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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세까지 국가대표 하고 싶어요"

    김민기 기자

    발행일 : 2023.05.16 / 스포츠 A29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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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궁 국가대표 이우석

    불운의 연속이었다. 2013년 전국체육대회. 고교 1년생이었던 이우석(26·코오롱)은 5관왕에 올랐다. '신궁', '초고교급 궁사'라는 별명이 따라붙었다. 군 복무 중이던 2018년 치른 첫 아시안게임(자카르타·팔렘방). 금메달을 따면 조기 전역이 가능했다. 개인전 결승까지 올랐다. 상대는 대표팀 선배 김우진(31). 김우진도 이우석 사정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승부의 세계에 양보는 없었다. 이우석은 은메달에 그쳤다. 조기 전역은 무산됐다.

    2020년 열릴 예정이던 도쿄 올림픽. 출전권은 3장. 5위로 선발전을 마무리한 이우석은 남은 평가전에서 최종 3위 안에 들 수 있다고 자신했다. 국가대표로 국제 종합 대회에 나서려면 1~3차 선발전에서 8위 안에 든 뒤, 최종전 성격 '평가전'을 2번 더 치러야 한다. 그런데 코로나 사태로 대회가 1년 연기되면서 대한양궁협회가 다시 선발전을 치르겠다고 밝혔다. 모든 게 원점으로 돌아갔다. 어수선한 가운데 마음을 다잡지 못한 그는 2021년 열린 평가전을 7위로 마감했다. 도쿄행은 불발됐다. 다음은 항저우 아시안게임. 2022년 국가 대표 선발전·평가전에서 이우석은 최종 4위에 오르며 항저우행 티켓(1~4위)을 따냈다. 그런데 대회가 또 연기됐다. 평가전을 다시 치러야 했다. 그는 "오히려 덤덤했다. '이번이 처음도 아닌데, 한 번 더 하면 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지난달 원주양궁장에서 끝난 2023 최종 평가전에서 순위를 더 끌어올려 2위로 마무리했다. 드디어 태극마크를 다시 달게 된 것이다.

    ◇코피 쏟으며 시위 당긴 '양궁 바보'

    이우석은 초등학교 3학년 때 '양궁부에선 치킨과 피자를 사준다'는 감언이설에 넘어가 처음 활을 잡았다. '(잘못하면)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는 경고에 두렵기도 했지만 활을 쏘는 게 멋있게 느껴져 어깨가 으쓱했다. 오후 6시까지 정규 훈련을 마치고 밤 10시까지 홀로 남아 시위를 당겼다. 고등학생 때까지 이런 일상을 반복했다. 친구들은 그를 '양궁 바보'라 불렀고, 계속 터지다 굳은살이 박인 약지에 '개구리 손가락'이란 별명도 얻었다. 이우석은 "피곤하면 바로 코피를 흘리는 편"이라고 했다. 지금도 국가 대표 선발전 기간엔 어김없이 코피를 쏟는다. "참 힘들었지만, 남들보다 시간을 더 투자한 게 자양분이 됐다"고 말했다. 유일한 취미는 총이나 활을 쏘는 1인칭 슈팅(FPS) 게임. "가상 세계에서도 이래야 하나 싶은데, 저 지금도 게임에서 활 잘 쏴요. 하하."

    ◇10점의 짜릿함 잊지 못해

    그에게 승부 세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푸는 비결은 양궁이었다. 외길 인생이었기에 달리 할 게 없었다. 개인 훈련 때 10점에 박힌 화살을 보며 생각했다. '10점이 아니면 그렇게 화나는데, 적중했을 때 오는 짜릿함이 그걸 상쇄한다.' 비시즌 때 2주 휴가를 받아도 절반만 쉬고, 나머지는 훈련에 매진했다.

    이제 궁사 경력 18년 차. 양궁을 하며 느낀 깨달음을 덤덤하면서도 힘줘 말했다. "눈앞의 대회 메달도 중요하죠. 아시안게임 금메달, 국가 대표 선발 같은 당장의 목표에 집착했어요. 그런데 힘든 시간을 거치며 '나무보다는 숲을 봐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이우석에게 멘털 관리법을 묻자 "매일 자기 전 화살이 10점에 꽂히는 상상을 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시종일관 활 생각뿐이다.

    그는 이제 오는 9월 막을 올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5년 만의 국제 종합 대회 메달에 도전한다. 지난 대회 은메달에 그쳐 생애 첫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누구보다 간절할 터. 하지만 궁극적 목표는 더 먼 곳을 향해 있다. 소년 시절 우상이던 선배 오진혁(42)을 넘어서는 것. 역대 최고령 양궁 대표인 오진혁이 도전 대상이다. "꿈요? 오진혁 선배를 넘어 최고령 국가 대표가 되는 거예요. 45살까지도 국가 대표를 하고 싶어요. 가장 오래 한 양궁 선수. 참 멋지지 않은가요?" 그 야망은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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