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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VIEW] 전기료 넉달 만에 인상… 아직도 원가보다 낮아

    조재희 기자 김예랑 기자

    발행일 : 2023.05.16 / 종합 A1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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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기·가스요금 月 7400원 올라
    에너지 효율화도 함께 추진해야

    16일부터 가정용 전기 요금은 kWh(킬로와트시)당 8원, 도시가스는 MJ(메가줄)당 1.04원 오른다. 4인 가구 전기 요금(월 332kWh 기준)은 한 달에 3020원, 도시가스는 4431원 올라 가구의 월 에너지 비용 부담은 7451원 늘어난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 가스공사는 15일 이런 내용의 2분기(4~6월) 전기·가스 요금 인상을 발표했다. 새 요금은 16일부터 적용한다. 2021년 시작된 국제 에너지 가격 폭등 여파로 한전과 가스공사의 부실이 커지자 수차례 당정 협의와 민·당·정 간담회를 거친 끝에 소폭 인상한 것이다.

    한전은 2021년부터 올 1분기까지 누적 영업 손실이 40조원을 넘고, 가스공사는 지난해 말 8조원이었던 미수금(천연가스 수입 대금 중 판매 요금으로 회수되지 않은 금액)이 3개월 만에 3조원 늘었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에너지 공급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고, 한전과 가스공사 경영 정상화를 위해서는 일정 부분 요금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값싼 에너지를 쓰는 시대는 끝났다는 선언이다.

    1월에 이어 4개월 반 만에 또 요금이 올랐지만, 소비자들은 여전히 원가보다 싼 전기를 쓰게 된다. 전기 요금은 kWh당 155원 선까지 올랐지만, 공급가(165원)보다 10원가량 싸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에너지 소비 행태와 정책의 대대적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한다. 당장 세계 최고 수준의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는 게 급선무다. 이와 함께 2011년 정전 사태 이후 전기 공급 확대에만 맞춰온 정책을 에너지 효율 높이기로 대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우크라이나 사태로 전 세계가 에너지 안보를 최우선으로 하는 상황에서 '값싼 에너지 시대'를 넘어 전 국민이 전기 소비를 줄이는 에너지 다이어트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지난해 원유·LNG (액화천연가스)·석탄 등 에너지 수입 금액은 국제 가격 폭등으로 급증했는데, 물량까지 늘어나며 사상 최대 무역 적자의 원인이 됐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최저 수준인 전기 요금을 현실화하고, 원가에 기반을 둔 요금제 운용으로 소비자에게 명확한 신호를 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손양훈 인천대 교수는 "이번에 가구당 3000원 정도가 오르지만, 소비자에게 전기를 아껴 써야 한다는 신호를 주지는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기 요금 인상을 발표한 15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명동. 햇볕이 강한 한낮인데도 명동 지하쇼핑센터 입구부터 명동성당까지 370m 구간 점포 47곳 중 28곳(60%)이 외부 조명을 켜 놓았다. 한 과자 판매점은 간판 밑에 간접 조명을 40여 개 달아뒀고, 화장품 점포도 밝은 조명 12개를 켜뒀다. 같은 시각 명동 거리 점포 중 개문 냉방(에어컨을 틀고 출입문을 연 채 장사하는 곳)도 47곳 중 13곳(28%)에 달했다. 한 신발 판매 점포는 천장 에어컨 3대를 모두 켜놓고 출입문을 모두 열어두었다. 점포에 발을 들이자마자 에어컨 한기를 느낄 정도였다.

    비슷한 시각 시내 복합 쇼핑몰에서도 전기를 펑펑 쓰고 있었다. 서울 고속버스터미널 1층 천장에는 크기가 다양한 조명 450여 개가 촘촘하게 설치돼 있었고, 대기실 기둥 등에도 조명이 약 100개 설치돼 건물 안을 밝혔다. 고속버스터미널을 찾은 한 시민은 "밖보다 안이 더 밝은 것 같다"고 했다.

    ◇전기료 올라도 더 쓰는 '이상한' 한국

    국제 에너지 가격 사이트인 글로벌페트롤프라이스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우리나라 주택용 전기 요금은 kWh당 135원으로 147국 중 87위를 기록했다. 이후 이번 인상분까지 더해 kWh당 154.6원을 반영하더라도 81위에 그친다. OECD에선 우리보다 전기 요금이 낮은 국가가 멕시코와 튀르키예 단 두 곳뿐이다.

    낮은 전기 요금에 '찔끔찔끔' 인상이 더해지며 요금이 올라도 소비 행태는 바뀌지 않는 게 현실이다. 지난해 정부와 한전은 4월과 7월, 10월 세 차례에 kWh당 총 19.3원 올리고, 지난 1월에도 13.1원을 올렸지만 전력 수요는 줄지 않았다. 10월을 제외하면 요금이 오른 달 전기 소비량은 전년보다 오히려 늘었고, 10월에도 0.7% 감소에 그쳐 사실상 요금 인상 영향은 없었다.

    4인 가구 월평균 전기 요금이 6만3000원 수준인 상황에서 10% 안팎 인상률로는 소비자들이 체감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는 "OECD에서 우리나라를 제외한 자료를 보면 요금 1% 상승에 전력 소비가 0.2% 줄어드는 것으로 나오지만, 우리나라는 요금이 올라도 사용량이 늘어나는 정반대 현상이 나타난다"며 "가구당 부담액이 1인당 통신 요금 수준에 그치다 보니 요금 인상이 소비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1년 동안 전기 요금은 총 3차례에 걸쳐 19.3원(17.9%) 올랐지만, 전기 소비량 또한 전년 대비 2.7% 늘었다.

    ◇한꺼번에 대폭 인상도 고려해봄 직

    에너지 과소비를 막기 위해선 소비자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인상 폭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전력 업계 관계자는 "가스 요금은 연간 수차례에 나눠서 38% 이상 올랐지만, 겨울철에 소비가 집중되는 특성상 소비자들은 '난방비 폭탄'으로 느낄 정도로 충격이 컸고, 결국 그 영향으로 2월 소비는 급감했다"고 했다. 가스공사에 따르면 올 2월 서울 지역 가정용 도시가스 판매량은 1월보다는 27%가 줄었고, 2022년 2월과 비교해서도 6% 감소했다. 정용헌 아주대 교수는 "소비자들의 습관을 바꾸려면 40~50원 정도로 인상 폭이 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젠 에너지 효율화가 핵심

    지난 정부는 탈원전과 신재생에너지 정책을 추진하면서 에너지효율에는 무관심했다. 2017년 신재생 보급과 금융 지원을 합쳐 4000억원을 밑돌았던 신재생 부문 예산은 지난해 1조원을 웃돌았지만, 같은 기간 에너지 효율 예산은 1000억원 이상 줄었다. 지난 5년간 신재생에너지 등 에너지 공급 부문 예산은 연평균 13% 증가했지만, 에너지 효율화 예산은 제자리걸음 수준의 증가(0.04%)에 그쳤다.

    에너지 효율화에 대한 관심을 키우려면 원가에 기반한 요금제와 예측 가능한 요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에너지 효율화에 투자하려고 해도 지금처럼 요금이 낮은 상황에서 굳이 큰돈을 들여가며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래픽] 유독 싼 한국 전기 요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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