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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고용시장 큰손… 폭발적으로 커지는 케어 산업

    유소연 기자

    발행일 : 2023.11.17 / W-BIZ B7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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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어 이코노미(care economy)' 급성장… 돌봄 일자리 1억5000만개 창출한다

    부부 변호사였던 게리 골드숄(83)과 마이러 레벤슨(84)은 2년 전 미국 샌프란시스코 교외에 있는 자택을 떠나 애리조나주 투산에 있는 은퇴자 거주 시설로 이사했다. 게리는 "우리 부부는 여전히 건강하고 활동적이지만 나이가 들면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불안이 있었다"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이들 부부가 자리 잡은 '하시엔다 앳 더 캐니언'이라는 은퇴자 거주 시설은 4만㎡(약 1만2000평)의 부지에 300여 가구가 들어서 있다. 매일 2끼 이상 식사가 제공되며, 집안 청소와 세탁도 해준다. 식당·카페는 물론이고 피트니스센터·스파·수영장·미용실·영화관까지 딸려있다. 마치 휴양지의 리조트 같다. 매달 건강 검진을 받을 수 있고, 의료진이 24시간 상주하고 있다.

    미국에서 CCRC(Continuing Care Retirement Community)라고 부르는 이런 시니어 타운 및 관련 비즈니스는 이미 거대한 산업이 됐다. 미국의 CCRC는 약 2000곳에 달하며 70만명이 살고 있다. 은퇴자들을 보살피는 CCRC 근무 인력은 작년 기준으로 미국 전역에서 87만9700명에 달한다.

    미국의 CCRC의 성장세에서 볼 수 있듯 세계적으로 '케어 이코노미(care economy·돌봄 경제)'의 몸집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케어 이코노미는 보육·간병·장애 보조·노인 간호 등 모든 형태의 돌봄을 지원하는 유·무급 노동과 서비스를 일컫는다. 어린아이와 장애인을 돌보는 서비스도 포함되지만, 전 세계적으로 고령화가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에 '실버 케어'를 중심축으로 케어 이코노미가 확대되고 있다.

    유엔(UN)에 따르면 세계 케어 이코노미 규모는 11조달러에 달한다. 세계 각국 국내총생산(GDP) 합계의 9%에 해당하는 액수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지난해 케어 이코노미 규모가 미국에서만 최대 6조달러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미국 GDP의 4분의 1에 육박한다.

    케어 이코노미는 특히 많은 돌봄 인력을 필요로 하는 특징이 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2015년 2억600만개이던 전 세계 돌봄 일자리가 2030년에는 3억5800만개로 1만5200만개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ILO는 회원국들이 사회복지 분야 투자를 두 배로 늘릴 경우에는 2030년 돌봄 일자리가 최대 4억7500만개까지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돌봄 필요한 세계인 21억명

    케어 이코노미 기업들은 '고용시장의 큰손'으로 확고하게 자리 잡았다. 미국에서 가장 큰 CCRC 운영사인 브룩데일시니어리빙은 직원이 3만2900여명에 달한다. 이 회사를 포함해 미국의 상위 1~5위 CCRC의 고용 인원만 11만명에 달한다. 유럽에서 요양병원형 노인 거주 시설을 운영하는 기업 오르페아는 23국에 1156곳의 요양 시설을 두고 있으며, 11만6500명을 보살피고 있다. 오르페아의 직원은 모두 6만8800여 명에 이른다. 오르페아와 함께 유럽 1위를 놓고 경쟁하는 업체 코리앙은 6만4000여 명의 직원을 두고 있는데, 작년에만 약 5000명을 신규 채용해 유럽 언론들로부터 '최고의 고용주'라는 찬사를 받았다. 유엔에 따르면, 2018년 기준으로 세계 고용 인구의 6.5%인 2억2500만명이 돌봄 산업 종사자이며, 이후로도 관련 일자리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케어 이코노미의 성장은 가속도가 붙고 있다. 세계가 늙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1950년 5%대에 불과하던 세계 인구 가운데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2019년 9%대까지 높아졌다. 이 비율은 2050년에는 16%까지 오를 것으로 예측된다. 세계 인구 6명당 1명꼴이다. 미국에서는 65세 이상 비율이 2013년 13.9%에서 2022년 17.6%로 높아졌다. 특히 내년에는 미국의 베이비부머(1946~1964년생) 가운데 가장 나이가 어린 사람들도 60대에 접어든다. 그만큼 돌봄을 필요로 하는 인구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고령화가 미국보다 빠른 유럽에서는 주요국이 이미 65세 인구 비율이 20%를 넘는 초고령 사회다. 작년 기준으로 독일(22.1%), 프랑스(21.1%), 이탈리아(23.9%), 스페인(20.2%)까지 EU(유럽 연합)의 '빅4'가 모두 초고령사회다.

    게다가 중국마저 고령화 속도가 빠르다. 중국에서 60세 이상 인구가 작년 말 2억8004만명으로 전체의 19.8%에 달했는데, 2035년에는 60세 이상이 4억명을 넘어서며 심각한 초고령 사회가 될 전망이다. 전 세계를 보더라도 고령 사회(65세 이상 비율 14% 이상)에 진입하는 데 27년밖에 남지 않았다고 유엔은 내다본다. ILO는 세계적으로 돌봄이 필요한 인구를 21억명으로 보고 있다. 세계 인구 4명 중 1명꼴로 돌봄이 필요한 셈이다.

    미국·유럽 요양 기업 대기업화

    케어 이코노미가 확산되면서 CCRC와 같은 시니어 타운의 인기는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예전에 없던 갖가지 특화된 서비스로 고령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미국 애리조나주 '하시엔다 앳 더 캐니언'은 나이가 들어 도전하기 어려운 일들을 체험할 수 있게 해주는 가상현실(VR) 프로그램을 가동한다. 이곳에서 살고 있는 77세 여성 수전 하우드는 직원 도움을 받아 VR을 착용하고 프랑스 파리를 여행하거나 스쿠버 다이빙에 도전한다. 그는 "다른 사람이 여행지 이야기를 하면 VR로 가보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어 소통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그래픽] 케어 이코노미 규모 / 전 세계 돌봄 일자리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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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고자 : 유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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