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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 CJ 회장·조원태 한진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 등 대거 출동

30일 오전 8시 45분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 호텔 건물의 1층 커피숍.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김동선 한화갤러리아·호텔앤드리조트 부사장의 모습이 목격됐다. '한화 3형제'는 전날 방한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48)와 면담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이었다.

신세계그룹 정용진 회장의 초청으로 방한한 트럼프 주니어는 이날 오전 7시쯤부터 12시간 가까이 국내 재계 인사들과 릴레이 면담을 했다. 전날 김포국제공항에 도착했을 때 편안한 셔츠를 입고 모자를 눌러썼던 모습과 달리 트럼프 주니어는 정장에 넥타이까지 맨 채 국내 인사들과 면담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 아침부터 면담이 잇따라 진행됐지만, 취재진은 트럼프 주니어와 면담한 재계 인사들의 모습을 거의 볼 수 없었다. 트럼프 주니어는 물론 면담에 나선 재계 인사들의 동선이 외부에 노출되지 않도록 철통 보안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면담은 신세계그룹 계열인 조선팰리스 호텔이 있는 건물의 보안 구역에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면담에는 한화 3형제뿐 아니라 이재현 CJ그룹 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구자은 LS그룹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 양종희 KB금융 회장, 허용수 GS에너지 사장,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의 아들인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부사장) 등이 대거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막후 실세'로 꼽히고 미국 언론에서 '킹메이커'로 평가되는 트럼프 주니어와 만남을 갖기 위해 재계 인사들이 시간을 쪼개 조선팰리스 호텔을 찾은 것이다. 이날 대부분의 면담 참석자들은 약속이나 한 듯 면담 내용에 대해 함구했다.

면담에 참여한 기업은 대부분 미국에서 활발하게 사업을 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롯데의 경우 미국에서 호텔과 케미컬 사업 등을 하고 있고, 한화는 방산, 에너지 등에 힘을 주고 있다. CJ는 2019년 미국 식품 업체 슈완스를 인수한 뒤 20개의 식품 생산 기지를 보유하고 있다.

이날 트럼프 주니어의 국내 재계 인사 면담을 두고 지난 2022년 11월 방한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를 떠올리는 기업인이 많다.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 부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이해욱 DL그룹 회장, 정기선 현대중공업그룹(현 HD현대) 사장 등이 전날 저녁 참석 요청을 받고 빈 살만 왕세자를 만났다. 이들은 코로나 검사를 하고 두 번의 검색대를 통과하며 휴대전화도 맡긴 채 빈 살만 왕세자와 단체로 1시간 동안 차담회를 했다.

글로벌 유력 인사라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트럼프 주니어는 빈 살만 왕세자와 다른 방식으로 국내 인사들을 만났다. 트럼프 주니어는 국내 재계 인사들과 30분에서 1시간 정도씩 면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트럼프 주니어에게 우리 사업을 소개하고, 미국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투자를 하고 있는지 설명하는 자리였다"고 말했다. CJ 측은 "이재현 회장은 K푸드, K뷰티, K콘텐츠 등에 대한 투자 및 다양한 협업 방안을 논의했다"고 했다.

트럼프 주니어는 30시간이 채 되지 않는 국내 체류를 마치고 이날 저녁 전용기 편으로 한국을 떠났다. 트럼프 주니어를 초청한 정 회장은 이날 집무실에 머무르며 '절친'인 트럼프 주니어를 측면 지원했다는 후문이다. 트럼프 주니어는 전날 만찬에 이어 이날 오찬과 만찬도 모두 정 회장과 함께 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고자 : 석남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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