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이신문보기

◆안녕달 글·그림 | 창비 | 64쪽 | 1만6800원

개나리 활짝 핀 봄날 교문 앞, 한 할머니가 함지박 가득 담아온 별을 나눠 주고 있다. "다 키우면 보름달만큼 크게 자란단다." 아이는 조심조심 두 손 안에 별을 받쳐 들고, 벚꽃잎 날리는 바닷길을 걸어 집으로 간다. 붉은 동백 몽글몽글 피어난 집에 들어선 아이의 목소리가 한껏 들떠 있다. "엄마, 이것 봐! 별이야!"

달빛을 받아야 잘 자라는 별을 위해 아이는 매일 밤 별과 산책을 나간다. 재잘재잘 친구들과의 하굣길에도, 동네 아주머니들과 수다 떨며 귤을 딸 때도, 파도 잔잔한 날 작은 배를 띄워 낚싯대를 드리울 때도 별은 늘 곁에서 환하게 빛을 냈다.

봄꽃, 고향, 동네, 골목길, 친구, 밤하늘, 바다…. 마음 한구석 잠들었던 그리운 것들에게 새 숨결을 불어넣는 그림책. 기억 속 어딘가, 소중히 품어 길렀던 '무언가'가 누구에게나 있었다. 정성들여 숙성시킨 그 '무언가'는 각자의 가슴속에 빛나는 별이었다.

도시에서 대학을 나와 직장인이 된 딸에게 엄마가 전화를 한다. "별이 벌써 다 커 버렸네." 이제 별을 보내줘야 할 때다.

"네가 와서 참 환했지. 고마워. 보고 싶을 거야." 별이 두둥실 하늘로 떠오른다. "안녕, 잘 가!"

별은 떠났지만, 엄마와 딸은 하늘에서 반짝이며 손짓하는 둘만의 별을 알아볼 수 있다. 읽는 이의 마음에도 따뜻한 별 하나가 환하게 떠오른다.

'수박 수영장' '겨울 이불' '눈, 물' 등 표지만 봐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뚜렷한 개성의 그림책으로 사랑받는 작가 안녕달의 12번째 책. 동글동글한 인물 묘사는 정겹고, 그림체는 색연필의 부드러운 질감이 살아있다. 마음까지 봄날처럼 따뜻해지는 책이다. 기고자 : 이태훈 기자
장르 : 고정물
본문자수 : 896
표/그림/사진 유무 : 있음
웹편집 :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