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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파기자판 대신 파기환송 택했나

대법원이 1일 이재명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파기환송하면서 허위 사실 공표에 대한 명백한 유죄를 선고하자, 법조계에서는 "사법적으로 유죄라는 것을 명확히 하되, 정치적 판단은 유권자에게 맡긴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 후보 사건의 대법원 '파기자판' 가능성은 선고 전부터 법조계와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됐었다. 이 후보의 대선 출마와 직결된 문제여서 대법원이 곧바로 판결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었다. 파기자판은 원심을 파기한 뒤 사건을 돌려보내지 않고 대법원이 직접 판결하는 절차다.

이날 대법원 판결은 앞서 유죄를 인정해 이 후보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형을 선고한 1심 판결을 사실상 그대로 인정했다. 이 때문에 대법원이 파기자판을 했으면, 1심 판결처럼 이 후보의 선거 출마가 제한되는 형량(벌금 100만원 이상)이 나올 가능성이 높았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었다. 대법원 확정 판결과 동시에 이 후보는 대선에 출마할 수 없게 되고, 국회의원직도 잃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법원이 파기자판 대신 파기환송을 결정함에 따라 이 후보 사건은 서울고법의 파기환송심과 이 후보 측이 재상고할 경우 대법원의 재상고심을 거쳐 5심(5審)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덩달아 이 후보의 대선 출마 가능성도 높아졌고, 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돼도 파기환송심이 진행될 수 있는지에 대한 논란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판결로 이 후보는 대선 출마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 달 3일 대선 전까지 파기환송심과 재상고심이 끝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유권자 입장에선 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뒤 피선거권 박탈형 확정으로 대선이 무효화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투표해야 하는 것이다. 한 법조인은 "이 후보의 사법 리스크는 유권자들이 판단할 몫으로 남겨둔 판결"이라며 "법원이 선거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겼다"고 했다.

처음부터 이 사건은 파기자판할 사건이 아니었다는 견해도 있다. 형사소송법엔 '대법원이 직접 판결함이 상당하다고 인정한 때' 파기자판이 가능하도록 돼 있다. 판사 출신 변호사는 "파기자판은 주로 숫자 계산 오류 같은 사소한 사항을 수정하거나, 유죄를 무죄로 바꿔 피고인에게 유리한 사안이 많았다"며 "무죄가 난 원심을 취소하고 양형이 중요한 공직선거법 사건을 파기자판으로 양형까지 결정짓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파기자판

원심을 파기한 뒤 사건을 돌려보내지 않고 대법원이 직접 판결하는 것이다. 원심이 유죄일 때 무죄 확정 판결을 내릴 수도 있고, 무죄일 때는 형량까지 정해 유죄 판결을 내릴 수 있다. 기고자 : 양은경 기자 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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