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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 해킹사건 혼란 잇따라

유심(USIM) 해킹 사건이 좀처럼 잦아들지 않는 가운데 SK텔레콤이 오는 14일까지 아직 유심 보호 서비스에 가입하지 못한 850만여 명에 대해 자동 가입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 서비스는 유심과 휴대폰을 하나로 묶어서 유심을 다른 단말기에 꽂아도 작동되지 못하게 해 복제폰을 방지하는 기술이다. 그동안 이 서비스는 가입자가 별도 신청을 하는 경우에만 받을 수 있었는데, 이번 해킹 사태 발생 후 개별 가입을 하는 과정에서 불편함과 대기 지연으로 인한 고객들의 불만이 컸다. 이에 따라 통신사 측에 신청을 안 해도 자동 가입을 해주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약관도 새로 만들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정부와 협의를 거쳐 아직 신청하지 않은 850만명의 자동 가입을 진행키로 한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이 서비스를 원치 않는 고객은 자신이 따로 해지 절차를 밟도록 했다.

하지만 이런 대책에도 유심을 둘러싼 고객들의 불편은 끊이지 않고 있다. 주의 사항을 제대로 전달받지 못한 상태에서 유심을 교체했다가 버스·지하철을 탈 때 필요한 티머니 충전액이 없어지거나 폰에 있던 지인들의 연락처와 금융기관 이용에 필요한 금융인증서가 삭제되는 일들이 이어지고 있다.

◇티머니 민원 하루 평균 1000건

유심 무료 교체가 시작된 지난 28일 이후 티머니 안내센터에는 하루 평균 1000건, 지금까지 5000여 건의 민원이 접수되고 있다. 특히 금액을 미리 충전하는 선불형 티머니에 대해 "유심 교체 후 교통카드 잔액이 '0원'이 됐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내용의 민원이 가장 많다고 한다. 선불형은 충전 정보가 유심에 저장돼 있기 때문에 유심 교체를 할 때 미리 티머니 안내센터에 잔액 환불 신청을 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정보를 아는 고객이 많지 않아서 잔액이 0원이 되는 경우가 빈번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이런 일을 당했을 땐 이전 유심의 앞·뒷면을 사진 찍어 티머니 안내센터로 보내면 잔액을 환불받을 수 있다. 티머니 측은 "유심 실물 표면에 있는 일련번호 확인을 통해 이용자의 잔액을 파악할 수 있다"며 "구두로만 통보할 경우 당사자 확인 등의 절차가 복잡해 실물 사진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전 유심을 갖고 있지 않다면 환불은 불가능하다. 티머니 측은 "해킹 사건 이전부터 시행돼온 방침"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0원' 사건이 이어지자 SK텔레콤은 뒤늦게 티머니 측과 협의해 일선 대리점에서 유심 교체 시 티머니 잔액이 사라진다는 점을 자사 고객들에게 다시 한번 알려주는 등의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티머니 후불형 사용자들은 사전에 환불 신청을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유심 교체 후 티머니를 작동시키면 카드사에서 이용자가 월 교통비로 설정해 놓은 금액을 새로 인출해 가는 만큼 이용자들 사이에선 '중복 결제가 된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티머니 측은 "유심을 교체하면 새 폰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이용자가 정해 놓은 교통비 금액이 나간 것"이라며 "기존 결제일에 미사용분이 환급되고, 유심 교체 후 새로 인출된 금액은 한 달 뒤에 사용분을 제하고 환급된다. 이후엔 예전처럼 정상적으로 빠져나간다"고 했다.

◇연락처 복원하려면 이전 유심 필요

유심 교체 후 폰에서 지인 연락처가 삭제됐다는 이용자들도 속출하고 있다. 연락처 저장 위치를 유심으로 설정해 놓은 경우다. 이럴 때는 이전 유심을 갖고 SK텔레콤 매장을 찾아가면 복원해 준다. 이전 유심이 없다면 복원이 어렵다. 그런 만큼 유심 교체 전에 연락처 저장 위치가 유심이라면 다른 곳으로 옮겨둬야 한다. 삼성 갤럭시 스마트폰이나 아이폰 '연락처' 앱의 '연락처 가져오기' 기능을 이용하면 된다.

예전 공인인증서 격인 금융 인증서도 평소 유심에 저장했을 경우 유심을 교체하다 다시 찾지 못하는 일들이 생기고 있다. 이럴 경우엔 이전 유심을 찾을 필요 없이 해당 인증서를 발급받았던 금융 기관 홈페이지에 접속해 다시 다운로드받으면 된다.

한편 SKT는 오는 14일부터 유심 보호 서비스 이용자들도 해외 로밍이 가능한 서비스를 개발해 적용하기로 했다. 기존 가입자는 이를 따로 신청하지 않아도 해외에 나갔을 때 로밍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기술적 문제 때문에 유심 보호 서비스와 해외 로밍을 같이 쓸 수 없다"고 했는데, 이날 SK텔레콤 관계자는 "해외 망에서 국내 SK텔레콤의 망에 들어와 가입자 인증을 할 수 없도록 막아놨던 걸 풀기로 했다"고 했다.

[그래픽] 유심 교체 후 이런 문제 생겼다면 기고자 : 김봉기 기자 정한국 기자 김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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