령이 잘루지니 총사령관에게 해임을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현지 매체 '우크라인스카 프라우다'는 지난달 29일 국가안보국방위원회(NSDC) 소식통을 인용해 "정부가 잘루지니를 소환해 한 유럽 국가의 대사직을 제안했다"며 "잘루지니가 이를 즉각 거절했다"고 보도했다. 뒤이어 영국 일간 가디언과 러시아 관영 스푸트니크통신이 우크라이나 야권의 무소속 의원인 올렉시 콘차렌코를 인용해 "젤렌스키가 잘루지니에게 사퇴를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고 했다. 외신들은 "며칠 내 해임 발표가 나올 수 있다"며 "이는 러시아의 침공 2년 만에 우크라이나군에 가장 큰 변화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잘루지니에 대한 경질설은 지난해부터 계속 나왔다. 지난해 여름 우크라이나의 대반격 이후 두 사람 간의 이견이 자주 노출되면서다. 잘루지니는 지난해 6월 WP 인터뷰에서 "대반격은 충분히 성공적이지 않았다"고 했다. 또 지난해 11월 이코노미스트 기고문에서 "우리는 교착 상태에 도달했다"며 "더 발전된 무기 없이는 아름다운 돌파구를 찾지 못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젤렌스키는 이에 "사람들이 지칠 수 있지만 이는 교착 상태를 뜻하지는 않는다"고 반박했다. 대통령실이 나서 "총사령관의 발언은 침략자를 도와주는 것"이라면서 직격 비판하기도 했다.

    양측의 갈등은 전쟁 전략을 둘러싼 이견으로 인해 증폭된 것으로 보인다. 대반격이 별 성과를 못 내자 젤렌스키가 "공격을 지속하라"고 다그친 반면, 잘루지니는 "희생자만 늘어난다"며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잘루지니는 젤렌스키가 지난해 8월 부패 혐의로 전국 병무청장들을 일제히 해임한 것을 두고 "병력 충원에 큰 어려움을 초래한다"며 공개 비판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최대 50만명의 추가 징집을 놓고 대통령과 총사령관 간에 이견이 있다"며 "여론의 호응을 얻기 힘든 추가 징집의 짐을 서로 상대방에게 떠넘기려 한다"고 보도했다.

    두 사람 간에는 전쟁 초기인 2022년부터 불화설이 있었다. 당시 우크라이나군이 남부 헤르손 등 총 6000㎢, 점령지의 약 40%에 해당하는 영토를 탈환하자 잘루즈니가 우크라이나에서 '철의 장군'으로 불리며 큰 인기를 얻었다. 이후 "젤렌스키가 그를 견제하고 있으며, 두 사람 간에 묘한 긴장감이 돌고 있다"는 이야기가 미 국방정보국(DIA)이 작성한 내부 문건에 나왔다. 젤렌스키는 군 경험이 없다. FT는 "젤렌스키는 잘루지니가 여론의 주목을 받지 못하도록 그를 건너뛰고 부관들에게 직접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잘루지니는 전쟁 과정에서 젤렌스키의 강력한 경쟁자로 부각됐다. 당초 올해는 우크라이나 대선이 예정돼 있었다. 전쟁 상황으로 인해 유예됐지만, 만약 대선이 열릴 경우 젤렌스키의 재선을 장담 못하는 상황이다. 키이우 인디펜던트 등 현지 매체들의 최근 여론조사서 잘루지니를 신뢰한다는 응답이 88%로, 젤렌스키의 62%보다 26%포인트나 높았다. 또 젤렌스키와 잘루지니가 대선에서 맞붙을 경우 젤렌스키가 2%포인트 차이로 겨우 이길 것이란 결과도 나왔다. 젤렌스키는 영국 대중지 더선 인터뷰를 통해 "군인이 나중에 정치를 하거나 선거에 나갈 생각을 품고 전쟁을 지휘하는 것은 큰 실수"라고도 했다. 다분히 잘루지니를 겨냥한 발언이었다.

    잘루지니의 후임으론 키릴로 부다노우 국방정보국장과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지상군 사령관이 거론되고 있다. FT는 "잘루지니가 경질되면 군의 사기가 떨어지고 사회적 혼란이 초래될 것"이라며 "지난 2년간 그와 긴밀한 관계를 맺어온 서방 파트너들 사이에서도 동요가 일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런 위험 때문에 경질설이 여론을 떠보려는 시도란 관측도 나온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내부에서부터 흔들기 위해 끊임없는 시도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잘루지니에 대한 공격은 적의 손에 놀아나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기고자 : 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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