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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근·권이근 지음 | 이매진 | 256쪽 | 1만6800원

발령받은 지 갓 1년 지난 신규 교사가 교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른바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이 발생한 지 약 1년 10개월 지났다. 이 사건은 '괴물 학부모의 탄생'을 공론화시키며, '내 새끼 지상주의'란 말을 만들고, '공교육 멈춤의 날'로 이어질 만큼 사회에 큰 파장을 낳았다.

이후 과연 우리 교육 현장은 나아졌는가? 현직 초등학교 교사인 저자들은 이 질문에 선뜻 "그렇다"고 답하지 못한다. 그래서 이 책은 다시 서이초 사건에서 시작한다. 같은 교대를 나와 서로 다른 환경에서 근무하는 두 중견 교사가 "공교육 난맥상을 살펴보고 대한민국 학교가 부활하는 데 무엇이 필요한지 살펴보자"며 1여 년간 주고받은 편지가 바탕이 됐다. 두 저자의 의견은 일치하기도 갈라지기도 하면서, 서로 씨실과 날실이 돼 대안과 해결이란 천 조각을 향해 부지런히 나아간다.

서이초 사건 발생 후 3개월이 지나 주고받은 첫 편지는 바짝 날이 서 있다. "대한민국 교육은 죽었다"고 쓰자, "그런데 따지고 보면 언제고 살아있던 적이 있나 싶다"는 답이 돌아온다. 정서적 폭력과 체벌로 얼룩진 과거의 교육은 그 과거대로 문제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무기력 교사의 탄생'을 짚어보려면 이 체벌 문제부터 다시 봐야 한다. 과거 교사는 학생이 저지르는 문제 행동을 바로잡고 훈육할 때 '체벌'을 활용했다. 이런 상황에서 2011년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이 개정되며 체벌이 사라지자, 오히려 교사가 학생에게 맞는 '교권 붕괴' 사태가 시작됐다. 오해해선 안 된다. 저자는 시종일관 체벌을 강하게 반대한다. 다만 "체벌이 사라진 빈곳을 뭔가로 메워야 하는데 아무도 그 일을 하지 않았다"는 데 주목한다. 한쪽은 학생 인권을 지키는 일에만 혈안이 돼 있었고, 다른 한쪽은 그리운 옛 시절을 떠올리며 체벌을 부활시키는 일에만 몰두했다. 그 결과 교실은 무법과 무질서로 가득 찼고, 이를 바꾸려는 교사는 '아동 학대' 고소전의 먹잇감이 돼 버렸다. 아무 힘 없는 교사는 교육할 수 없고, 교육할 수 없는 교사는 무기력해진다. '무기력 교사의 탄생'이다.

여기에 '내 새끼 지상주의'가 더해진다. 서이초 사태를 보며 소설가 김훈이 등장시킨 말. 저자는 "김훈이 내린 진단은 꽤 적확하다"면서도 "'내 새끼 지상주의'가 한국인 DNA 속에 유전되고 있다"는 소설가 말엔 동의하지 않는다. 꽤 멀지 않은 과거만 해도 이런 일이 드물었기 때문이다. "유전이라기보단 자본주의가 극단으로 치달으면서 천민화되는 경향에 맞물리며 벌어진 현상"이라고 본다.

'내 새끼에게 생기는 조그마한 흠도 못 견디는 마음'이 '괴물 학부모'를 낳는다. 유튜브엔 자식 잘 키우기 위한 조언이 넘쳐 나는데, 학교는 더 깊은 늪에 빠진다. 오로지 내 자녀만 잘되면 된다는 좁은 생각을 내려놓고, 마음의 눈을 더 크게 떠야 한다고 저자는 호소한다. "내 아이를 위한 요구가 다른 아이에게 피해나 상처를 주지 않는지, 내 아이를 위하면서 다른 아이도 함께 성장할 기회를 줄 수 있는지 한 번 더 생각하고 학교에 요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책은 실은 '무기력 교사가 되지 않기 위한 발버둥'이다. "교사가 쓴 책이라 어쩔 수는 없겠지만 의식적으로라도 균형을 맞추려 애썼다"는 저자 말대로, '직업인'으로 전락한 일부 교사에 대한 비판이 날카롭다.

교대로 대표되는 교원 양성 제도에 대한 쓴소리도 아끼지 않는다. 교대 수업은 교육 이론이 주를 이루며, 학급 운영 등은 거의 다루지 않는다. 저자도 실제 아이들 지도에 큰 도움이 됐던 '학급 긍정 훈육법' 등을 추후 숱한 연수를 찾아다니며 배웠다. '이런 수업을 교대에서 배웠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탄식하면서 말이다. 교생실습 기간을 최대 1년까지 늘릴 것도 제안한다. 여기에 2년간의 연구 과정을 더 거친다면, 젊은 교사들이 현장을 충분히 반영하면서 학교에 실질적으로 필요한 연구 결과들을 쏟아내리라 상상한다.

저자 중 한 사람은 학생을 지도하다 아동 학대 혐의로 신고당한 적이 있다. 교육에 회의를 가지고 일선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다. 개학 날, 1학년 때 가르쳤다가 4학년에서 다시 만난 자폐 스펙트럼을 지닌 아이는 "선생님이 너무 보고 싶어 꿈에도 나왔다"고 한다.

선생님인 두 저자는 마지막 편지에서 "아직 아이들과는 희망을 노래할 수 있다"고 적는다. "이렇게 무기력하게만 머물기에는 우리가 하는 일이 정말 가치 있는 일이라서 어떻게든 다시 힘을 내야 한다"고 쓴다. '무기력'이란 큰 제목 속에 가려진 이 책의 부제는 '가르치는 두 사람이 가르치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희망 편지'다. 그렇지만 모두가 읽어야 할 책이다. 이 문제는 더 이상 선생님들만의 고민이 아니며,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제자였거나 제자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기고자 : 남정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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