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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한옥마을에는 아름다운 성당이 있다. 활짝 웃으며 사진을 찍는 방문객과 신자들로 늘 붐빈다. 사적으로 지정된 전동성당이다. 지난달 21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종하자 전동성당 입구에는 "주님, 프란치스코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란 기도문이 걸렸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4년 방한 때 윤지충(바오로)과 권상연(야고보)을 비롯한 순교자 124위를 복자(福者)로 높이는 시복식을 직접 거행했다. 복자 윤지충은 정약용 형제와 고종사촌으로 서적을 통해 처음 천주교를 접하고 영향을 받았다. 모친상을 치르며 유교식 제사를 거부하고 천주교식 예법을 따랐다.

그 일로 1791년 윤지충은 동조하는 외종사촌 권상연과 함께 풍남문 밖에서 참수당한다. 신해박해로 기록된 한국 천주교의 첫 순교자였다. 관에서는 처형 현장을 그대로 둬 경고하고는 나중에 시신을 거두게 했다. 그로부터 100년 뒤 1891년 프랑스인 보두네 신부가 처형터 일대를 사들인 곳이 지금의 전동성당 자리다.

1908년 명동성당을 지은 경험이 있는 푸와넬 신부의 설계로 성당 건축을 시작해 6년 만인 1914년 외부 공사를 마쳤다. 성당의 주춧돌은 신작로를 낸다는 구실로 훼철된 전주부성의 성벽 돌을 허락받아 사용했다. 참수된 순교자들의 머리에서 흐른 피가 스며든 돌일 것이라 전해진다.

흙으로 구운 벽돌과 다양한 자재로 로마네스크 양식과 비잔틴 양식이 조화롭게 건축됐다. 성당 건물 전체가 성모의 형상으로 지어졌다는데, 평면도를 살펴보면 신비롭고 함께 깃든 인연이 더욱 숭고하다. 안장되었다는 기록만 있고 행방을 알 수 없던 복자 윤지충과 권상연의 유해가, 230년 만인 2021년 완주 초남이성지 인근 바우배기에서 발견돼 교리당에 임시로 모셔졌다.

임실 치즈로 알려진 벨기에 출신 디디에 신부도 전동성당에서 한국 이름 지정환을 얻고 지역에 선한 영향을 남기고 88세에 선종했다. 새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단 한 줄 이름만 남긴 교황의 묘가 깊은 울림을 전한다. 초여름 전동성당을 비추는 햇살이 더없이 아름답다. 기고자 : 윤주 국가유산청 문화유산·자연유산위원
장르 :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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