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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 믿을 건 머니"… 현금(잉여현금흐름)부자 1위는 10조 쥔 HMM

    권순완 기자

    발행일 : 2023.05.16 / 경제 B6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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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잉여현금흐름 많은 기업들

    경기 침체 우려가 계속되고 기업들의 1분기(1~3월) 실적이 부진한 가운데, 증권가에선 이럴 때 '현금 부자' 기업들을 주목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기업의 영업 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일수록 현금 순유입(들어오는 게 나가는 것보다 많은 것)이 좋은 안정적인 기업들이 빛을 발한다는 것이다.

    1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상장사 시가총액 상위 300곳 중 작년 연간 잉여현금흐름(FCF)이 가장 많은 기업은 해운사인 HMM으로 잉여현금흐름이 10조71억원을 기록했다. 잉여현금흐름이란 기업이 벌어들인 돈 가운데 영업 설비 등에 투자한 금액을 빼고 남은 현금을 말하는데, 투자 비용을 뺀다는 점에서 흔히 '사내 유보금'으로 부르는 이익 잉여금과는 다르다. 예를 들어 기업이 100억원을 벌어 50억원을 공장 짓는 데 썼다면 잉여현금흐름은 50억원으로 줄지만, 이익 잉여금은 100억원 그대로다. HMM은 작년 잉여현금흐름이 현재 시가총액(9조6243억원·12일 기준)보다 컸다.

    ◇HMM, 한 해 번 현금이 시가총액 넘어

    이는 HMM이 작년 글로벌 컨테이너 운송 시장 호황으로 사상 최대 영업이익(약 10조원)을 기록한 영향이 크다. 2020년 코로나 발생 이후, 해운 수요 대비 글로벌 선복량(배에 실을 수 있는 화물 총량)이 급감하면서 운송료가 치솟았다. 그래서 해운 업체들 주머니에 돈다발이 들어오게 된 것이다.

    HMM에 이어 기아(6조5695억원), 한화(4조4861억원), GS(2조4754억원), 대한항공(2조892억원) 순으로 작년 잉여현금흐름이 많았다. 대부분 작년에 좋은 실적을 기록했다. 시가총액 대비 잉여현금흐름 비율은 한화(약 2.2배)가 독보적이었다. 2위 HMM(1배)보다 훨씬 높았다. 박종렬 흥국증권 연구원은 "한화는 실적도 준수한 편이었지만, 대우조선해양 인수 자금 2조원을 마련하기 위해 현금을 대거 차입한 효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의 작년 잉여현금흐름은 5416억원으로 15위였다. '국내 1등 기업'으로 가장 많은 현금을 벌어들일 것 같지만 비교적 적었다. 이는 '버는 만큼 썼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증시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반도체 제조를 주력으로 하는 만큼, 공장 증설 등 대규모 투자 활동이 많아 실질 현금은 적은 것"이라고 했다. 작년 삼성전자의 설비 투자는 49조원을 넘었다.

    ◇"영업이익률도 높아야 안전한 투자처"

    작년 300대 상장 기업 중 잉여현금흐름이 가장 적은 기업은 한국전력(-35조4089억원)이었다. 회사 주머니에서 35조원 넘는 현금이 빠져나갔다는 뜻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주요 발전 원료인 천연가스 가격이 폭등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또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도 비용이 적게 드는 원전 의존도를 줄임으로써 적자를 키운 요인이 됐다.

    '현금 부자' 기업들 주가는 엇갈리고 있다. HMM은 올 들어 주가가 1.9% 떨어졌지만, 기아는 51.8% 폭등했고 한화도 10.1% 올랐다. 다만 GS와 대한항공은 각각 9.7%, 1.5% 떨어졌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투자할 때 '현금 부자'인지 외에도 부채 비율이 낮고 영업이익률이 높아 사업 펀더멘털(기초 체력)이 좋은지도 따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국내 기업 중 작년 평균 부채 비율이 60% 미만인 업종은 반도체(40%), 소프트웨어(58%), 헬스케어(59%) 등이다. 이 중 소프트웨어와 헬스케어 업종은 올해 예상 영업이익률이 10%가 넘는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위기 대처용 현금을 많이 들고 있는 것은 분명 장점이지만, 기업이 투자에 소극적이란 인상을 주면 오히려 평가가 나쁘게 될 위험도 있다"며 "재무 건전성이 전반적으로 뛰어나면서도 업황 전망도 밝은 기업에 투자해야 안전하다"고 말했다.

    ☞여현금흐름(FCF)

    기업이 특정 기간 동안 벌어들인 돈 가운데 영업 설비 등에 투자한 금액을 빼고 남은 현금. 통상 주주에게 배당금으로 분배되거나 인수합병·자사주 매입 용도로 쓰인다. 경기가 불확실할 때 FCF가 풍부하면 회사가 위기에 대처하는 여력이 증가한다.

    [그래픽] 잉여현금흐름 상위 상장 기업 / 부채비율이 낮은 업종
    기고자 : 권순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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