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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새벽 4시 맨유와 결승전

프로 무대에 발을 디딘 지 15번째 시즌. 손흥민(33·토트넘·사진)은 풀지 못한 한이 있다. 어떤 우승컵도 한 번도 손에 넣지 못했다는 것. 그 '무관(無冠)' 설움을 씻을 기회를 다시 잡았다.

손흥민 소속팀 토트넘(잉글랜드)은 9일(한국 시각) 열린 2024-2025시즌 UEFA(유럽축구연맹) 유로파리그(UEL) 4강 원정 2차전에서 노르웨이 보되 글림트를 2대0으로 꺾고, 1·2차전 합계 5대1로 결승에 올랐다. 상대는 같은 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맨유도 이날 4강전에서 아틀레틱 빌바오(스페인)를 4대1로 대파하고 합계 7대1로 결승에 합류했다. UEL은 UEFA 챔피언스 리그(UCL)보다 한 단계 낮은 유럽 클럽 대항전이다.

토트넘 노르웨이 원정길은 간단치 않았다. 영상 7도라는 쌀쌀한 날씨에 인조 잔디 구장. 낯선 환경에 흔들릴 법했지만 경기 주도권을 놓치지 않았다. 후반 18분 코너킥 상황에서 크리스티안 로메로가 머리로 떨어뜨린 공을 도미닉 솔란케가 오른발 논스톱 슛으로 마무리하며 선제골을 넣었다. 후반 24분엔 페드로 포로가 오른쪽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가 그대로 골망에 빨려 들어가면서 승부의 추는 기울었다.

발 부상에서 회복 중인 손흥민은 이번 노르웨이 원정에 동행하지 않았다. 공식전 7경기 연속 결장. 안지 포스테코글루(60·호주) 감독이 이번 주말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EPL) 경기에 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한 이상, 약 2주 뒤 열리는 UEL 결승전에선 뛸 가능성이 크다. 토트넘과 맨유 결승전은 22일 오전 4시 스페인 빌바오에서 펼쳐진다.

손흥민은 2010-2011시즌 독일 함부르크 유니폼을 입고 유럽 프로 경연장에 발을 디뎠다. 함부르크에서 3시즌, 레버쿠젠에서 2시즌을 보낸 뒤 토트넘에서 10번째 시즌을 치르고 있지만 리그이건 컵 대회이건 유럽 대항전이건 한 번도 우승을 해보지 못했다. 2019년 UCL 결승에서 리버풀에 0대2로 패하며 고배를 마신 기억이 뼈아프고, 2021년 카라바오컵(리그컵) 결승에선 맨체스터 시티에 0대1로 진 뒤 눈물을 흘렸다. 이번이 손흥민 프로 경력 세 번째 결승전이다. 손흥민이 토트넘 주장 자격으로 선수단을 대표해 UEL 트로피를 번쩍 들어 올리는 장면을 기다리는 팬이 많다.

토트넘은 유로파 리그 전신인 UEFA컵 초대 챔피언이다. 1971-1972시즌 첫 우승 이후 1983-1984시즌에도 정상에 오른 바 있으며, 이번 결승 진출은 41년 만이다. 토트넘은 2007-2008시즌 리그컵 우승 이후 각종 대회에서 오랜 시간 우승과 인연이 없었다. 맨유는 조제 모리뉴 감독 체제였던 2016-2017시즌 UEL 첫 우승을 기록했고, 2020-2021시즌에는 비야레알(스페인)과 결승에서 승부차기 끝에 패해 준우승에 머물렀다. 이번이 4년 만의 결승 복귀다. 2018-2019시즌 첼시-아스널 이후 6년 만에 UEL 결승에서 잉글랜드 팀끼리 격돌한다.

이번 결승은 두 팀엔 사생결단에 가깝다. 모두 올 시즌 EPL에서 하위권에 머물고 있어 UEL 우승이 구원의 동아줄이다. 맨유는 10승 9무 16패(승점 39)로 15위. EPL 출범 이후 한 시즌 최다 패 기록을 경신했다. 토트넘은 11승 5무 19패(승점 38)에 16위. 리그 최다 패 타이기록을 세웠다. 두 팀 모두 다음 시즌 UCL, UEL은 물론, 유럽 콘퍼런스 리그(UECL)에도 진출할 자격을 잃었지만 이번 결승에서 승리한 팀은 다음 시즌 UCL 자동 진출권을 받는다. 그야말로 한 방에 역전이 가능한 구조다.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은 "EPL에서 고전하고 있다는 이유로 우리의 성과를 폄하해서는 안 된다"며 "결승 진출은 우리 팀의 노력과 헌신이 만든 결과"라고 강조했다. 후벵 아모링(40·포르투갈) 맨유 감독은 "나와 포스테코글루는 비슷한 상황"이라며 "우승하지 못한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그래픽] UEFA 유로파 리그 최근 5시즌 우승 팀 기고자 : 장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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