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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원이 만난 사람]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자문 맡은 김병건 나사렛대 교수

    김지원 사회부 기자

    발행일 : 2022.08.08 / 여론/독자 A27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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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폐인 지원책 여럿 있지만 발품 팔아야 겨우 이용 가능해… 제도 한곳에 모아 놓은 美 '원스톱 서비스' 도입해야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으면서도 천재적인 두뇌를 지닌 새내기 변호사 '우영우'를 다룬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인기다. 드라마에서 우영우는 서울대 로스쿨을 수석으로 졸업하고,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기발한 아이디어로 재판을 승소로 이끈다. 드라마는 최고 시청률 15.8%를 기록하며 대중의 호응을 얻고 있다. 자폐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였다는 긍정적 의견도 많지만, 일각에선 '과연 저런 자폐인이 실제 존재하느냐'부터 '드라마가 자폐인을 지나치게 미화해 실제 자폐인과 그를 돌보는 가족들의 고된 삶을 단순화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폐는 다른 사람과 눈을 맞추거나 몸짓 등을 이용해 소통하는 일상적 상호작용에 어려움을 겪고 특정한 행동을 반복하는 증상 등을 말한다. 보통 '자폐'라고 통칭하는 경우가 많지만, 자폐인마다 행동 특성과 심각도가 스펙트럼처럼 다양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공식 진단명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다. 그리고 이 자폐 스펙트럼 장애 또는 지적장애 등을 합해 '발달장애'라고 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현재 한국 사회에 공식 등록된 발달장애인은 25만명에 달한다.

    김병건 나사렛대 유아특수교육과 교수는 드라마 '우영우' 자문을 맡아 자폐인들이 어떤 행동을 자주 하는지 등을 등장인물에 반영하며 '우영우' 캐릭터를 제작진과 함께 만들었다. 지난 5일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KOICA)의 특수교육 관련 사업에 참여하며 요르단에 머물고 있던 그를 화상으로 인터뷰했다. 그는 "'우영우'는 판타지나 동화 같은 측면이 있다"면서도 "이 드라마가 우리 사회가 자폐인에 대해 이해하고 공감하기 위한 디딤돌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자폐를 '결핍'으로만 보지 않길

    ―자폐인이면서 천재적인 재능을 발휘하는 장애인이 실제로 현실에 얼마나 있나.

    "현실에서 자폐는 지적장애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우영우처럼 지능까지 뛰어난 케이스는 사실 우리 삶 속에서 거의 볼 수 없는 것이 맞는다. 나 역시 자문 의뢰가 왔을 때 시나리오를 보고 '자폐인이 변호사를 하는 게 가능한가?'라는 의문이 있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이들은 대부분 다른 사람이 하는 말의 뉘앙스를 알아차리기 어려워하는 등 사회적 의사소통이 안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영우 캐릭터를 통해 우리가 '장애'에 대해 갖고 있는 사회적 편견을 넘어서는 계기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특히 자폐를 '결핍'으로 보지 말자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 사실 자폐인들의 행동은 우리가 어떤 시각으로 보느냐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예를 들면 드라마에서 우영우는 새로운 곳에 들어갈 때 '하나, 둘, 셋' 숫자를 센다. 의료적 시각에서 이건 자폐인의 강박 행동이지만, 그렇게 묘사하고 싶지 않았다. 드라마를 자세히 보면 우영우가 익숙한 곳에 들어갈 때는 숫자를 세지 않는다. 해당 행동을 자폐인의 문제를 보여주는 수단이 아니라 우영우가 새로운 곳으로 들어갈 때 마음의 준비를 하는 의식처럼 다루고 싶었다."

    베토벤·호킹 등 장애인이 세상 바꾸기도

    ―원래는 자문을 맡지 않으려고 했다는데.

    "우영우 한 사람의 존재가 모든 자폐인을 대변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우려가 됐다. 자폐인 자녀를 둔 부모님들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다. 나도 장애 아동의 부모였기 때문에 그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안다. 아들이 태어날 때 의료사고로 뇌출혈이 심했다. 뇌사가 진행돼서 중증장애를 피할 수 없다고 했다. 많은 도움을 받았고 고비를 넘겨서 지금은 일반 학교에 잘 다니고 있지만, 여전히 일상에서 사소한 어려움들은 남아 있다. 이 아들 녀석이 '(조언을) 꼭 했으면 좋겠다'고 강력하게 말해서 마음이 움직였다.

    또 우영우가 여성이라는 것도 중요한 이유였다. 그간 미디어에서 자폐를 다뤘던 영화나 드라마의 주인공은 대부분 남성이었는데, 여성 자폐인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이야기가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겠다고도 생각했다. 사실 나는 학교에서 수업을 할 때도 '세상을 바꾸는 것은 장애인'이라고 강조한다. 헤일리 모스, 스티븐 호킹, 베토벤 등 사례가 많다. 우영우 캐릭터를 통해 우리가 '장애'라고 하면 이미 갖고 있는 사회적 편견을 조금은 깨뜨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공론화 통해 자폐 관련 이해 시작될 수도

    ―드라마 인기로 주인공 흉내를 내는 사람들이 생기면서 장애인이 희화화된다는 지적도 있다.

    "논란이 된 영상을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그분들은 '패러디'라고 주장하더라. 그런데 패러디라는 단어에는 '풍자'의 개념이 들어간다고 본다. 풍자는 약자가 아니라 강자에 대해 하는 것이 아닌가. 약자를 풍자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드라마를 통해 우리 사회에서 이런 논의가 공론화되는 것은 건강하다고 생각한다. 문제가 제기되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사회가 발전해 나간다고 생각한다. 그런 과정을 통해 자폐에 대한 이해가 시작되는 것 아니겠나."

    ―실제 자폐 등 발달장애인 가정에서는 이 드라마가 불편하다는 분들도 있다.

    "조언을 망설였던 가장 큰 이유다. 이 드라마는 한 편의 판타지 같은 측면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당연히 모든 자폐를 보여줄 수는 없다. 드라마 3회에 중증 자폐인 등장인물이 나오는 것도 조금이라도 더 현실을 반영하려고 한 것이라 생각한다. 장애인 가정의 부모님들 감정을 백퍼센트 이해한다. 우영우와 내 아이를 비교하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마음일 것이다. 하지만 드라마가 자폐를 스토리를 위한 도구로만 소비한 것이 아니라, 자폐인이 실제 어떤 행동을 보이는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를 충실히 담아내려고 노력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우영우'는 하나의 디딤돌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이 드라마가 자폐인에 대해 좀 더 깊게 고민하는 선례가 되었으면 한다."

    ―현실에서는 발달장애인 가정에서 극단선택을 하는 일도 종종 일어난다.

    "현재 우리 사회 시스템이 이들을 보호해주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많은 발달장애 부모가 '내 소원은 자녀보다 하루 더 사는 것'이라고 말한다. '내가 죽으면 우리 아이의 안전망이 사라진다'는 생각이 있는 것이다. 사실 나는 우리나라의 장애인 지원 제도가 크게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해외와 비교하면 떨어지는 부분도 있고 나은 부분도 있다. 진짜 문제는 장애인과 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이 (제도를) 피부로 느끼지 못한다는 거다. 이건 복지 서비스를 운영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제도가 전반적으로 크게 나쁘지는 않고 장애인을 지원하는 곳이 여럿 있지만, 다 흩어져 있다. 통합적인 지원을 담당하는 곳이 없는 게 문제다. 지원을 받으려면 장애인의 부모가 직접 발로 뛰어서 각종 정보를 알아보고 쟁취해야 하는 구조다. 장애인 지원 제도가 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지를 찾는 게 급선무다. 우리나라가 선진국 반열에 들어섰는데도 장애 아동 부모들이 거리에서 삭발을 하고, 출근길 지하철 시위까지 해야만 하는 상황이 아직도 벌어지고 있다는 게 굉장히 가슴이 아프다."

    장애 통합 지원 서비스 마련이 급선무

    ―해외에서 운영 중인 제도 중에 참고할 만한 게 있나.

    "예를 들어 미국 일부 주에서는 '원스톱 서비스'라는 게 있다. 장애 관련 지원 제도를 한곳에 모아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도 있다. 제도의 수요자인 장애인 부모가 어떤 제도가 있는지를 알아보러 다니는 것이 아니라, 가만히 있어도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구조다. 무언가 새로운 제도를 만들거나 벤치마킹하는 게 아니라, 지금 있는 제도를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효율적으로 작동시킬 수 있을지, 체계를 만들기 위해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장애인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가 높아진 것을 계기로 어떤 변화가 생기길 바라나.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변하기 시작했으면 한다. 이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유튜브 영상을 몇 개 본 적이 있다. 정신과 의사 선생님들이 나온 것들도 있는데, 많은 분이 '자폐 환자'라는 표현을 쓰더라. 직업이 의료인이기 때문에 그렇게 표현하는 것이겠지만, 나는 여기에 장애인을 바라보는 사회 전반의 시선이 담겼다고 생각한다. '환자'라고 하면 치료해야 할 대상이고, 병원에 가야 하는 사람이 아니냐. 발달장애인들을 그저 '환자'라는 기준선 안에 가둬버리는 것은, 이들이 사회로 나가는 데 방해 요소로 작용한다.

    예컨대 비장애인들이 거리에 나온 장애인들, 장애 아동 부모들을 볼 때 '안됐다' '딱하다' '불편하다'는 시선 대신 그들의 현실을 이해하고 공감하고, 함께 고민해야 사회 변화의 속도도 빨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비장애인들이 '나는 장애인을 내 곁의 사회 구성원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나' 함께 생각해본다면 드라마가 끼칠 수 있는 긍정적인 사회적 영향력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본다."

    ☞김병건 교수

    김병건 교수는 1976년생으로 경북대학교 아동가족학과에서 이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발달 장애와 특수 교육 공학을 전공했다. 미국 플로리다 대학교에서 연구 조교, 테네시 대학교에서 강의 조교를 거친 후 특수 교육 전공으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순천향대학교 교육대학원에서 교편을 잡았고, 나사렛대학교 유아특수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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