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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16.6%)·기계(-22.2%)·반도체(-31%) '對美 수출 톱3' 모두 무너졌다

우리나라의 4월 대미(對美) 수출이 작년 동기 대비 6.8% 감소했다. 미국이 지난달 3일부터 수입 자동차에 관세 25%를 매기고, 같은 달 5일엔 모든 국가의 품목 대부분에 일괄적으로 붙는 10% 기본 관세까지 발효하며 '관세전쟁'을 본격화한 데 따른 결과다. 지난해 우리 대미 수출 1·2·3위를 기록했던 자동차·일반기계·반도체는 모두 두 자릿수 감소율을 나타내며 수출에 '경고등'이 켜졌다. 전문가들은 "관세전쟁의 여파가 미국 내 물가 상승과 수요 감소로 이어지면 글로벌 경기 침체라는 최악의 상황까지 이어질 수 있다"며 "우리 수출은 관세와 경기 침체, 미국 외 제3국 시장에서의 경쟁 심화라는 삼중고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대미 수출 -6.8%…1위 자동차 -16.6%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대미 수출은 작년보다 6.8% 감소한 106억3000만달러(약 15조2000억원)로 집계됐다. 최대 교역국인 미국으로 수출은 지난 1월에 이어 올 들어 두 번째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대미 수출이 줄어든 적은 지난해엔 11월 단 한 차례뿐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지난 3월 12일 철강·알루미늄 25% 관세 부과부터 잇따라 미국이 관세 장벽을 높이며 4월 들어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산업부 관계자도 이날 "지난달 대미 수출(실적)은 미국의 고관세 영향이 반영된 결과"라고 했다.

특히 대미 수출의 30% 가까이 차지하는 자동차의 4월(1~25일) 대미 수출은 작년보다 16.6% 줄어든 25억1000만달러에 그쳤다. 그동안 차 수출을 이끌었던 전기차 수출이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감소)의 영향 속에 감소하는 가운데 관세 피해까지 더해진 탓이다.

지난해 자동차에 이어 대미 수출 2·3위에 올랐던 일반기계(-22.6%)와 반도체(-31.0%)도 지난달 두 자릿수 급감하며 각각 9억7000만달러, 4억달러에 그쳤다. 특히 반도체는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상호관세 예외 품목으로 지정하며 아직 관세의 영향을 직접 받지 않는 상황에서도 수출액이 크게 줄었다. 단지 관세에 따른 충격뿐 아니라 '관세전쟁'발 경기 둔화와 투자 축소 등 각종 부작용이 현실화하며 수출을 줄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수동 산업연구원 글로벌경쟁전략연구단장은 "일반기계는 작년 하반기부터 미국 건설 경기 침체로 수요가 줄어들던 상황에서 상호관세 10%까지 더해지면서 타격이 컸던 것 같다"며 "반도체는 미국 경기 둔화 등의 영향으로 그동안 많이 늘어나던 데이터 센터 수요 등이 줄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전체 수출 3.7% 늘었지만, 전망 불투명

4월 전체 수출은 작년보다 3.7% 늘어난 582억1000만달러로 집계됐다. 한국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 수출액이 17.2% 늘어난 116억7000만달러에 달하며, 4월 성적을 견인했다. 올 들어 부진했던 대(對)중국 수출도 지난달엔 4.3%(108억8000만달러) 늘었다. 지난 1분기 12.4% 줄었던 대중 반도체 수출액이 4월 들어 반등한 데 따른 결과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중국이 반도체 재고 쌓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고 했다.

대아세안 수출은 4.5% 늘어난 94억4000만달러로 집계됐고, 유럽연합(EU)으로 수출액도 18.4%(66억9000만달러) 늘었다. 아세안에선 반도체, EU에선 자동차 수출이 눈길을 끌었다. 지난달엔 미국 외에 다른 지역으로 수출이 호조를 보였지만, 일시적일 뿐 트럼프발 관세 정책이 계속되는 한 수출 여건은 점점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다.

관세전쟁으로 미국 내 물가가 오르고 소비가 줄면서 경기가 침체 국면에 들어서면, 대미 수출 비율이 큰 세계 각국의 경기도 얼어붙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의 관세가 높아질수록 미국 외 시장에서 경쟁 강도는 더 강해질 수밖에 없다"며 "수출 다변화에도 한계가 있고, 최대 시장인 미국을 포기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대미 협상을 통한 관세 환경 개선이 시급하다"고 했다.

[그래픽] 4월 대미 수출 TOP3 품목 실적 기고자 : 최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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