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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은 선생님] [디자인·건축 이야기] 윌리엄 모리스

    전종현 디자인·건축 저널리스트

    발행일 : 2023.05.16 / 특집 A30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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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인 정신' 강조한 근대 디자인의 아버지
    대량 생산 방식 거부, 수작업 고집했어요

    5월 15일은 스승의 날이에요. 분야별로 '스승'처럼 큰 존경을 받는 사람이 있기 마련인데요. 디자인 분야에선 영국의 윌리엄 모리스(1834~1896)가 그렇습니다. '근대 디자인의 첫 번째 개척자' 혹은 '아버지'라고도 불리는 디자인계 큰 스승이죠.

    모리스는 시인·화가·공예가·디자이너·사상가 등 하나의 직업으로 구분할 수 없는 다재다능한 사람이에요. 옥스퍼드대에서 고전을 공부했지만, 그의 관심을 끈 것은 고딕 건축이었습니다. 12~16세기 유럽을 휩쓴 고딕 건축은 하늘 높이 솟아오른 외관, 커다란 창문이 만드는 넓은 개방감,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가 특징이에요. 고딕 건축은 장인이 모인 길드가 건물 내·외부를 정성스럽게 만든 노동의 산물이에요. 모리스는 산업혁명 여파로 질 낮은 대량 생산품이 난무하는 세상에 불만을 품고, 고딕 건축에 담긴 수공예적 장인 정신을 구현하려고 했어요.

    그는 같은 생각을 공유하는 예술가 친구들과 함께 1860년 자신의 신혼집인 '레드 하우스'를 지었어요. 당시 돌이나 석회로 외부를 깔끔히 마무리하는 것과 달리 빨간 벽돌로 쌓은 건물 외면을 그대로 놔둔 모습이 파격적이었죠. 실내도 전통적인 구성에서 벗어나 개방적인 계단 구조로 공간을 연결하고 쾌적하게 만들었죠. 집을 꾸밀 때도 납 틀을 붙인 창, 아치형 문간, 스테인드글라스 등 고딕 양식을 썼습니다. 이 집은 모리스가 이끈 미술공예운동이 처음 구현된 예로, 근대 디자인과 건축에서 큰 의미를 가집니다.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영국을 휩쓴 미술공예운동은 기계화와 산업화에 대한 반발로 핸드메이드(handmade)와 공예의 가치를 강조했어요. 예술가와 장인이 협업해 고품질의 수제품을 만들어 내는 모습은 마치 중세 시대 길드 같았죠. 기계화로 끊어진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복원하기 위해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곡선과 패턴을 적극 활용했습니다.

    이런 미술공예운동에는 큰 단점이 있었는데요. 장인 정신으로 만든 수공예품은 가격이 비쌌어요. 모리스가 설립한 회사는 다양한 물건을 만들었지만, 상류층과 부유한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을 뿐 정작 기계가 만든 물건을 쓰는 서민에겐 '그림 속 떡'이었죠. 예술과 공예를 통해 사회를 개혁하려던 모리스 입장에서는 역설적인 상황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미술공예운동은 새로운 디자인 흐름에 영향을 줍니다. 유기적인 곡선과 통합적인 디자인은 아르누보(영국·프랑스·벨기에), 유겐스틸(독일), 제체시온(오스트리아 제국) 등의 양식·운동이 계승했어요. 장인 정신에 입각한 제품 디자인은 바우하우스(독일 바이마르의 예술 종합학교)로 이어지며 현대 디자인의 뿌리가 됐습니다. 모리스가 평생 고민한 공예의 가치, 인간과 자연의 관계, 디자인의 사회적 참여 등은 21세기 우리에게 끊임없이 영감을 주고 있답니다.
    기고자 : 전종현 디자인·건축 저널리스트
    장르 : 고정물
    본문자수 : 1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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