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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왜 유죄 취지 파기환송했나

대법원이 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하면서 선거의 공정성을 해치는 '정치인의 거짓말'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동안 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 문제는 정치인이 당선을 위해 한 허위 발언을 '표현의 자유'로 볼지, 엄격하게 처벌해야 하는지를 놓고 논란이 됐고, 판례도 엇갈렸다. 법조계에선 "유력 대선 주자인 이 후보 사건을 계기로 대법원이 명확한 처벌 기준을 세운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정치인 거짓말, 유권자 기준 판단"

이 후보는 지난 대선을 앞둔 2021년 방송에서 "고(故) 김문기씨를 성남시장 시절 몰랐다" "국민의힘이 제가 김씨와 골프를 친 것처럼 사진을 조작했다"고 말하고, 국정감사에서 "국토교통부 협박으로 백현동 부지 용도를 상향했다"고 해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이 중 '골프 발언'과 '백현동 발언'을 유죄로 인정했다. 그러나 2심은 골프 발언에 대해 "'김씨와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뜻이 아닌 다른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고 했고, 백현동 발언은 "사실 공표가 아닌 의견 표명"이라며 무죄로 선고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유권자가 이 후보의 말뜻을 어떻게 이해하는지를 기준으로 유무죄를 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은 "골프 발언을 듣는 일반 선거인은 '김씨와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의미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것이다. 2심 판단처럼 다의적 의미로 해석되지 않는다"고 했다. 백현동 발언에 대해서도 "(유권자들에게) 국토부가 협박까지 해서 어쩔 수 없이 용도 지역을 상향했구나 하는 잘못된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고 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정치인의 발언은 후보자나 법원이 아닌 유권자 관점에서 해석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했다.

◇"후보자의 발언, 상황·맥락 따져봐야"

대법원은 또 정치인의 발언은 전체적인 상황과 맥락을 따져 허위 여부를 가려내야 한다고 했다. 2심이 이 후보 발언을 잘게 쪼갠 뒤 "골프 발언은 사실상 '김씨를 몰랐다'는 뜻이고, 백현동 발언은 독자적 의미를 가진 중요한 부분이 아니다"라고 한 것은 잘못됐다고 지적한 것이다.

대법원은 "발언의 의미를 확정할 때는 개별 발언의 관계를 분석·추론하는 데 치중하기보단, 당시 상황과 전체적 맥락에 기초해야 한다"며 "(재판부가) 연결된 발언을 해석하면서 세분하고 인위적으로 분절해 의미를 재구성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대법원은 이 후보가 대선을 앞두고 부패·비리 의혹이 제기되자 이를 부인하기 위해 허위 발언을 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이 확산되는 중 이 후보가 해외 출장에서 김씨와 골프를 쳤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이 의혹을 해명하며 '골프 발언'이 나온 것"이라고 했다. 백현동 발언도 "이 후보가 특혜 의혹을 해명하려고 미리 준비한 발언을 한 것"이라고 했다.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 후보는 결국 '나는 대장동·백현동과 상관없다'는 거짓말로 국민을 속이려 했던 것"이라며 "맥락을 고려한 대법원 해석이 타당하다"고 했다.

◇"후보자 표현의 자유, 일반인과 달라"

공직을 맡으려는 정치인의 발언과 표현은 엄격한 기준으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게 이번 대법원 판결의 의미다. 대법원은 "공직을 맡으려는 후보자가 허위 사실을 공표할 때에는 일반 국민과 같은 정도로 표현의 자유가 허용될 수 없다"며 "선거인의 알 권리 등 헌법상 기본권 보장을 고려해 허위 사실 공표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보장해 선거의 공정성을 해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이 후보의 골프·백현동 발언은 공직 적격성에 관한 유권자의 정확한 판단을 그르치게 할 허위 사실의 발언"이라며 "후보자의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 아래 허용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래픽] 2심 뒤집은 대법원 판단 요지 기고자 : 방극렬 기자 김은경 기자 김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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