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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과 일본 대표팀은 지난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모두 16강에 진출했으나, 각각 브라질과 크로아티아에 패해 탈락했다. 그러나 그 이후 대한민국 축구는 클린스만, 홍명보 감독과 협회장을 둘러싼 리더십 논란으로 시간을 허비했다.

우리 대표팀이 월드컵 예선에서 기대 이하의 경기력과 성적으로 실망을 안기는 사이,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먼저 2026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했다. 일본 대표팀의 현재 FIFA 랭킹은 15위다.

2022년 16강전 승부차기 끝에 탈락한 일본은 라커룸을 청소하고 종이학과 승복, 감사의 메시지를 남겼다. FIFA는 이 장면을 공식 계정에 공유하며 '경기보다 더 감동적인 순간'이라 평가했다. 일본은 비록 졌지만 공동체의 신뢰를 얻었고, 그 태도는 다음을 준비하는 승자의 조건이 무엇인지 잘 보여줬다.

이후 일본 대표팀은 강해졌다. 일본축구협회(JFA)는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을 유임시켜 장점을 계승하는 동시에 패배 원인을 철저히 분석했다. '점유하되 찬스 창출의 질'을 중시하는 경기 철학으로 방향을 선회했고, 빌드업 속도와 전방 압박 강도를 높이며 빠른 역습과 유기적인 공간 침투에 초점을 맞춘 전술 리빌딩을 단행했다.

카타르 대회에서 점유율을 지배하고도 결정적인 순간을 놓친 경험을 반영한 결과였다. 패배를 수용하는 태도는 대표팀뿐 아니라 기초부터 유소년 육성 시스템을 점검하는 등 시스템 개선을 이끌었고, 다음 승리를 준비하는 조직으로 진화하는 것을 가능하게 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한국에 패한 이탈리아는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한 채, 집단 분노에 휩싸였다. 정치인과 언론은 FIFA를 맹비난했고, 수년간 '피해자 프레임'에 머무르며 내부 개혁보다는 '심판 탓' '운 탓' '정치 탓' 외부를 향한 비난에 에너지를 소모했다.

그 결과 지도자 육성과 유소년 시스템 개선의 타이밍을 놓쳤고, 전통적인 수비 중심 전술에 안주하며 정체, 퇴보했다. 2010년, 2014년 월드컵에서는 조별 리그에서 탈락했고, 2018년과 2022년에는 본선 진출조차 실패했다. 다음 경기를 준비하는 힘을 잃어버린 결과였다.

두 사례는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패배는 우리에게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

스포츠에서 승리와 패배는 필연의 한 쌍이다. 반복되는 승부 속에서 누구나 패배를 경험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패배를 받아들이는 태도에 따라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 여부가 달라진다.

승패를 가르는 과정은 제도와 규칙에 기초하지만, 그 운용과 판정에 사람 변수가 있기에 그 결과는 완벽할 수 없다. 메이저리그의 챌린지 제도, 축구의 VAR,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 등 판정을 위한 이차적 보완 장치들이 있음에도 기계적 완결성을 갖춘 결론이란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불완전함을 인정하면서도 절차에 따른 결과를 존중하는 태도야말로 스포츠의 정신이자 공동체를 유지하는 기반이다. 나쁜 결과를 받아들이기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이에 대해 어떤 태도를 보이는지가 어쩌면 승부 자체보다 더 중요한 시험일 수 있다.

감정이 이성을 압도하고, 불복이 집단화되어 제도를 향할 때, 공동체는 흔들린다. 엘살바도르와 온두라스의 '축구 전쟁'은 그 극단적 사례다. 양국 간 축적된 민족 감정과 정치적 갈등은 1970년 멕시코 월드컵 예선을 촉매로 폭발했다. 예선전 패배 이후 엘살바도르의 한 소녀 팬이 자살하자, 국가적 애도 분위기 속에서 대통령과 대표팀까지 나서 불복을 선동했고, 양국은 결국 무기를 들었다. 수용하지 못한 패배는 피로 이어졌고, 그 여파는 수십 년간에 걸친 사회경제적 파탄으로 돌아왔다.

우리 사회는 작년 12월 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 이후 국회에 의한 탄핵,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에 이르기까지 전례 없는 갈등과 분열을 경험했다. 내란 상황으로 불릴 만큼 가치 충돌과 극한 대립에 온 나라가 흔들렸지만, 최악의 폭력적인 상황 없이 헌법과 법률에 기반한 절차 속에서 위태로운 시간을 버텨냈다. 엄혹한 국제 정세와 경제 위기 속에서 리더십의 부재로 잃은 것이 많지만, 공동체의 질서는 큰 틀에서 유지되었고 민주주의는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정치학자들은 민주주의의 핵심은 완벽한 결과가 아니라 갈등 조정 기능으로서의 절차와 과정에 있다는 데에 의견을 같이한다. 정치철학자 셰릴 헌슨은 "민주주의는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는 않지만, 폭발하지 않도록 지탱해 주는 구조"라고 했다. 로버트 달은 "민주주의는 단순한 다수결의 지배가 아니라, 패자도 다음 기회를 보장받는 신뢰 속에서 작동하는 절차적 체제"라고 했으며, 존 롤스는 정의로운 사회는 "정당한 절차에 대한 시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사회"라 했다.

스포츠는 민주주의의 훈련장이기도 하다.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을 수 있지만, 절차가 존중된다면 우리는 다시 훈련장으로 돌아가 다음 경기를 준비할 수 있다. 그 반복 속에서 시민과 사회는 성숙하고 제도는 단단해지며, 공동체는 지속 가능해진다. 절차에 대한 존중과 결과에 대한 승복은 그다음을 가능하게 하는 유일한 출발선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것을 '스포츠맨십'이라고 부른다.

우리의 미래를 결정할 또 한 번의 승부가 예정돼 있다. 참여하는 모든 플레이어가 절차와 규칙을 존중하며 정해진 선 안에서 경쟁하고 결과를 깨끗이 받아들이기 바란다. 그 과정이 승자와 패자를 불문하고 모두가 함께 내일로 나아갈 수 있는 출발점이 되기를 희망한다. 종료 휘슬이 울렸을 때 우리는 진짜 시험대에 오를 것이다. 우리 사회에 스포츠맨십이 필요한 순간이다.

[그래픽] 명가 이탈리아의 월드컵 몰락사 / 일본 축구대표팀 모리야스 감독 체제 성적 기고자 : 심찬구 스포티즌 대표
장르 :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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