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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억 가톨릭 신자들을 이끌 새 교황을 뽑는 콘클라베(추기경단의 비공개 투표)가 7일 열린다. 한국의 유흥식 추기경, 필리핀의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 가나의 피터 턱슨 추기경 등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면서 1200여 년 만의 비유럽 출신 교황(프란치스코)에 이어 아시아·아프리카 출신 교황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이 지역에서 교황이 탄생한다고 해도 '최초'라고 볼 수는 없다는 전문가 의견이 지배적이다. 8세기 이전까지 교황을 배출했던 지역을 보면 아시아권으로 분류되는 중동, 그리고 유럽·중동과 연결된 북아프리카도 있기 때문이다.

바티칸의 공식 '교황 연대표'를 보면, 초대 베드로는 이스라엘 출신이고, 11대 아니체토, 82대 요한 5세, 84대 세르지오, 87대 시신니오, 88대 콘스탄티노, 90대 그레고리오 3세는 시리아 출신이다. 이스라엘과 동북쪽으로 접경한 시리아는 이슬람 인구가 절대다수를 이루지만 7세기 전까지는 기독교의 중심지였다.

중동을 아시아의 일부로 볼지에 대해 여러 의견이 있지만, 기독교가 융성하던 로마 제국 시기 영토 밖 동쪽을 모두 아시아로 간주하던 당대 세계관에 비추어보면 아시아로 볼 수 있다.

한편 14대 빅토리오 1세, 32대 밀티아데스, 49대 젤라시오 1세는 북아프리카의 로마 식민지에서 태어났다. 북아프리카는 흑인이 다수를 이루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와 달리 유럽·중동의 영향을 받았고 주민들도 아랍계가 절대다수다. 그런데 이 중 빅토리오 1세는 인종적으로도 흑인일 수 있다는 추측이 있다.

이처럼 과거 유럽 바깥에서 교황이 상당수 탄생했던 것은 전성기 로마 제국 영토가 북아프리카와 중동까지 뻗었기 때문이다. 프란치스코는 시리아 출신 그레고리오 3세 이후 1282년 만의 비유럽계 교황이었다. 이에 따라 현재 언급되는 후보자 중 차기 교황이 나온다면 '최초의 동아시아 교황' '최초의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교황' 등으로 구체적으로 표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고자 : 원선우 기자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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