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名門 악단 이끈 '아이돌' 지휘자… 스타 연주자도 그의 손끝에 집중

    베를린=김기철 전문기자

    발행일 : 2023.05.16 / 문화 A21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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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세 메켈레, '베를린 필' 데뷔 현장

    핀란드 출신 지휘자 클라우스 메켈레(27)는 서구 정상급 오케스트라의 러브콜을 받는 음악계 '아이돌'이다. 스물셋이던 2019년 유럽 명문 오슬로 필하모닉 상임 지휘자를 맡더니, 이듬해 파리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에 이어 작년엔 차기 네덜란드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상임 지휘자로 지명됐다. 베를린 필하모닉, 빈 필하모닉과 함께 유럽 최정상으로 손꼽히는 이 악단은 축구로 치면 프리미어 리그 선두를 달리는 맨시티나 아스널 같은 곳이다.

    올 시즌 지휘한 오케스트라도 하나같이 명문이다. 베를린 필, 뉴욕 필,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 시카고 심포니, 빈 심포니 등이다. 메켈레를 주목하는 이유다.

    메켈레는 작년 10월 파리 오케스트라와 내한 공연을 가지려다 막판에 취소했다. 국내에선 연주한 적 없어 그의 실연(實演)이 궁금했다. 지난달 21일 독일 베를린 포츠담 광장 근처 베를린 필하모니에서 메켈레의 베를린 필 콘서트를 봤다. 티켓은 한 달 전부터 매진이었고 콘서트홀은 북적였다. 스물일곱 살짜리 지휘자가 푸르트벵글러, 카라얀, 아바도 같은 거장이 조련한 140년 역사의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어떻게 이끌까, 모두가 궁금했을 것이다.

    앳된 얼굴의 메켈레가 지휘대에 오르자 청중의 눈길이 쏠렸다. 옆자리에 앉은 프랑스 음악 전문지 디아파종 기자가 속삭였다. "지금 연주하는 단원 중 카라얀 때부터 있었던 연주자만 열 명 넘는다." 20년 넘게 베를린에서 클래식 음악을 취재했다는 그도 할아버지뻘 단원들을 손짓으로 이끄는 20대 지휘자가 낯선 모양이었다.

    메켈레는 협연자 없이 쇼스타코비치 6번, 차이콥스키 6번 등 교향곡만 두 곡 골랐다. 메켈레는 마법의 지팡이를 휘두르는 해리포터 같았다. 미소 띤 얼굴로 순간을 즐기듯 쇼스타코비치를 이끌었다. 에마뉘엘 파위(플루트), 벤젤 푹스(클라리넷), 루트비히 콴트(첼로) 같은 스타급 수석들도 열심이었다. 차이콥스키 '비창'을 수십, 수백 번도 더 연주했을 단원들이 지휘자의 손짓에 집중하면서 호흡을 맞췄다. 메켈레는 템포를 지나치게 늘이거나 몰아치지 않고, 강약도 극단적으로 대비하는 대신 정석대로 갔다. 지휘자의 색깔보다 오케스트라의 실력과 관록을 드러낸 연주였다. 청중은 메켈레의 베를린 필 데뷔를 축하하듯 박수갈채를 보냈다. 지난 3월 예술의전당 개관 30주년 음악회로 내한한 바이올리니스트 크리스티안 테츨라프도 맞은편 객석에서 눈에 띄었다.

    베를린 필은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 오케스트라다. 이런 베를린 필이 지난주 김은선 샌프란시스코 오페라 음악감독이 내년 4월 지휘자로 데뷔한다고 밝혔다. 베를린 필을 지휘한 한국인은 '애국가' 작곡가 안익태와 정명훈밖에 없다. 시모네 영(62) 시드시 심포니 상임 지휘자, 수산나 멜키(54) 전 헬싱키 필하모닉 상임 지휘자 정도가 이 악단을 정기적으로 지휘하는 여성이다.

    메켈레는 '지휘자 사관학교'로 알려진 핀란드 시벨리우스 음악원에서 지휘와 첼로를 전공했다. 올여름 베르비에 페스티벌엔 지휘뿐 아니라 미샤 마이스키(첼로), 예핌 브론프만, 위자왕(피아노) 등과 실내악을 연주할 만큼 첼리스트로도 활약한다.

    메켈레는 올해 10월 오슬로 필하모닉과 함께 내한 연주를 갖는다.
    기고자 : 베를린=김기철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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