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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성토장이 된 노동절
워싱턴·뉴욕 시위 현장 가보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헌법과 경제, 연방 공무원 조직을 파괴한 인물입니다. 반드시 탄핵당하고 해임돼야 합니다." 지난 1일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인근에서 열린 트럼프 규탄 집회에 나온 도나 디킨슨씨가 이렇게 말하자 주변 사람들은 모두 함성으로 동조했다. 그를 비롯해 수천 명의 시위대 중 상당수가 '탄핵(impeach)'이라고 쓰인 팻말을 들고 있었다. 이날 뉴욕, 로스앤젤레스, 시카고, 필라델피아, 샌프란시스코 등 미 전역의 주요 대도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트럼프 규탄 시위가 열렸다.

CNN은 "이날 하루 동안 미 전역에서 최소 25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트럼프 정부에 맞섰다"고 전했다. 세계 여러 나라들이 5월 1일을 근로자의 날(노동절)로 기념하고 공휴일로 지정하고 있지만, 9월 첫째 주 월요일을 노동절로 지정한 미국에선 평일이다. 이 때문에 미국에선 이날이 되면 주로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임금 인상이나 근로 조건 개선 등을 요구하는 집회가 산발적으로 열려왔다. 하지만 이날만큼은 예년과 다른 장면이 펼쳐졌다. 휴일이나 주말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20대 학생부터 70~80대 고령자까지 다양한 연령대로 구성된 시위대가 트럼프 정책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며 가두 행진을 벌였다. 뉴욕타임스 등 미 언론들은 "매년 미국과 전 세계 노동자들의 권리를 주장하는 행사가 트럼프 정부에 대한 반대 여론이 확산하면서 더욱 격렬해졌다"고 전했다. 시위대는 연방 정부 기능 축소, 사회보장 삭감, 불법 이민자 무차별 추방 정책, 기업과 대학에서의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정책 퇴출 등의 트럼프 정책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워싱턴 DC 시위에는 최근 합법 체류자임에도 불구하고 실수로 엘살바도르로 강제 추방된 사실이 알려져 '트럼프 이민 정책의 최대 피해자'로 조명받고 있는 베네수엘라 출신 이민자 킬마르 아브레고 가르시아의 미국인 아내도 나왔다. 그는 "내 남편은 불법적으로 구금돼 엘살바도르에서 가장 위험한 감옥으로 던져졌다"며 트럼프 행정부를 비난했다.

뉴욕 유니언스퀘어 공원에서 열린 트럼프 규탄 집회에 '트럼프를 멈추게 하라(STOP TRUMP)'는 팻말을 들고 나온 브렌다 리켓(77)씨는 "트럼프가 집권한 뒤 지난 100일은 정말 끔찍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연방 보조금을 무기로 학교 문을 닫게 하겠다고 위협하는 모습을 보며 도저히 집에 앉아만 있을 수 없었다"고 했다. 이곳에서는 '공격을 멈추고 헌법을 따르라'고 적힌 팻말을 든 어머니를 모시고 온 성인 자녀 등 가족 단위 시위대도 많이 보였다. 시위대는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고 외치며 타임스스퀘어 쪽으로 도보 행진을 했다. 앞서 지난달 5일과 19일 미국에서는 수십만 명이 거리로 나와 시위를 벌였다. 기고자 : 뉴욕=윤주헌 특파원 워싱턴-박국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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