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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0일 국빈 방문해 공조 강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오는 7~10일 러시아를 국빈 방문한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초청을 받아 시 주석이 러시아를 국빈 방문한다. 방문 기간에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러시아 전승절 80주년 행사에 참석한다"고 4일 전했다. 지난 1월 미국 대통령 '2기'에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가 중국과 패권 전쟁을 벌이는 가운데 중국·러시아가 밀착 행보를 보이는 것이다.

시진핑의 러시아 전승절 행사 참석은 70주년이었던 2015년이 마지막이었다. 중국과 패권 경쟁을 벌이는 과정에 중국 견제를 위해 친러 행보를 보여온 트럼프로선 중·러 밀착이 불편할 수밖에 없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시진핑의 방러에 대해 "백 년 만의 변국(變局·판국 변화)이 빠르게 가속화하고, 국제 질서가 심층적으로 조정되는 중"이라면서 "시진핑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복잡한 외부 환경 속에서도 중·러 관계를 굳건히 이끌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가 세계 질서 재편을 밀어붙이는 가운데 중·러가 협력해 공동으로 대응하겠다는 뜻이다.

시진핑의 러시아 방문은 지난달 동남아 순방 이후 올해 두 번째 해외 일정이다. 시진핑은 2022년 3연임 확정 이후 첫 해외 방문국으로 러시아를 선택했고, 작년엔 양국 수교 75주년을 맞아 푸틴 방중(5월)을 포함해 세 차례의 중·러 정상회담을 가졌다. 시진핑과 푸틴이 가장 최근 만난 것은 지난해 10월 브릭스(BRICS, 중·러 주도 신흥국 협의체) 정상회의가 열린 러시아 중서부 타타르스탄 공화국 카잔에서였다. 트럼프의 대통령 취임 다음 날인 지난 1월 21일에 시진핑과 푸틴은 화상 회담을 하고, 상대방을 자국 전승절 행사에 초청했다. 러시아는 독일 나치의 항복일인 5월 9일을, 중국은 일본군 항복 문서를 중국군이 접수한 9월 3일을 2차 대전 전승일로 기리고 있다.

이번 만남은 트럼프가 취임 후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카드' 중 하나로 러시아와 밀착을 시도하는 와중에 성사돼 특히 주목받고 있다. 전승절은 옛 소련의 대(對)나치 전승을 기념하는, 이념적 색채가 매우 강한 행사다. 서방국가들은 푸틴이 이 행사를 자신의 권위주의 통치를 민족주의적 서사로 채색하는 선전 수단으로 활용한다고 보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참석을 거부해 왔다. 중국은 올해 전승절 행사에 참석하면서 푸틴의 국제적 고립을 돌파하는 핵심 우군(友軍) 역할을 자처하고 나선 셈이 됐다.

중국 외교부는 시진핑의 방러를 발표하며 "중·러 양측은 일방주의와 괴롭힘에 반대하고 평등하고 질서 있는 세계 다극화 및 보편적으로 이로운 경제 세계화를 손잡고 추진하겠다"라고 했다. 미국의 중국 압박에 대응하기 위해 러시아와 공동 전선(戰線)을 구축할 방침임을 확실히 한 것이다. 중국 외교부가 언급한 '일방주의와 괴롭힘'은 중국이 세계 각국에 대한 미국의 '관세 폭탄' 등을 지칭할 때 쓰는 말이다.

중·러의 노골적인 밀착은 트럼프 입장에선 외교적 전략 실패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그는 취임 후 푸틴에 대해 지속적으로 호감을 표시하면서 푸틴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양쪽을 상대로 휴전·종전을 위한 중재안을 타진해왔다. 그 과정에 유럽 등 서방국가의 비난을 감수하고 러시아가 무력으로 점령한 영토를 포기하라고 우크라이나를 압박하는 등 러시아의 주장에 동조하는 모습까지 보이면서 러시아를 (중국이 아닌) 미국 쪽으로 끌어당기려 했다.

하지만 푸틴은 트럼프의 이런 '거래 제안'에 넘어가지 않았다. "휴전 협상에 나서라"는 트럼프의 강요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의 실익을 보장해 달라' '우크라이나의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등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소극적 모습을 보여왔다. 이런 가운데 시진핑의 러시아 국빈 방문 계획이 공개되면서 트럼프가 오락가락을 거듭해 부작용이 부각되고 있는 관세전쟁에 이어, 외교 분야에서도 별다른 성과를 못 내며 고립의 위기를 맞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가 외교 성과로 내세우려 했던 이스라엘·하마스(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이슬람 무장 단체) 전쟁의 휴전 협상도 사실상 무산된 상황이다.

스푸트니크 등 러시아 매체들은 "푸틴과 시진핑이 나란히 서는 모습은 세계 정치의 새로운 리더십이 명확히 형성되었음을 보여줄 것"이란 평가를 내놓고 있다. 트럼프의 일방적 외교가 한계를 드러내는 반면 중·러는 권위주의 체제 간 협력을 통해 전임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시절부터 이어온 신(新)냉전 구도를 굳히겠다는 의미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미국이 중동·유럽·아시아에서 영향력을 잃어가는 반면 푸틴과 시진핑은 (전승절을 통해) 자신들의 질서가 유효하다는 '정치적 쇼케이스(전시 행사)'를 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북·중·러 정상이 전승 기념일인 9일 러시아 모스크바에 모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러시아를 돕기 위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장에 병사 약 1만5000명을 파병한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승절 기념 군사 퍼레이드에 참석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는 주장이다. 다만 시진핑이 3국 정상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을 꺼리고 북한 또한 3국 회동을 통해 당장 얻을 이익이 제한적인 상황이라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이 대신 방러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가정보원은 최근 국회 정보위에서 "김정은이 참석하려면 몇 주 전부터 경호 등이 관측돼야 하는데 그런 움직임이 없다"고 밝혔다.

[그래픽] 트럼프 2기 대통령 취임 후 미·중·러 관계도 기고자 : 베이징=이벌찬 특파원 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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