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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 월권 논란 커져 구설수
베선트 재무장관, 무역협상 장악

지난 29일로 출범 100일을 맞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엔 눈에 띄는 이탈자가 없었다. 백악관과 주요 부처에서 '배신자'와 '정보 유출자'가 대거 나온 1기와 다른 점이다. 그러나 충성심으로 똘똘 뭉친 듯한 트럼프 행정부 안에서도 권력의 희비는 분명하게 엇갈렸다.

가장 주목받은 인물은 일론 머스크 정부효율부(DOGE) 수장이다. 정부 몸집 줄이기를 목표로 과감한 구조 조정을 주도하며 사실상 트럼프의 '동업자' 대우를 받았지만, 각종 월권 논란과 부처 간 갈등으로 입지가 좁아졌다는 평가다. 초기 내각회의에서 30분 가까이 발언하던 머스크는 최근 스스로도 본업인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복귀를 기정사실화하며 트럼프 정부 핵심과 거리를 두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외교·안보 라인도 흔들리고 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민간 메신저 앱 '시그널'을 통한 전쟁 계획 유출, 배우자의 출장 동행 논란 등으로 구설에 올랐다. 이른바 '시그널 게이트'에 함께 연루된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역시 보수 지지층 내부에서 진정한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트럼프 구호) 인사가 아니라는 비판을 받는다. 별다른 주도권을 보여주지 못한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트럼프의 '40년 골프 친구'로서 중동과 러시아를 종횡무진하는 스티브 윗코프 중동 특사에게 밀린다는 지적도 나왔다.

반면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경제·통상 정책을 장악해 트럼프의 확고한 신임을 얻었다. 성소수자로서 보수 진영에서 입지가 불리함에도 금융시장의 불안 요인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무역 협상까지 직접 챙겨 존재감을 키웠다. 관세 정책 주도권을 두고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과 벌인 신경전에서도 우위를 점했다는 분석이다.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 역시 트럼프 2기의 숨은 실세로 떠올랐다. '얼음 공주'라는 별명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백악관 내 규율을 장악했다. 집권 1기에 트럼프를 괴롭혔던 정보 유출과 내부 반란은 와일스 체제에서 거의 사라졌다. J D 밴스 부통령도 100일 만에 차기 주자로 떠오를 만큼 존재감이 돋보였다. 독일 뮌헨안보회의(MSC)에서 유럽을 강하게 비판하고, 지난 2월 백악관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안보 지원에 대해) 고맙다고 말한 적이 있느냐"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몰아세워 논란을 일으켰지만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를 철저히 실행해 지지층에겐 호응을 받았다. 기고자 : 워싱턴=박국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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