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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수 코오롱한국오픈 6타차 우승

티잉 구역에 서면 숨이 막힐 정도로 개미허리처럼 좁은 페어웨이, 깊은 러프 지옥, 단단하고 빠른 그린. 나흘간 출전 선수 144명 가운데 단 한 명만 언더파 스코어로 대회를 마칠 만큼 코스는 가혹했다. 하지만 15번 홀(파4) 티샷이 크게 빗나가면서 깊은 덤불에 공이 잠겨 보기만 해도 잘하는 것이라고 예상했던 곳에서도 그는 파를 지켰다. 비결이 있었다. 그는 코스 정보를 적어 놓는 야디지북(Yardage book)에 이번 대회 스스로 마음을 다스리는 글귀를 적어 놓고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보았다. '앞서가지 말자' '즐겁게 치자' '결과에 연연하지 말고 내 골프를 하자' 등 글귀였다.

25일 충남 천안시 우정힐스 컨트리클럽(파71)에서 막을 내린 내셔널 타이틀 대회 코오롱 한국오픈 골프선수권대회(코리안투어·아시안투어 공동 주관, 총상금 14억원).

재미교포 한승수(37)는 이날 버디 4개, 보기 4개로 이븐파 71타를 쳐 최종 합계 6언더파 278타를 기록하며 나흘간 한 차례도 선두를 놓치지 않는 와이어투와이어(wire to wire) 우승으로 정상에 올랐다. 2위(이븐파 284타)를 한 강경남(40)과는 6타 차였다. 한승수는 국내 최대 우승 상금인 5억원과 코리안투어 5년 시드, 아시안투어 2년 시드를 받았다. 한승수는 단숨에 코리안투어 상금 순위 1위(6억2375만원)에 올랐다. 한승수는 또 강경남과 함께 이 대회 1·2위에 걸린 메이저 대회 디오픈 출전권도 받았다. 올해 디오픈은 7월 20일부터 열린다. 한승수는 2020년 시즌 최종전인 LG 시그니처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이후 3년 만에 코리안투어 통산 2승째를 거두었다.

18번 홀에서 우승을 확정 짓는 버디 퍼트에 성공한 그는 달려온 다섯 살 아들을 번쩍 들어 올리며 감격했다. 아내와 딸이 자랑스러운 아빠를 에워쌌다. 그는 "가족이 지켜보는 앞에서 우승해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한국오픈에서 단독 선두와 공동 선두를 가리지 않고 한 번도 선두를 내주지 않는 우승이 나온 것은 2021년 이준석(35) 이후 2년 만이다. 하지만 모든 라운드에서 단독 선두를 하며 우승한 것은 1987년 이강선 이후 36년 만이자 한국오픈 통산 4번째다. 그만큼 압도적인 경기력이었다. 한승수는 "마지막 홀까지 절대 리더보드를 보지 않고 내 골프에만 집중하는 게 목표였다"고 말했다. 그에게 유일한 위기로 꼽을 수 있는 순간은 15번 홀(파4)이었다. 티샷이 왼쪽으로 말려 깊은 덤불 속으로 들어갔다. 간신히 공을 찾았지만 무리하면 더 크게 타수를 잃을 수 있는 상황. 그는 "우승이 정말 나에게 온다면 이 위기도 극복할 것이라 믿고 쳤다"고 했다. 두 번째 샷도 러프에 갔지만 세 번째 샷을 그린에 올려 8m 파 퍼트에 성공했다.

한승수는 중학교 2학년 때 가족과 미국으로 골프 이민을 떠나 열여섯 살이던 2002년 미국주니어 골프협회(AJGA) 올해의 선수에 선정됐던 기대주였다. 그해 AJGA 주관 대회 5승을 올려 타이거 우즈와 필 미켈슨이 갖고 있던 4승 기록을 깼다. 하지만 프로 무대에서는 미국 PGA 2부 투어, 캐나다, 중국, 아시안 투어를 전전하며 빛을 보지 못했다. 기고자 : 민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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