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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만 영세업자 호소 외면한 민주당, 지도부의 중재안도 거부

    김경화 기자

    발행일 : 2024.02.02 / 종합 A3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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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대재해법 유예' 끝내 무산

    1일 여당이 제시한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 2년 유예 중재안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의 벽을 넘지 못했다. 정부·여당은 물론 중재안 협상을 주도해 온 야당 원내지도부도 예상치 못한 결론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총선을 두 달여 앞두고 지지층 결집을 위한 야당 강경파 목소리가 커지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를 앞두고 1시간 반 동안 의원총회를 열어 중처법 중재안을 수용할지를 논의했다.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중처법 확대 시행을 유예할 수 있는 처리 시한이었던 지난달 25일 의원총회에서 민주당은 이미 유예안을 수용하지 않기로 결정한 바 있다. 다만 유예 필요성을 주장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아 이날까지 여야 협상을 이어가기로 하고 원내지도부에 위임한 상태였다. 이에 홍익표 원내대표가 전날 여당과의 협상에서 중처법을 2년 유예하고 산업안전보건청(산안청)도 2년 후 설치하는 최종 중재안을 받아온 것이었다. 민주당은 그간 '산안청 설치'를 조건으로 걸었고, 합의 처리에 파란불이 들어온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이날 소집된 의총은 본회의 시간을 30분 늦춰가며 연장될 정도로 격론이 오갔다. 특히 환경노동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 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 강한 반대 입장이 나왔다고 한다. 한 의원은 "여당이 제시한 중재안의 산안청은 조사권이 없는 유명무실한 기관"이라며 "안전청이 아니라 '진흥원' 내지 '진흥센터' 수준으로 전락했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말하는 산안청은 현장 조사와 관리, 지도 감독에 방점을 뒀다면, 여당이 내놓은 산안청은 예방 교육을 담당하는 정도로 크게 축소됐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의원은 "윤석열 정부가 2년간 아무것도 안 했다. 더 미뤄봐야 진전되는 게 없을 것"이라고 했다. 환노위 소속 진성준 의원은 "중처법에 대한 공포가 과장돼 있다"며 "예방 조치를 제대로 하면 다 면책되는 데다가 검경에서 중처법으로 세게 의율을 하고 있는 상황도 아닌데 엄살을 피우며 이 법 자체를 무력화시키려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의총에서 원내지도부에 일임한 사안인 데다 정부·여당이 중재안을 제시한 만큼 수용하는 게 맞는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원내 핵심 관계자는 의총 전까지만 해도 "핵심 요구 조건을 여당이 수용했으니 합의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었다. 한 지도부 인사는 "이재명 대표 등 지도부 차원에서도 반대 입장은 없었고 협상에 진전이 있었던 터라 수용될 것으로 예상했었다"며 "반대파의 강도가 워낙 셌고, 사안을 잘 알지 못하는 대다수는 침묵했다"고 말했다. 경북 문경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소방관들의 조문을 간 이 대표는 의총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총선이 다가오는 만큼 '지지층 눈치 보기' 차원에서 강경파의 목소리가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 관계자는 "이미 27일부터 중처법이 확대 시행된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가 지난 2년간 손 놓고 있었다'는 점도 공격 포인트가 된다"며 "기존 약속대로 시행한 뒤 현장 상황에 따라 개정해도 된다"고 말했다. 이날 국회 본회의장 앞에는 충남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숨진 고(故)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 등 산업안전 피해 유족들과 정의당 의원들이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시도 반대한다' 등의 손피켓을 들고 여야 의원들을 설득하기도 했다. 민노총과 한노총 등은 국회 앞 계단에서 이날 집회를 열기도 했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선거를 앞두고 민노총과 한노총 등 양대 노총 눈치를 본다고 민생 현장을 외면했다"고 말했다.

    중처법 재협상은 당분간 진전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윤 원내대표는 "지금으로선 소수 여당으로서 입법 조치를 통한 문제 해결은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더 이상 '유예'라는 말도 적합하지 않고, 여야 모두 새로운 중재안을 내놓을 상황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래픽] 50인 미만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협상 과정
    기고자 : 김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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