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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질 몸매·유쾌한 진행으로 인기
'우정의 무대' 진행한 원조 軍통령
심장병 어린이 500명 넘게 후원도

'뽀빠이 아저씨'로 유명한 방송인 이상용(81)이 별세했다. 이상용의 소속사 이메이드 유주경 대표는 9일 "어제까지도 강연을 다녀올 정도로 평소에 건강에 큰 문제는 없었다"면서도 "기침이 심해서 자택 근처 대형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호흡 곤란으로 이날 오후 2시 반쯤 유명을 달리했다고 유족이 전했다"고 밝혔다.

1944년 충남 서천군 출신으로, '뽀빠이'란 별명은 그 스스로 붙였다. 돌덩이처럼 우람한 팔뚝 근육과 다부진 체격 덕분에 1960~1970년대 국내에서도 많은 인기를 끈 미국 만화 '뽀빠이'의 주인공과 똑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 타고난 체격 같지만, 실제론 미숙아였다. 너무나 병약해 죽을 고비도 여러 번 넘겼다. 다섯 살에 처음 걸음마를 떼는 등 책가방은커녕 제 한 몸 제대로 가누기도 버거웠던 '약골'은 '살기 위해' 열한 살 때 처음으로 아령을 들었다. 이후 본격적으로 보디빌딩을 시작해, 고등학생 때 '미스터 대전고' 등에 선발됐다. 160cm 정도의 크지 않은 키였지만 못 하는 운동이 없어 '작은 거인'이라 불렸다.

방송인이 된 건 우연이었다. 고려대 ROTC 5기 기갑 장교 출신으로, 1967년 육군 소위로 임관한 뒤 북한 무장공비 '김신조 사건' 토벌 임무를 맡기도 했다. 1968~1969년 베트남전에 참전하는 등 제대 뒤엔 '군인 정신'으로 무슨 일이든 뛰어들었다. 리어카 상인부터 각종 외판원 등 뭐든지 척척 해냈다. 웃음 몰이용 방청객 역할 등을 하던 그를 눈여겨본 당대 유명 아나운서이자 고향 선배인 변웅전이 그를 발탁해 무대에 세웠다. 1973년 MBC '유쾌한 청백전'의 보조 MC를 맡은 뒤, KBS '모이자 노래하자'(1975~1984)에서 '뽀빠이'라 불리며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다. KBS 인기 프로그램인 '전국노래자랑'의 상징이었던 송해가 1988년 MC로 나서기 이전, 1985년부터 1년간 '전국노래자랑' MC를 맡기도 했다.

1989년부터 군인 위문 예능 프로그램인 MBC '우정의 무대'를 진행하며 '원조 군통령'으로 불렸다. "엄마가 보고플 때 엄마 사진 꺼내 놓고~"라는 배경 음악부터 '눈물 버튼'이 됐던 '그리운 어머니' 코너는 "뒤에 계신 분은 제 어머니가 확실합니다!"라는 가짜 아들들의 눈물 콧물 섞인 예능감에 국민들을 울리고 웃기기도 했다.

7년 넘게 4200개 부대를 다니며 군인들의 아버지이자 형이 돼 줬던 그였지만 1996년 심장병 아동 돕기 성금을 유용했다는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되면서 이듬해 프로그램도 폐지됐다. 결국 무혐의로 처분을 받았지만 당시의 상처로 미국으로 건너가 관광버스 가이드 등을 하며 생계를 이었다. 그는 "혐의를 벗었는데도 계속 오해를 받는 억울함에 죽음에 대한 생각도 여러 번 했다"면서 "당시 김수환 추기경, 법정 스님, 김동길 박사 등의 격려와 위로 덕분에 삶을 이어갈 수 있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또 "김수환 추기경님이 '기다려라. 봄이 오면 눈이 녹고 너는 나타나리라'라는 말씀에 참아냈다"고 말했다. 생전 500명이 넘는 심장병 어린이들의 수술비를 후원했다. 국민훈장 동백장(1987), 체육훈장 기린장(1990), 문화관광부 장관 표창(1998) 등을 받았다.

유족은 아내 윤혜영씨와 1남 1녀가 있다.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발인은 12일. (02)2258-5940 기고자 : 최보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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