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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경량·스프링 효과 '수퍼 슈즈' 70만원에도 완판

    성유진 기자

    발행일 : 2023.11.17 / W-BIZ B8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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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키·아디다스 기술 경쟁

    지난 9월 에티오피아 여자 마라톤 선수 티그스트 아세파가 베를린 마라톤에서 결승선을 2시간11분53초로 통과했다. 종전 세계 기록을 2분 이상 단축한 아세파는 아디다스 운동화를 벗어 머리 위로 번쩍 들어 올렸다. 그는 "지금까지 신어본 신발 중 가장 가볍다"고 했다.

    2주 뒤에는 케냐 남자 마라톤 선수 켈빈 키프툼이 시카고 마라톤에서 2시간35초 기록으로 세계 신기록을 경신했다. 이날 키프툼이 신고 달린 신발은 내년 1월 출시 예정인 나이키 '알파플라이3′. 나이키는 인스타그램에 "달리기의 미래를 선도하고 있다"는 축하 메시지를 띄웠다.

    2주 사이 남녀 마라톤에서 모두 세계 기록이 새로 작성된 비결을 이야기할 때 신발을 빠뜨리기 어렵다. 두 남녀 선수가 신은 신발은 평범한 러닝화가 아니다. 초경량 중창(안창과 겉창 사이) 소재와 탄소섬유를 이용해 스프링 효과를 만들어낸 고기능화, 이른바 '수퍼 슈즈'다. 지면을 박찰 때 더 많은 추진력을 얻게 하는 동시에 에너지 손실을 줄여줘 기록 단축을 돕는다.

    고성능 수퍼 슈즈를 개발하기 위한 기술 경쟁은 나이키와 아디다스 사이에서 불붙고 있다. 두 회사는 스포츠 과학자로 구성된 대규모 연구팀을 만들고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 러닝 전문지 러너스월드는 "수퍼 슈즈 전쟁으로 마라톤은 지구력만큼이나 기술력과의 싸움이 돼가고 있다"고 했다.

    나이키 신발로 '2시간 벽' 깨

    먼저 치고 나간 쪽은 나이키다. 세계 마라톤 일인자인 케냐의 엘리우드 킵초게가 최초의 수퍼 슈즈로 평가받는 나이키 '베이퍼플라이' 시제품을 신고 2016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당시 나이키는 '베이퍼플라이' 중창에 에너지 반환율을 높여주는 자체 개발 폼 '줌X'를 사용했다. 뛸 때 힘을 덜 들이도록 돕는 탄소섬유판도 중창 사이에 끼웠다.

    나이키가 수퍼 슈즈 경쟁에서 선두 주자라는 이미지를 굳힌 건 2019년이다. 당시 킵초게는 또 다른 나이키 수퍼 슈즈 '알파플라이' 시제품을 신고 인간의 한계라는 '서브2(2시간 이내 완주)'를 달성했다. 정확한 기록은 1시간59분40초. 공식 경기가 아니었기 때문에 세계 신기록으로 인정받지는 못했지만, 수퍼 슈즈가 마라톤 판도를 바꿀 것이란 기대가 커졌다. 나이키는 현재 베이퍼플라이를 포함한 일부 러닝화 제품군에서 킵초게를 기념하는 특별 디자인 버전을 판매하고 있다.

    실제 나이키 수퍼 슈즈는 기록 향상에 도움이 된다. 뉴욕타임스가 피트니스앱 스트라바 기록을 분석한 결과 베이퍼플라이를 신은 러너는 다른 신발을 신은 비슷한 실력의 러너보다 4% 더 빨리 달린 것으로 나타났다.

    아디다스, '탄소 막대'로 반격

    아디다스도 반격에 나섰다. 처음엔 나이키처럼 탄소섬유판에 집중하던 아디다스는 곧 '에너지 로드(energy rods)'라 명명한 탄소 막대 개발에 나섰다. 판이 아닌 봉 형태로 변형을 가한 것이다. 아디다스가 2020년 내놓은 '아디제로 아디오스 프로'는 발가락뼈를 따라 이어지는 탄소 막대 5개를 중창에 넣었다. 당시 아디다스는 "발 전체 길이의 탄소섬유판도 시험해 봤지만 탄소 막대가 가장 성능이 우수했다"고 했다.

    지난 9월 아세파 선수가 신고 우승한 '아디제로 아이오스 프로 에보1′의 경우 에너지 로드와 함께 초경량 중창 소재를 활용해 무게를 138g까지 줄였다. 기존 선수용 러닝화 무게의 60% 정도에 불과하다. 신발 바닥에도 접지력은 비슷하면서도 더 가벼운 새로운 고무 소재를 이용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아세파 선수의 기록 경신은 (나이키와의) 러닝화 경쟁에서 아디다스에 절실히 필요했던 승리를 가져다줬다"고 평했다.

    한 켤레 70만원에도 완판

    수퍼 슈즈는 비싸다. 아디다스는 지난 9월 아세파 선수가 신었던 '아디제로 아이오스 프로 에보 1′의 판매를 개시했다. 초기 물량은 521켤레로, 가격이 500달러(약 70만원)로 책정됐다. 그동안 출시된 수퍼 슈즈보다 2배가량 높은 가격이었지만 하루도 채 안 돼 모두 팔려나갔다. 나이키가 작년 출시한 '알파플라이2′도 가격이 285달러에 이른다.

    비싸도 잘 팔리는 이유는 프로 선수는 물론 일반 러너들도 수퍼 슈즈를 찾기 때문이다. 올 초 소재 회사 '아리스 컴포지트'가 주당 1시간 이상 운동하는 미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10%가 자신을 진지한 러너라고 평가했고 이 가운데 52%가 수퍼 슈즈를 보유하고 있다고 답했다. CFRA리서치 분석가인 자차리 와링은 "한 켤레에 500달러나 하는 운동화는 현재는 틈새시장에 가깝지만, (기술력을 과시해) 해당 브랜드 다른 제품에 대한 인기를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고 했다.

    "불공정" 기술 도핑 논란도

    수퍼 슈즈가 일종의 '기술 도핑'이라는 주장도 있다. 신체적 기량 향상 대신 운동 장비의 성능에 기대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실제로 마라톤 기록이 최근에 극적으로 향상되고 있다. 남자 역대 최고 기록 20개 중 15개, 여자 역대 최고 기록 20개 중 17개가 2018년 이후 나왔다.

    기술 도핑 논란이 제기되자 세계육상연맹은 지난 2020년 관련 규정을 바꿨다. 밑창 두께가 40㎜를 넘지 않아야 하고, 탄소섬유판은 한 장만 포함하도록 제한했다. 선수가 신는 신발을 공개 시장에서 구매할 수 있어야 하고, 개발용 시제품은 최장 12개월만 착용할 수 있다는 조항도 넣었다. 영국 본머스대의 브라이스 다이어 교수는 WEEKLY BIZ에 "앞으로 더 급진적인 기술·디자인·소재가 등장할 것"이라며 "기술 발달로 인해 스포츠의 무결성이 약화될 수 있으니 경기 단체는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그래픽] 수퍼 슈즈에 대한 인식 / 나이키 '베이퍼플라이 4%' 효과

    [그래픽] 아디다스 '아디제로 아디오스 프로 에보1' 사양
    기고자 : 성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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