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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있다"는 말에… 불길 속으로 뛰어들었다

    문경=노인호 기자 문경=이승규 기자

    발행일 : 2024.02.02 / 종합 A1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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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경 공장 화재, 소방관 2명 순직

    지난달 31일 오후 경북 문경시 신기동의 육가공 업체 공장 화재 현장에 뛰어든 소방관 2명이 이튿날 새벽 결국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해 12월 1일 제주도 감귤 창고 화재에서 5년 차 소방관이 순직한 지 두 달 만이다.

    두 소방관은 "안에 사람이 있다"는 말을 듣고 불길 속으로 들어갔다가 변을 당했다. 소방청 관계자는 "안에 사람이 있다는 정보가 있으면 안 들어갈 수가 없다. 소방관에게는 불을 끄기보다 사람을 구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번에 숨진 소방관은 문경소방서 119구조구급센터 소속 김수광(28) 소방교와 박수훈(36) 소방사이다. 이들은 1일 새벽 무너져 내린 공장 잿더미 속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두 사람은 불과 5m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 불은 오전 9시쯤 완전히 꺼졌지만 두 소방관의 목숨을 앗아간 공장은 형체만 남았고, 내부는 잿더미가 됐다.

    불이 난 전날 상황은 이랬다. 오후 7시 47분 화재 신고가 접수됐고, 문경소방서 대원들은 8분여 만에 현장에 도착했다. 화재 진압을 전담하는 119안전센터 대원들은 외부에서 소방 호스로 물을 뿌려 불길이 밖으로 번지지 못하도록 막았다. 김 소방교와 박 소방사는 인명 구조가 우선인 119구조구급센터 소속이었다.

    당시 공장 관계자가 "안에서 직원 5명이 근무했는데 모두 다 빠져나왔다"고 했는데 또 다른 직원 1명이 입을 막고 빠져나오는 장면이 목격됐다. 또 "안에 사람이 있다" "다 나왔다. 아무도 없다" 등 목격자들의 엇갈리는 증언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이에 소방서 구조구급센터 대원들은 "직접 들어가서 확인하자"며 4명으로 공장 내부 수색 조를 꾸렸다. 김 소방교와 박 소방사가 포함됐다.

    이들은 오후 8시쯤 오른쪽 출입구로 들어갔다. 왼쪽 끝에 있는 계단을 찾았다. 이때만 해도 불길이 크지 않아 시야 확보가 가능했다고 한다.

    계단을 타고 발화 지점으로 추정되는 튀김 기계가 있는 3층으로 올라갔다. 3층에선 "누구 있어요?" "거기 누구 없어요?"를 외쳤다. 그것도 잠시, 순식간에 불길이 확 커졌고, 연기가 가득 차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고 한다. 팀장 격인 한 대원이 "안 되겠다. 나가자"는 수신호를 보내고 돌아섰다.

    먼저 계단으로 내려온 대원 2명은 1층 창문을 깨고 탈출했다. 그러나 따라오는 줄만 알았던 김 소방교와 박 소방사가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갑자기 연기가 꽉 차고 불길이 커져 '나가자'는 수신호를 한 뒤 계단을 내려왔는데 밖에 나와서 보니 두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아마 못 빠져나온 것 같다"고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시각이 8시 24분이었다. 두 소방관의 고립 사실을 확인한 직후인 8시 25분 소방 당국은 '대응 1단계'를 발령했다. 이때부터 두 소방관 구조에 전력을 쏟았다.

    구조 작업을 벌인 지 4시간가량 지난 0시 21분 김 소방교가, 새벽 3시 54분 박 소방사가 건물 내 1층쯤에서 발견됐다. 두 사람은 5m도 채 떨어져 있지 않았지만, 잿더미 속에 있어서 김 소방교를 발견하고 나서 박 소방사를 찾아내는 데 3시간 30분 넘게 걸렸다. 두 소방관 외에 다른 인명 피해는 없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소방대원은 "소방관 모두가 귀한 동료들을 잃은 슬픔과 미안함을 견디는 중"이라고 했다.

    불이 난 공장은 연면적 4319㎡에 4층 철골 구조이지만 외벽 등이 모두 샌드위치 패널로 지어져 화재에 취약했다.

    충청소방본부장 출신인 방장원 호서대 교수는 "화재 현장에 사람이 있다는 정보가 있으면 소방관들은 곧바로 구조 계획을 세우고 공격적으로 대응하게 된다"며 "현장 상황은 현장 대원들이 가장 잘 알고 판단하기 때문에 두 소방관 역시 사람을 구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불길 속으로 뛰어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북경찰청은 이번 화재 사고와 관련해 강력범죄수사대, 과학수사대 등 30명으로 구성된 수사 전담팀을 구성해 사고 원인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화재로 공장 건물이 크게 파손돼 안전 문제가 있는 만큼 합동 감식은 안전 진단 후 2일 오전 10시 30분쯤 경찰과 소방 당국, 국과수 등이 함께 할 예정이다.
    기고자 : 문경=노인호 기자 문경=이승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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