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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심 해킹사태 후 해지 10배 급증… 일부 가입자는 집단소송 제기도

내부 서버가 해킹당해 고객 유심(USIM·범용 가입자 식별 모듈) 정보가 유출된 SK텔레콤에서 가입자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다. SK텔레콤이 유심 보호 서비스 등 각종 대책을 발표했지만, 최근 일주일 20만명 이상이 다른 통신사로 옮기는 등 이탈자가 평소의 10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4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3일까지 일주일간 SK텔레콤에서 KT나 LG유플러스 등 다른 통신사로 이탈한 가입자는 20만1976명에 달한다. 직전 주(2만2528명)의 9배에 달하는 수치로 하루에 약 2만9000명꼴이다. 이전까지 SK텔레콤에서 다른 통신사로의 이탈은 하루 평균 2500~3000명 정도였고, 비슷한 수의 인원이 다른 통신사에서 유입됐다. 하지만 해킹 사태가 불거진 후 이탈자가 10배 수준으로 급증한 것이다.

국내 통신업계에서 전례를 찾기 어려운 '고객 이탈' 사태의 원인으로 지지부진한 유심 교체가 꼽힌다. 고객 입장에선 유심을 새로 바꾸는 게 근본적인 대책인데, 4일까지 유심을 교체한 SK텔레콤 가입자는 전체 2500만명(알뜰폰 이용자 포함) 중 98만여 명에 불과하다. SK텔레콤이 준비한 유심 초기 물량 100만장이 대부분 소진된 상황에서 매일 추가로 들여오는 물량은 몇 만 개 수준에 불과하다. 유심 교체를 예약하고 대기 중인 고객은 760만명에 달한다.

SK텔레콤은 5월 말까지 500만장, 6월 말까지 500만장의 유심을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지만, 100만장 이상 대규모 물량이 입고되는 것은 이달 12일 이후로 예상된다. 해킹 사고 발생 2주가 넘도록 유심 교체가 지연되자 다른 통신사로 옮겨 간 고객이 급증한 것이다.

정부 행정 지도에 따라 SK텔레콤은 5일부터 신규 가입자 유치가 중단된다. 이탈자 수만큼 가입자가 순감하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약정 기간을 남기고 SK텔레콤에서 다른 통신사로 옮기는 고객에 대한 위약금을 면제하라는 압박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거세지고 있다. 최민희 국회 과방위원장은 4일 국회 입법조사처에서 "법적 제한 없이 자발적인 위약금 면제가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위약금 면제가 현실화된다면 SK텔레콤 가입자 이탈이 기하급수적으로 늘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일부 가입자는 SK텔레콤을 대상으로 집단소송을 제기하는 등 법적 대응에 나섰다.

SK텔레콤은 연휴 기간에도 본사와 자회사 직원 1000여 명이 전국 대리점으로 고객 지원에 나서는 등 비상근무에 들어갔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지난 2일 사내 게시판에 "비상 경영 체제를 최고 단계로 올리겠다"며 "그동안 쌓아온 고객의 신뢰가 한꺼번에 무너질 수 있는 창사 이래 최대 위기"라고 했다.

[그래픽] SK텔레콤 가입자 이탈 추이 기고자 : 이기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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