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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0원 돌파 초읽기… 한국경제 경고음 커져

미국의 금리 인상이 예상보다 장기화될 수 있다는 충격에 14일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1400원에 육박하면서 한국 경제가 위기에 빠져들 수 있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올해 무역수지 적자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고, 원화 가치는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1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 현상이 가속화하면서 금융시장뿐 아니라 실물경제까지 동시에 충격을 받는 이례적인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 체력)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외환·금융 위기 이은 세 번째 환율 충격

올 들어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2월 말까지만 해도 1100원대 후반에 머물렀지만, 미국의 급속한 금리 인상 여파로 3월부터 상승(원화 가치 하락)하기 시작했다. 6월에 1300원대에 올라서더니 지금은 1400원대까지 육박했다.

세계 경제를 강타하고 있는 인플레이션과 그에 따른 미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은 세계 각국의 통화 가치를 낮추고 증시를 급락시키고 있다. 환율 충격만 따진다면 1997년 외환 위기(최고 1962원),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최고 1570원)에 이어 역대 세 번째 강도에 해당된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1400원 돌파는 기정사실화됐고 1400원을 넘으면 투자자들이 심리적으로 불안해져 이후부터는 10원 단위가 아니라 50원 단위로 크게 움직이게 된다"며 "일단 1450원을 찍고 다시 내려올지, 1450원대에서 상당 기간 머물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원화 가치가 하락(환율 상승)하면 수입품 가격이 오르게 되고, 그에 따라 인플레이션을 누르기 어려워져 기업과 국민들의 물가 부담이 가중된다. 우리나라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지난 5월부터 4개월 연속 5%대 이상을 기록 중이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원화 값만 하락한 게 아니라 유로·엔·파운드 등 주요 통화도 모두 약세를 보이고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엔화는 일본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일부러 약세를 유도하는 측면이 있다. 또 유로화·파운드화·엔화는 모두 준기축통화인 데다 미국과 상설 통화 스와프가 체결돼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

◇8월 경상수지 적자 가능성

올 들어 무역 적자는 9월 10일까지 275억달러로 연간 최대 적자였던 1996년 적자(206억달러)를 이미 웃돌았다. 이달에도 적자를 보면 25년 만에 6개월 연속 무역 적자를 기록하게 된다. 무역수지가 개선돼 달러 유입이 늘어나야 원화 값이 안정될 수 있지만, 막대한 무역 적자가 이어지고 있어 원·달러 환율을 더 밀어올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올해 무역 적자는 글로벌 인플레이션으로 원유·원자재 수입에 큰 비용이 발생한 것이 주된 원인이다. 하지만 대(對)중국 수출 감소를 비롯해 교역 여건이 나빠진 탓도 크다는 점에서 한국 경제의 구조적인 위험이 커졌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상품 교역뿐 아니라 해외 생산과 자본 이동까지 망라한 경상수지는 올 들어 무역수지 적자에도 불구하고 흑자를 유지하고 있지만, 역대 최대였던 8월 무역적자(94억7400만달러)의 여파로 8월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한은은 예상한다. 해외 배당이 집중되는 4월을 빼고 경상수지가 적자였던 건 2012년 1월 이후 10년 넘게 없던 일이다.

◇기업 실적 둔화되고 금융시장 불안 커져

올 들어 증시 침체가 길어지는 데다 부동산 가격도 급락하고 있어 경기 둔화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업들의 경영 실적도 악화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국내 기업들의 영업이익률은 7.1%로 작년 2분기(7.4%)보다 낮아졌고, 부채 비율은 91.2%로 작년 2분기(86.6%)보다 높아졌다. 수출 둔화와 금리 상승에 따른 투자 지연으로 성장 동력이 약화됐다는 것이다.

환율 급등을 저지하기 위해 한은이 기준금리를 높이면 2분기 기준 1870조원에 이른 가계 부채 폭탄의 심지에 불이 붙게 될 가능성이 크다. 증시와 채권 시장이 모두 흔들리게 되고, 외국인 자금의 이탈도 우려된다. 신관호 고려대 교수는 "외환 위기와 비견되는 큰 위기가 올 가능성은 낮지만 미국발 금리 상승으로 가계 부채 문제가 심각해져 국내 경제를 어렵게 만들 것"이라며 "특히 '영끌'로 부채를 조달한 20~30대가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 한미 기준금리 인상 / 달러 대비 원화 환율 기고자 : 손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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