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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다 노부나가는 남색(男色)" 신작 낸 日 기타노 다케시 감독

    도쿄=성호철 특파원

    발행일 : 2023.11.17 / 사람 A25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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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구비' 23일 일본서 개봉

    "일본 전국시대를 배경으로, 오다 노부나가를 포함해 질척거리는 사나이들의 관계와 배신을 그렸습니다."

    영화 '하나비' '피와 뼈' 등으로 유명한 기타노 다케시(北野武·76) 감독은 15일 일본외국특파원협회(FCCJ) 기자회견에서 "NHK의 대하드라마는 멋있는 배우를 캐스팅해 전국시대의 좋은 면만 늘어놓는다"며 "오다 노부나가와 무장(武將) 마에다 도시이에의 관계 같은, 남자 간 호모섹슈얼(동성애)은 전혀 그려내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는 23일 일본에서는 기타노가 원작·감독·각본·편집을 맡은 영화 '구비(首·목숨이란 의미)'가 개봉된다. 영화의 배경은 일본 전역에서 지방 영주들이 서로 전쟁을 거듭하던 전국시대에 발생한 '혼노지의 난'이다. 천하통일을 눈앞에 뒀던 오다 노부나가가 가신(家臣) 아케치 미쓰히데의 반란으로 죽은 사건이다. 기타노는 "전국시대는 누군가에게 목숨을 맡긴다는 신뢰의 의미도 포함하는 남색(男色)이 있었다"며 "자녀가 22명인 오다 노부나가는 양성애자(바이섹슈얼)였다"고 말했다.

    기타노 감독의 19번째 영화인 '구비'는 그가 2019년에 출간한 동명(同名)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기타노는 "30년 전부터 이런 역사물을 해보고 싶다는 구상을 했었다"고 말했다. 이 영화는 2021년 10월 촬영을 끝냈지만, 넷플릭스의 제작비 지원에 기타노가 반대하는 등 넷플릭스 방영권 논란으로 개봉이 늦어졌다.

    기타노는 이 영화에서 도요토미 히데요시 역(役)의 배우로도 출연했다. 그는 "실은 감독만 하고 싶었지만, 제작사에서 '당신이 출연하지 않으면 해외에서 선전이 잘 안 된다'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내가 도요토미와 닮은 이미지라는 점도 있지만, (도요토미가) 그림자처럼 뒤에 숨은 악인(惡人) 역할이라 다른 배우들과 떨어져서 연기를 볼 수 있어, 감독과 동시에 하기엔 딱 좋은 역할이었다"고 했다.

    주인공 오다 노부나가 역(役)을 맡은 배우 가세 료의 광기(狂氣) 어린 연기도 개봉 전부터 화제다. 이에 대해 기타노는 "가세 료에겐 우선 오다 노부나가의 고향 사투리를 철저히 배우게 했다"며 "당시 음성 파일이 있을 리 없기 때문에 언어학자에게 조언받아 연습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본을 완전히 머리에 집어넣은 가세 료에게 '각 장면을 찍을 때 100m 달리기 할 때처럼 한 번에 뛰어라. 두 번은 안 찍겠다'고 압박했고 제대로 해줬다"고 했다.

    본래 코미디언이었다가 영화감독으로 전향한 기타노는 "슬랩스틱 코미디는 사실 엄청난 체력이 필요해 젊지 않으면 못 한다"며 "마흔 살쯤 머리도 못 쫓아가고 체력도 안 돼서 영화라도 해보자고 마음먹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는 뭘 해도 제대로 못 했고 정말 나에게 딱 맞는 일을 찾다 보니 지금 '이런 꼴'이 됐다"며 "나는 현재의 일에 그다지 만족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겸업 감독으로 유명한 기타노는 배우로서는 비정한 야쿠자와 같은 폭력적인 역할에 자주 등장한다. '슬랩스틱 코미디와 폭력적인 연기를 어떻게 함께 할 수 있나'라는 질문에 그는 "심각한 일과 웃기는 건, 표리일체라고 해야 하나"라며 "결혼식이나 장례식과 같이 다들 긴장하는 공간에서 오히려 웃음이 생겨난다"고 했다. 그는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홈리스(노숙자)가 바나나를 밟아서 넘어지면 가엽지만, 총리 대신과 같은 인물일 땐 다들 웃는다"며 "그게 폭력과 웃음이며, 마찬가지로 폭력 영화도 심각한 장면엔 동시에 웃음의 요소가 스며들어 있다"고 말했다.

    기타노는 기자회견을 시작할 때 본인을 소개하며 "자니즈 기타노입니다"라고 했다. 일본 연예계의 대부인 자니즈 기타가와가 소속 연습생들을 성추행한 사건을 빗대, 본인 이름에 '자니즈'를 붙인 것이다. 그는 "과거에 일본 연예계는 노예까지는 아니었지만 연예인을 상품으로 취급했다"며 "이런 어두운 세계에서 나도 여기까지 잘도 왔다는 안심이 들 정도"라고 했다. 그는 "앞으로 일본 연예계가 어두운 부분을 어떻게 잘라내고 갈지 매우 관심이 많다"고 했다.
    기고자 : 도쿄=성호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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