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병원 문 열기까지 곳곳서 온정

2일 전남 곡성군 보건의료원에 문을 연 '매일 만나는 소아과'. 곡성 최초의 '상시 소아과'가 생긴 날이었지만, 개원식은 따로 열지 않았다. 진료실 앞에는 콜록거리는 아이들과 보호자들만 삼삼오오 모여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날 근무를 시작한 소아과 전문의 최용준씨는 오전 9시 진료실에 앉아 덤덤히 첫 진료를 시작했다. 곡성군 관계자는 "환절기라 감기에 걸린 아이가 많은데, 거창하게 개원식을 하기보단 1분 1초라도 빨리 진료를 시작하자는 최 선생님 의견이 맞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곡성엔 그간 소아과가 없어 어린아이를 둔 부모들이 광주광역시, 전남 순천, 전북 남원으로 '소아과 오픈런(문 열기 전 줄을 서는 것)'을 다녔다. 왕복하는 데에만 최소 2시간이 걸리니, 아침 일찍 나서도 진료 순서가 밀리면 오후에나 집에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곡성군은 작년 7월 행정안전부 고향사랑 기부 사이트와 민간 플랫폼 '위기브'를 통해 '상시 소아과를 위한 의사 연봉 모금'을 시작했다. 의사를 데려오려면 월급을 줘야 하는데, 곡성군 자체 예산으론 감당하기 어려웠던 까닭이다.

곡성이 고향인 사람뿐 아니라 연고가 없는 이들도 십시일반에 나섰다. 5개월 만에 2676명이 돈을 모아 총 3억805만원을 만들었다.

곡성군은 첫 상시 소아과가 문을 연 기념으로 1000만원짜리 소아 내시경 장비와 500만원짜리 콧물 제거 기기를 들였다. 최씨는 "아주 비싼 장비는 필요 없지만 기본적인 장비는 갖췄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의료 장비 교체를 건의했는데, 군청에서 흔쾌히 들어줬다"고 했다.

곡성군은 지난 4월 새로운 고향사랑 기부 모금을 시작했다. 곡성군 관계자는 "의사 선생님 월급과 소아과 운영 비용 등을 마련하려면 지금부터 발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며 "다행히 '의료 공백' 소식이 전해진 이후 곡성군에 들어오는 일반 기부도 10억원까지 늘어났지만, 지속적인 온정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그래픽] 곡성 최초 상시 소아과를 위한 온정 기고자 : 곡성=진창일 기자
본문자수 : 744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