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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의 어제와 오늘

"나를 피해 갈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말아요/일단 당신을 겨냥하기만 하면/난 살인 허가증을 가졌어요(Please don't bet that you'll ever escape me/Once I get my sights on you/Got a licence to kill)."

리듬앤드블루스(R&B)의 거장 글래디스 나이트가 부른 이 007 시리즈의 주제가는 이제 영화 음악의 고전이 됐다. 온갖 난관을 겪으며 적지에서 고립된 첩보 활동을 벌여야 하는 스파이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소설·영화·드라마의 단골 소재였다. 007, 이단 헌트, 제이슨 본 같은 매력적이고 영웅적인 캐릭터들이 만들어졌다.

스파이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만큼이나 유구하다. 아직도 쓰고 있는 '간첩(間諜)'이라는 말은 스파이의 본질을 요약하고 있다. 간첩은 간자와 첩자를 아울러 이르는 말인데 '간자'는 이간질을 일으키는 자라는 뜻이다. 즉 적진의 와해와 분란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그리고 '첩자'는 적의 비밀 정보를 수집하는 이를 말한다. '손자병법'에서도 간첩을 다섯 가지로 나누었는데, 특히 적의 간첩을 역으로 이용하는 '반간(이중간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제국주의 전쟁이 횡행하기 시작한 19세기 중반 이후 강대국들은 앞다퉈 첩보기관을 창설했다. 전쟁의 규모가 커질수록 정보의 비중은 덩달아 높아졌다. 첩보물 시리즈의 고전 007은 영국의 정보기관 MI6의 블랙 요원을 주인공으로 설정한 것이다. 원작자인 이언 플레밍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정보기관에서 일했다. '달과 6펜스' 같은 걸작을 남긴 서머싯 몸도 1차 세계대전 당시 MI6의 첩보원이었다. 블랙 요원은 눈에 띄지 않게 평범해야 한다. 키도 크면 안 된다. 007의 주인공인 제임스 본드 역의 역대 주인공들은 전부 자격 미달인 셈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CIA(중앙정보국)를 비롯한 정보기관 인력을 대대적으로 감축할 모양이다. 벌써 외국의 정보기관들이 해고 인력들을 상대로 적극적인 채용 시도를 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덩달아 미국의 안보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기고자 : 강헌 음악 평론가
장르 :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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