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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해원의 말글 탐험] (208) '필요'는 늘 필요한 말일까

    양해원 글지기 대표

    발행일 : 2023.11.17 / 여론/독자 A34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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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속 운전 금지' '차로 변경 금지'. 아무렴, 터널인데. '부당 추….' 한눈에 담지 못한 마지막 글귀를 100여 미터 지나 확인하니 얼떨떨했다. 부당 추월 엄금. 우선 '부당 추월'. 터널에서는 당연히 앞지르기 금지인데? 부당 추월이라 함은 정당한 추월도 있다는 말인가. 아니면 추월은 부당하다는 뜻으로 썼나. '추월 엄금'도 아리송했다. 금지면 금지지, 엄금(嚴禁)이라니. 과속이나 차로 변경은 봐줄 수도 있다는 얘기인지.

    좋게 보면 강조지만, 따지고 보면 불필요한 말이 이뿐이랴. '노인들이 건강하게 자립하려면 체력 증진이 반드시 필요하다.' '필요(必要)하다'가 무슨 뜻인가. '반드시 요구되는 바가 있다' '꼭 소용이 있다'…. 必에서 보듯 '꼭(반드시)'이란 뜻을 담았건만, 달랑 '필요'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는 세상이다. 그러니 '위기 극복에는 국회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하소연한다. '절대적으로'를 붙이지 않으면 귓등으로도 안 들을 판이라는 듯이. 말뜻을 제대로 새기지 않는 데다 말의 값어치도 떨어진 탓이리라.

    혹시 '필요'는 늘 필요한 말일까. '학교 폭력 예방을 위해 학교 전담 경찰관 증원이 필요하다.' '경찰관을 증원해야 한다' 하면 어때서. '관심이 필요하다' '보완할 필요가 있다'도 '관심을 둬야 한다' '보완해야 한다' 해도 되건만 십중팔구 '필요'를 동원한다. 지나치게 '필요'에 기대는 표현은 다시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은퇴 후 필요로 하는 자금이 얼마인지 파악해….' 한술 더 떴다. '은퇴 후 필요한/ 은퇴 후 쓸(써야 할)' 하면 그만인데, 얼마나 거북스러운가. '마음 다스릴 땐 수분 섭취를 충분히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 것이 필요' 역시 흔히 보는 구문. '물을 충분히 마셔 줘야 한다' 하면 한결 깔끔하지 않은가.

    장터 가 보면 같은 음식 파는 집이 영락없이 몰려 있다. '닭한마리' '원조 닭한마리' '진원조 닭한마리' 하는 식이다. 맛있는 집, 제법 맛있는 집, 정말 맛있는 집일까. 다 한번 먹어봐야겠다.
    기고자 : 양해원 글지기 대표
    장르 :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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