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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출신 존 필랜 장관, 해군 재건 위해 韓 조선소 찾아

지난 30일 오후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본관 로비에 있는 아산 정주영 창업주 흉상 앞. 회사 관계자가 이날 방한해 이 조선소를 찾은 존 필랜 미 해군부 장관에게 "이곳이 바로 한국 조선업의 시작입니다"라고 소개했다. 필랜 장관 옆에 서 있던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은 조부(祖父)인 정주영 창업주가 '맨땅 백사장'에서 조선업을 일군 과정도 설명했다. 필랜 장관은 감탄하더니, 일행들과 함께 흉상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정 수석부회장은 또 6·25전쟁 당시 부산 피란 시절 정주영 창업주의 모습이 담긴 옛 사진을 선물로 전달했다. 육군 ROTC 장교 출신인 정 수석부회장이 '당시 가난했던 대한민국이 오늘의 모습이 되는 데 미국의 도움이 컸던 만큼, 앞으로도 한미 동맹을 더욱 중요하게 여기겠다'는 의미로 준비했다고 한다.

30일 방한한 필랜 장관은 지난 3월 25일 트럼프 2기 정부의 초대 해군부 장관으로 취임했다. 해군부 장관은 약 100만명에 달하는 해군 관련 인력과 2650억달러(약 380조원)가 넘는 연간 예산을 관리한다. 해군 함정 건조, 수리 감독 업무를 포함해 미 해군 무기 조달과 예산 계획을 총괄하는 수장(首長)이다. 보통 군 장성 출신이 오는 자리이지만, 군 경험이 없는 사모 펀드 출신인 필랜 장관이 발탁되자 크게 주목받았다.

외교·안보, 통상 등에 '비즈니스'적 접근을 강조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기조가 반영된 인사라는 평가였다. 중국과 해양 패권 경쟁에 나선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미 해군력 재건' 특명을 필랜 장관에게 내리며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 비전을 발전시키는 확고한 리더가 될 것"이라고 했다. 군 출신이 아닌 만큼 색다른 관점으로 미국 조선업 재건을 해보라는 취지였다.

그런 필랜 장관의 취임 후 첫 해외 일정이 일본(지난달 28~29일)과 한국(지난달 30일~5월 1일)을 차례로 방문하는 것이었다. 그는 방한 전 언론 인터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회의 때마다 '조선, 조선, 조선'이라고 계속 강조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문자메시지로) 녹슨 미국 함선 사진을 보내고 '우리가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고 했다"고 했다. 이어 "세계 제일의 배를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라고 보고, '한국, 일본으로 가겠다'고 했더니 '훌륭하다'고 답장이 왔다"고 말했다.

또 미 의회도 공화당, 민주당 의원들이 공동으로 '미국의 번영과 안보를 위한 조선업과 항만 시설법(SHIPS for America Act)'을 지난 30일 발의했다. 미국 조선 산업 재건 지원 방안, 동맹국 파트너와 협력 조항 등이 담겼다. 조선업 재건에는 당파가 없다는 취지다.

필랜 장관은 울산에선 우리 기술로 독자 설계, 건조한 해군의 8200t급 이지스함 '정조대왕함'에도 직접 승선해 방명록에 "Bravo Zulu(잘했어, 수고했어)"라고 적었다. 해군 내부에서 '성공한 작전'을 칭찬하는 표현이다. 이어 그는 HD현대가 추진 중인 '스마트 조선소'의 핵심인 통합디지털관제센터도 찾았다. 한국 군함 건조 기술력에 대한 필랜 장관의 질문이 계속 이어져 애초 1시간 30분 일정이 2시간으로 늘었다.

이어 한화오션 거제조선소로 자리를 옮긴 필랜 장관은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함께 미 해군 7함대의 급유함 '유콘함'의 MRO(유지·보수·운영) 작업 현장을 둘러봤다. 이어 해군 차세대 잠수함 '장보고Ⅲ-배치Ⅱ' 건조 현장까지 찾았다. 그는 "미국 해군과 대한민국 해양 산업의 관계는 선박 정비를 넘어,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 지역을 위한 양국 의지를 굳건히 받쳐주는 초석이며 양국 간의 동맹 관계를 더욱 강화해 줄 것"이라고 했다. 김 부회장은 "미국 내 조선소에 더 투자할 것"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이후 필랜 장관은 불고기, 닭강정, 잡채로 구성된 한식 도시락을 먹으며 김 부회장 등과 협력 방안을 추가로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필랜 장관은 한국을 떠나며 1일 X(옛 트위터)에 후기를 남겼다. 그는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방문을 통해 적시에 예산대로 선박을 완성하는 한국 조선업의 전문성, 속도, 규모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많은 것을 배웠고, (한미) 양측 협력이 더 강화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기고자 : 이정구 기자 정한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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