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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尹 정권 수사 급물살 탈 듯

윤석열 전 대통령 및 부인 김건희 여사와의 친분을 과시했던 무속인 '건진 법사' 전성배(65)씨 청탁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은 지난 3일 전씨를 소환, 작년 말 압수한 '관봉권(官封券)' 다발 5000만원의 행방을 추궁한 것으로 4일 전해졌다. 문재인 전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의 옷값 출처를 수사 중인 경찰도 김 여사 측이 옷값을 치를 당시 사용했던 관봉권 다발 1200만원의 출처를 확인하기 위해 대통령기록관에 대한 영장을 발부받아 압수 수색을 진행 중이다. 관봉권은 조폐공사가 한국은행에 신권을 보낼 때 화폐에 이상이 없다는 것을 보증한다는 의미로, 띠지·비닐 등을 두른 '뭉칫돈'이다.

검경은 최근 두 사건에서 발견된 관봉권이 모두 조폐공사에서 한국은행 강남본부로 납품됐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가 예산으로 편성되는 대통령실(청와대) 등 정부 특수활동비(특활비)는 강남본부 등 서울 지역 본부를 거쳐 지급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건 모두 등장하는 관봉권이 특활비 등 국가 예산이었다는 것이 확인될 경우 전임과 전전임 대통령을 겨냥한 수사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는 작년부터 유명 양장·한복·구두점 등 10여 개 브랜드에 대한 압수 수색 및 조사 등을 벌였다. 그 결과 경찰은 청와대가 2021년 6월부터 그해 12월까지 서울 청담동의 한 국내 유명 브랜드 'M' 숍에서 세 번에 걸쳐 3900만원 상당의 의류를 구매했다는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 측이 '관봉권'으로 결제한 시기와 금액은 그해 11월 7일, 1200만원이었다. 경찰은 이 관봉권이 결제 6개월 전인 그해 5월 21일 한국은행 강남본부로 납품됐다고 파악한 뒤 유통 과정을 추적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은행은 전국에 16개 지역 본부를 두고 금융기관에 관봉권을 보낸다. 한국은행은 서울엔 남대문 본점 및 강남본부 등 두 곳을 두고 있다. 그러나 당시 남대문 본점은 리모델링 중이었기 때문에 강남본부가 본점의 일부 역할을 겸하고 있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통령실과 국정원 등 주요 정부 및 정보 기관이 서울에 있는 만큼 이들 예산은 강남 본부 등을 통해 조달돼왔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게다가 일반 정부 예산은 관봉권 형태가 아닌 계좌 이체 등을 통해 전달된다. 관봉권이 통째로 가는 경우는 영수증 내역 등이 안 남는 특활비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문재인 정부 초반인 2018년부터 시민단체들은 김 여사 옷값에 대한 정보 공개를 청구해왔다. 그러나 그해 7월 청와대는 "국가 안보, 국방, 외교 관계 등 민감한 사항이 포함돼 있어 국가 중대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며 김 여사 의전 지출 내역 공개를 거부했다. 정권 말 청와대는 최장 30년간 공개가 금지되는 대통령기록물로 지정했다. 법조계 인사는 "관봉권은 출처가 특활비 등 국가 예산일 경우가 많다"며 "실제 국가 예산으로 확인될 경우 '국고 횡령' 등으로 기소될 수 있다"고 했다.

'건진 법사' 전씨를 지난 3일 소환한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부장 박건욱)도 작년 말 전씨 자택에서 발견한 5000만원 상당의 관봉권 다발이 강남본부에서 나왔다고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씨 자택에서 압수된 관봉권에는 '2022년 5월 13일'이라는 날짜가 기재돼 있다. 윤 전 대통령이 취임한 지 사흘 뒤다. 전씨는 검찰 조사에서 주로 돈은 '기도비' 명목으로 받아왔지만 관봉권은 정확하게 누구에게 받은 돈인지 기억이 안 난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검찰은 이 관봉권이 지난 대선 기간 전씨가 운영했던 윤 전 대통령 선거 캠프 운영비일 수 있다고 보고 금융 흐름을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씨는 지난 대선인 2022년 초 서울 양재동에서 국민의힘 대선 후보 선거대책본부인 '네트워크 본부'를 사실상 운영했었다. 당시 전씨는 '상임고문' 직책으로 활동하다가 비선 논란이 나온 직후 캠프는 해체됐다. 윤 전 대통령은 당시 "(단지) 스님으로 알고 있다"고 했었다. 검찰은 올해 초 당시 '네트워크 본부장'으로 있었던 오을섭씨도 소환 조사하면서 양재동 캠프의 운영비 출처를 물어본 것으로 전해졌다.

관봉권은 '제조권'과 '사용권' 두 종류로 나뉜다. 제조권은 한국조폐공사에서 한은이 받아온 신권으로 돈다발에 십자 형태의 띠를 두르고 비닐로 싸 압축한 형태다. 사용권은 한은이 시중은행에서 회수한 돈을 검수해 낡은 돈은 폐기하고 사용하기 적합한 돈만 골라낸 것이다. 김 여사 측과 전씨 사건에서 등장하는 관봉권은 모두 사용권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전씨 자택에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 돈다발은 한국은행이 적힌 비닐로 포장이 돼 있었고, 비닐엔 기기 번호와 담당·책임자 일련번호도 적혀 있었다. 그러나 김 여사 측이 옷값을 치를 때 썼던 관봉권은 비닐 없이 띠지만 둘러져 있는 돈다발 형태였다. 금융권 관계자는 "비닐에 싸여 있던 관봉권을 소분한 형태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그래픽] 尹·文 정권 '관봉권' 의혹 겨누는 검·경 기고자 : 김명진 기자 고유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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