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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한 달 후 다시 일어서는 경북

"운 좋게 우리 집은 산불이 피해 갔어요. 우리라도 더 열심히 산나물 뜯어서 산불 성금에 보태려고요. 힘을 모아야죠."

지난 24일 경북 영양군 일월산 자락. 김상철(72)·김태향(70)씨 부부는 허리 숙여 취나물과 두릅, 어수리, 당귀 등을 뜯고 있었다. 반나절 캔 산나물은 120㎏. 김씨 부부는 "산불로 모든 걸 잃어버린 사람이 주변에 너무 많다"며 "산나물을 내다 판 돈 중 20%를 영양군에 기부하려고 한다"고 했다.

영양군에는 지난 3월 역대 최악의 산불이 덮쳐 산림 5218㏊(약 52㎢)가 불탔다. 서울 여의도의 18배 크기다. 주민 5명 중 1명이 산나물을 캐서 먹고사는데 지역의 핵심 경제 기반이 사라진 것이다. 주민 6명이 숨지고 주택 111채도 불에 탔다. 그래도 주민들은 희망을 찾고 있다.

영양군은 오는 9일부터 '산불 피해 극복을 위한 영양 산나물 먹거리 한마당' 행사를 연다. 매년 이맘때쯤 여는 '영양 산나물 축제'를 기부 행사로 바꾼다. 영양군 관계자는 "산불로 피해를 본 주민이 많아 행사 이름에서 '축제'란 단어를 뺐다"고 했다. 산나물이 제일 많이 나는 일월산이 불에 타지 않아 행사는 열 수 있다고 한다. 공연 무대 대신 산불 피해 상황을 알리는 '산불 주제관'을 설치한다. 성금 모금 행사도 한다.

매년 영양 산나물 축제가 열리면 전국에서 6만명이 찾아온다. 영양 인구(1만5000명)의 4배다. 주민들은 산나물을 팔아 매년 40억~50억원 수익을 올렸다.

"산불 난 마을을 찾는 건 민폐가 아닙니다. 산나물 많이 사시는 게 건강도 챙기고 주민들도 응원하는 방법이에요. 이런 게 바로 '치유 여행'입니다." 오도창 영양군수의 말이다.

영양군은 1일 영양의 명소인 '자작나무 숲'도 한 달 만에 다시 개방했다. 1993년 영양 죽파리 일대에 조성한 숲이다. 30.6㏊(약 9만평) 규모로 국내에서 제일 큰 자작나무 숲이다. 이번에 겨우 화마를 피했다. 영양군 관계자는 "30년간 가꿔온 자작나무가 불탈까 봐 마음을 졸였는데 참 다행"이라며 "산불로 침체된 지역 경제를 살리고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이번에 개방하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청송군은 지난 24일부터 '여행이 곧 기부'라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청송군을 여행하는 게 산불 피해를 입은 주민들을 돕는 일이라는 뜻이다. 커플이나 가족 등이 청송 지역 관광지 2곳 이상을 방문하고 소셜미디어에 인증하면 지역 특산품을 받을 수 있다. 산불이 덮쳤던 주왕산국립공원 탐방로도 지난 24일부터 순차적으로 개방하고 있다.

청송군은 지난 18일 전국의 청송 출신 2만5000명에게 '올 한 해를 고향 방문의 해로 삼아 산불 지역 경제 회복에 힘을 보태 달라'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 전국에서 호응이 이어졌다. 지난 29일 전국청송군연합향우회가 성금 1억2494만원을 모아 청송군에 전달했다. 신상기 향우회장은 "대구, 부산, 영천, 구미 등에서 십시일반 성금이 모였다"며 "절망에 빠진 고향 주민들에게 힘이 되면 좋겠다"고 했다. 청송군 관계자는 "고향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묻는 전화가 계속 걸려오고 있다"고 했다.

안동시는 지난 25일 서울 명동에서 '명동 온(ON) 안동'이라는 이벤트를 열었다. 안동 관광 홍보 행사다. 하회별신굿탈놀이 공연을 하고 안동소주 등 전통주를 맛볼 수 있는 부스를 차렸다.

영덕군은 1일부터 '내 손으로 영덕 살리기' 자원봉사 투어 행사를 운영한다. 1만원을 내고 산불 피해를 입은 영덕읍 창포리 마을에 진달래 묘목을 심으면 1만원짜리 '영덕사랑상품권'을 준다. 자기가 심은 진달래를 돌보기 위해 영덕을 수시로 찾도록 유도하는 방법이다. 영덕군은 산불 이후 관광객이 절반으로 줄었다고 한다.

경북문화관광공사와 경북종합자원봉사센터는 1일 '볼런투어' 여행 상품을 공개했다. 볼런투어는 자원봉사와 관광을 합친 말이다. 1박 2일간 산불 피해를 입은 지역에서 자원봉사를 하면 여행 경비를 일부 지원해준다. 기고자 : 권광순 기자 이승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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