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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세인트 조앤' 김광보 연출

"우물쭈물하다 내 이럴 줄 알았다"는 조지 버나드 쇼의 묘비명으로 알려져 있다. 1925년 이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받을 때 결정적으로 기여했다는 희곡이 10월 5일부터 한국 관객을 만난다. 서울 명동예술극장에 오르는 연극 '세인트 조앤'. 국립극단 김광보 예술감독이 3년 만에 연출을 맡았다. "프랑스 전쟁 영웅 잔 다르크의 숨겨진 이야기인데 오랜만에 강적(强敵)을 만난 기분"이라고 그는 말했다.

"지금 한국은 이념의 양극화가 심해 어떤 것이 진실이고 어떤 것이 거짓인지 알기 어렵다. 진실이 어떻게 오도되고 망가져 화형에 처해지는지 보여주겠다."

김광보는 장식과 분칠을 걷어낸 미니멀한 무대에서 인간을 탐구해왔다. '인류 최초의 키스' '줄리어스 시저' '함익'이 대표작으로 꼽히고 이해랑연극상, 동아연극상 등을 받았다. 새로운 세계를 지을 때 이 연출가는 철저한 텍스트 분석을 기초공사로 삼는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 7일 만난 김광보 옆에 놓인 대본은 너덜너덜했다.

―제목이 '잔 다르크'가 아니라 '세인트(성녀) 조앤'인데.

"17세 시골 소녀 조앤은 계시를 받았다고 주장하며 남성 복장을 하고 프랑스 왕세자(샤를 7세)를 도와 백년전쟁을 승리로 이끈다. 열렬한 칭송은 잠깐이다. 그녀는 곧 질투와 모함을 받아 영국에 포로로 넘겨진다. 조앤은 신념이 확고한 인물인데 그것이 왜, 어떻게 무너지는지 이 연극이 보여준다. 종교재판에서 마녀로 몰려 화형당한 그녀는 고행의 길을 걷는 예수처럼 그려져 있다."

―예수라고?

"작가는 잔 다르크의 재판 기록을 바탕으로 이 비극을 썼는데 마지막에 몽환적인 장면을 집어넣었다. 화형 25년 후 조앤과 샤를 7세를 비롯해 그녀의 화형과 복권에 관여한 인물들이 무대로 소환된다. 버나드 쇼는 '잔 다르크라는 역사 인물을 가장 독창적으로 풀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작품에서는 재기 발랄한 풍자보다 직설법을 사용한다."

―이 희곡이 왜 강적인가.

"어떤 측면은 셰익스피어 비극과 비슷하다. 지나친 확신, 오만이 파멸을 부르기 때문이다. 버나드 쇼가 말했듯이 등장인물 중 악인은 없다. 신분이나 사회적인 구조에 따라서 자기 역할을 했을 뿐이다. 요즘은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가늠하기 어려운 시대 아닌가? 하지만 연극으로 훈계할 생각은 없다. 무거운 주제를 경쾌하게 풀기 어렵기 때문에 강적이다. '국립극단 예술감독이 얼마나 잘하는지 보자'는 시선도 압박감을 준다(웃음)."

―메시지가 궁금하다.

"이 연극은 또 '세계는 비범한 인물을 환영하는가, 아니면 여전히 두려워하는가' 질문한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두려워하는 것 같다. 조앤은 필요에 의해 이용당하고 버려진 뒤 다시 복권되는 인물이다. 나와 다른 남의 생각을 존중하고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 러닝타임은 덜어내고도 3시간에 이른다. "

―비극을 무겁지 않게 풀어야 할 텐데.

"내 연극에서 웃음 코드는 늘 '뒤집어 보기'다. 뒤집어 이면을 볼 때 웃음이 나오는 일들이 있다. 대사 중에 '성인(聖人)도 기적도 교회가 만드는 것이다'가 있는데, 대주교조차 영적인 부분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직사각형 형태의 회전 무대를 돌리면서 여러 공간을 보여줄 생각이다."

―성녀와 마녀 사이에 있는 조앤은 누가 연기하나.

"백은혜다. 연극 '비(BEA)'를 연출할 때 초연은 전미도, 두 번째 공연은 백은혜를 썼다. 중심이 확실하고 이해력이 좋고 저음(低音)에 중성적 매력이 있는 배우다. 18개월 전에 '2022년 가을에 스케줄을 비워달라'고 예약했다(웃음)."

병사의 복장을 한 천사를 보고 싶다면 10월 30일까지 명동예술극장으로 갈 일이다. 우리가 피상적으로만 아는 영웅 잔 다르크, 소녀 조앤의 진짜 얼굴을 만날 수 있다. 기고자 : 박돈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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