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美 샌프란시스코 앨커트래즈… 세계서 악명 높은 교도소 재개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60여 년 전 폐쇄된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앨커트래즈 교도소를 다시 열고 중범죄자를 수감하겠다고 4일 밝혔다. 트럼프는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서 "미국은 오랜 기간 잔인하고 폭력적이며 재범을 일삼는, 고통과 괴로움 말고는 사회에 아무것도 남기지 않을 쓰레기 같은 사람들 때문에 고통받아 왔다"며 "연방교도국에 법무부, 연방수사국(FBI)과 함께 앨커트래즈를 다시 개소해 미국에서 가장 잔인하고 폭력적인 범죄자들을 수용하도록 지시했다"고 했다.

앨커트래즈는 샌프란시스코 항구에서 약 2.4㎞ 떨어진 바위섬이다. '피어 33' 선착장에서 배를 타면 15분 만에 닿는다. 면적은 약 8만9000㎡로 축구장 12개 크기에 불과하다. 남북전쟁 당시 군 형무소로 쓰이다 1934년부터 29년 동안 연방 정부가 교정 시설을 운영했다. 1960년대 들어 처벌보다 교화를 강조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시설 유지비 부담도 커져 1963년 폐쇄됐다. 현재는 샌프란시스코 일대의 해안 경관을 볼 수 있는 관광 명소이자 미국 수형 시설의 역사를 보여주는 교육의 장으로서 국립공원관리청(NPS)이 관할하고 있다.

가장 악명 높은 범죄자들이 수감된 탓에 앨커트래즈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교도소로 통했다. 시카고를 무대로 활동했던 전설적 마피아 알 카포네, FBI가 '공공의 적' 제1호로 지목한 앨빈 카피스, 뉴욕을 주름잡았던 '할렘의 대부' 엘즈워스 존슨, '기관총 켈리'라는 별명으로 통했던 조지 켈리 등 20세기 초·중반 미국에서 최악으로 꼽혔던 갱단 두목들이 이곳에 갇혔다.

탈옥이 불가능한 교도소로도 이름이 높았다. 360개의 독방과 쇠창살, 수감자 네 명당 한 명꼴로 배치된 교도관, 외딴섬을 둘러싼 가시 철조망과 수직의 절벽, 차가운 급류가 흐르는 바다 등의 조건이 맞물린 결과다. 식인 상어 때문에 헤엄쳐 탈출할 수 없다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연방교도국 웹사이트에는 "샌프란시스코만에 식인 상어는 없고 소형종 상어만 있다"고 나와 있다.

"앨커트래즈 역사상 탈출에 성공한 죄수는 단 한 명도 없다"는 게 미 정부의 공식 입장이다. 14번에 걸쳐 36명(두 번 시도한 2명 포함)이 탈옥을 시도해 이 중 23명이 체포되고 8명은 탈출 도중 사살되거나 익사했다. 다만 1962년 은행 강도로 복역 중이던 프랭크 리 모리스, 클래런스·존 앵글린 형제는 감쪽같이 사라졌다. 이 세 명은 숟가락과 진공청소기 부품으로 만든 드릴로 습기와 소금기에 약해진 감방의 콘크리트 벽을 파냈고, 벽 뒤의 좁은 공간에 비밀 작업실을 만들어 탈옥에 필요한 물건을 만들었다. 세 명의 죄수가 사라진 아침, 침대에는 사람이 누워 있는 것처럼 가장하기 위한 머리 모형만이 남아 있었다. 석고와 페인트, 이발소에서 긁어모은 머리카락으로 만든 것이었다. 1979년 FBI가 "탈옥수들이 모두 익사했다"며 수사를 종결했지만 어딘가에서 숨어 살고 있다는 음모론이 끊이지 않았다.

이 사건은 클린트 이스트우드 주연의 영화 '앨커트래즈 탈출'(1979)의 소재가 됐다. 현재까지도 탈옥 장르의 고전으로 평가받는 작품이다. 이 외에도 여러 작품에 교도소가 등장한다. '더 록'(1996)은 앨커트래즈 관광객을 인질로 잡고 몸값을 요구하며 미국에 생화학 공격을 가하려는 군 반란에 맞서 화학전 전문가와 옛 수감자가 섬에 침투하는 이야기다. '앨커트래즈의 버드맨'(1962)은 수감 중 새의 생태를 연구해 조류학자가 된 로버트 스트라우드의 일생을 각색한 영화다. 다만 그가 새를 연구한 것은 다른 교도소에서 복역하던 시절로, 앨커트래즈 이감 후에는 엄격한 규칙 때문에 새를 기를 수 없었다고 한다.

AP는 트럼프의 이번 조치가 "엘살바도르의 악명 높은 교도소에 (미국에 불법 체류한) 갱단원을 법적 절차 없이 송환하면서 사법부와 충돌하던 중에 나왔다"고 전했다. 트럼프가 불법 이민자들의 범죄를 근거로 추방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수용 시설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지지자들은 중남미 최대 규모인 엘살바도르의 테러범 수용 시설 세코트(CECOT)를 '모범 사례'로 두둔해 왔다. 뉴욕 라이커스섬에 약 1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교정 시설이 있지만 열악한 수감 환경으로 논란이 끊이지 않아 폐쇄가 예정된 상태다. 트럼프는 지난 1월엔 불법 이민자 3만명을 쿠바 관타나모의 미 해군 기지에 구금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는 "앨커트래즈의 부활은 법과 질서, 정의의 상징이 될 것"이라며 "우리는 더 이상 미국의 거리에 불결함과 유혈 사태, 혼란을 퍼뜨리는 연쇄 범죄자들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기고자 : 워싱턴=김은중 특파원
본문자수 : 1714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