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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z & Cinema] 페인 허슬러

    신현호 경제칼럼니스트

    발행일 : 2023.11.17 / W-BIZ B10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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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약성 진통제 파는 제약사에 스카우트된 댄서의 임무는?

    마약을 다룬 미국 영화에는 으레 갱단이 등장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올가을 개봉한 데이비드 예이츠 감독의 '페인 허슬러'(Pain Hustlers)는 다릅니다. 조직폭력배 대신 굴지의 제약회사와 번듯한 의사들이 등장합니다. 이들이 탐욕을 부리는 과정을 지켜보다 보면 마약이 미국을 황폐화시킨 과정이 무겁게 다가온다는 걸 느끼실 겁니다.

    리자 드레이크(배우 에밀리 블런트)는 이혼 후 성인 클럽에서 야한 춤을 추며 남자들을 유혹하는 밑바닥 인생입니다. 클럽에서 우연히 리자와 합석한 피트 브레너(크리스 에번스)는 그녀에게서 적극성과 매력을 발견하고 연봉 100만달러를 제시하며 찾아오라고 합니다. 피트는 로나펜이라는 중독성과 부작용이 심한 마약성 진통제를 개발한 신생 제약회사 젠나의 중역인데, 판로를 뚫지 못해 고심하고 있습니다.

    젠나를 창업한 잭 닐(앤디 가르시아)은 상장을 하기 위해 실적을 올리라며 직원들을 몰아칩니다. 피트는 승진을 위해 무엇이라도 할 기세이지만 최고운영책임자인 라킨(제이 듀플러스)은 준법 절차를 강조하며 과도한 마케팅을 막습니다. 리자는 입사 후 5일 만에 암 환자에게 로나펜을 처방하도록 의사를 설득하는 데 성공합니다. 여기에 힘입어 피트는 리자를 앞세워 대규모 마케팅에 나서는데, 의사들에게 금품 제공과 성 상납까지 감행합니다. 로나펜은 빅히트 하고 젠나는 상장 후 주가가 급등합니다.

    욕망은 끝이 없습니다. 잭은 유일하게 브레이크 역할을 하던 라킨을 해고하고 피트를 그 자리에 올립니다. 그리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로나펜을 더 많이 팔라며 난리를 칩니다. 젠나의 판매원들은 의사들에게 고액의 리베이트를 약속하고 편두통과 같은 사소한 환자에게도 로나펜을 처방하게 합니다. 대규모 중독 사태가 벌어지고 사망자가 속출합니다. 결국 양심의 가책을 느낀 리자에 의해 잭과 피트는 처벌을 받게 됩니다.

    내용이 허황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아닙니다. 이 영화는 미국 제약사 인시스가 판매한 마약성 진통제 서브시스를 둘러싸고 실제로 벌어졌던 일을 소재로 삼고 있습니다. 서브시스를 불법 판매한 혐의로 2019년 인시스 경영자들과 의사들은 징역형에 처해졌고, 천문학적 배상금을 물어낸 인시스는 파산했습니다.

    마약 중독으로 인한 미국 사회의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습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집계로 2012~2021년 사이 10년간 약물 중독으로 사망한 미국인은 65만여 명에 달합니다. 미국의 경제적 손실은 2020년에만 1조5000억달러에 달한 것으로 미 의회가 추정합니다.

    우리나라도 더 이상 마약 청정국이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올해 처음으로 연간 마약 사범이 2만명을 넘었습니다. 많은 미국인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있는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이 국내에도 슬금슬금 들어오고 있습니다. 마약성 진통제가 확산되지 않도록 사회 전체가 경각심을 갖고 대처에 나서야 할 때입니다.
    기고자 : 신현호 경제칼럼니스트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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