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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순 前 외교부 장관 인터뷰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11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과 전화 통화에서 언급한 '원스톱 쇼핑'은 미국이 원하는 것을 일방적으로 취하겠다는 건데, 그게 아니라 우리도 이익을 챙기는 '원스톱 딜'로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송 전 장관은 11일 서울 남산 밑 자신의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북한의 김정은을 상대할 때처럼 트럼프를 상대할 때도 결기가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이 미국의 동맹국이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요구하는 대로 하면 국익을 지킬 수 없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컨트롤 타워가 돼 6월 새 대통령으로 누가 취임해도 적용 가능하도록 세밀한 전략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했다.

―트럼프가 관세 부과를 공언했다가 90일간 연기하는 등 변칙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 국가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반(反)시장주의를 밀어붙이는 트럼프를 향해 시장경제의 본산인 미국에서 자정작용이 일어나고 있다. 비유하자면 지금의 트럼프는 균형 잃은 코끼리다. 언제든지 비틀거릴 수도 있는데 너무 가까이 가서 살을 비비다가 다치기보다는 백악관발(發) 먼지가 가라앉기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트럼프가 관세 부과 모멘텀을 잃어버릴 가능성은 없나.

"트럼프는 대통령이 될 때부터 크게 네 가지를 해결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가장 크게 내세운 게 미국의 일자리 문제, 그다음이 무역, 재정 면에서 쌍둥이 적자 해결이다. 다음으로 대통령 선거 때 이슈가 됐던 물가 억제와 대외적으로는 중국을 어떻게 다루느냐다. 모두 쉽지 않은 목표다. 문제는 트럼프가 이 네 가지를 단시일 내에 하나의 카드로 잡으려고 했다는 것이다. '관세는 아름다운 것'이라고 하면서 밀어붙였다. 우리가 일석이조를 이루려고 해도 무척 어렵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 트럼프는 일석사조를 노렸다. 이건 성공하기 어렵다."

―한국이 트럼프의 공세에 말려들지 않으려면?

"우리는 대통령 탄핵에 이어 갑작스러운 대선 중에 트럼프의 공세를 막아야 하는 특수한 상황이다. 이럴 때일수록 기죽지 말고 6월 3일 새 대통령 결정 이후에도 적용 가능한 초당성(超黨性) 카드를 준비해야 한다. 트럼프에게 대항할 구체적인 카드가 없으면, 새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망신당한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처럼 될 것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2월 말 휴전 협정의 틀에 서명하기 위해 백악관을 방문했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J D 밴스 부통령은 회담 중 젤렌스키를 향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원에 대해 고마워하지 않는다"고 공개적으로 질책했다.

―트럼프는 방위비 분담금과 무역, 관세를 연동하겠다고 하는데, 이런 '패키지 딜' 방식에 대해서 어떻게 해야 하나.

"관세, 무역과 방위비는 성격이 다른 것이다. 트럼프 요구에 의해 일괄 협상을 하더라도 각각 다른 바스켓에 넣어야지 한 꾸러미에 담으면 안 된다. 액화천연가스(LNG), 무기 등을 포함한 전략적 구매를 통해서 흑자 규모를 일부 조정할 수는 있으나, 우리가 절대 먼저 패를 보이거나 미리 무릎 꿇을 필요 없다. 방위비 많이 낸다고 관세를 줄여주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도 우리에게 바라고 아쉬운 것이 많다. 오히려 당당하게 우리의 주장을 하는 것이 현명하다."

한미 양국은 지난해 10월 2026년 주한 미군 인건비를 제외한 방위비 분담금을 2025년 대비 8.3% 증가한 1조5192억원으로 합의했지만 트럼프는 지난 8일 한 권한대행과 통화에서 이를 사실상 파기했다. "원스톱 쇼핑은 아름답고 효율적이라며" 방위비 분담금을 다른 사안과 연계해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트럼프가 한국을 '머니 머신'이라며, 지난 대선 기간에는 9배 이상 인상된 분담금을 요구했는데.

"미국의 동맹국 중 매년 현금으로 주둔 비용을 주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언론에 보도되는 일본의 방위비 분담금은 미군에 주는 현물을 금액으로 환산한 것이다. 지난해 타결된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정에 따르면 한국이 부담하는 비율이 50%를 넘을 정도로 많이 내고 있다. 그럼에도 트럼프가 납득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그의 임기 4년에 걸쳐서 약간씩 인상, 결국에는 한국 현지에서 발생하는 비용의 100%를 부담하겠다고 하는 편이 낫다."

―과연 트럼프가 이에 만족할까.

"트럼프가 원하는 것은 눈에 보이는(tangible) 성과다. 한국이 주한 미군 주둔 비용을 100% 냈다고 미국 안팎에 홍보할 수 있기를 바라는데, 그가 지속적으로 원하는 것을 구체적 수치로 들어주고, 그 대가를 받아내는 편이 낫다."

―그 대가는 무엇인가.

"우리나라 원자력 산업에 꼭 필요한 우라늄 농축 권리다. 이를 얻어내서 소형 모듈형 원자로(SMR)에 사용해서 원자력 산업을 활성화해야 한다. 미국과 원자력 협력을 할 때도 유용하기에 충분히 그만한 가치가 있다."

송 전 장관은 "트럼프가 만약 미군들의 인건비나 장비에 대해서도 돈을 더 내라고 하면, 이는 돈을 받고 군대를 보내는 용병이므로 응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는 "미국도 용병 개념으로 미군을 보내는 것을 원하지는 않겠지만, 우리도 이를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1기 때부터 주한 미군 철수를 추진해왔다. 실제로 주한 미군 철수 또는 대규모 감축을 감행한다면?

"미국은 아이젠하워 대통령 시절부터 닉슨, 카터 대통령을 거치며 끊임없이 주한 미군 철수를 언급해 왔다. 이는 미국 내에서의 정치적인 목적 외에도 한국을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가기 위한 목적도 담겨 있다. 트럼프가 주한 미군 철수 카드를 내세우면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자위를 위해 핵무장한다고 맞서야 한다. 아울러 앞으로 한미 동맹에 전적으로 얽매이지는 않는 '전략적 자율성'을 내세워야 한다. 그런 결기가 있어야 트럼프 정권에 일방적으로 당하지 않는다."

새뮤얼 파파로 미군 인도태평양사령관은 11일 워싱턴DC에서 열린 상원 군사위 청문회에서 "주한 미군이 철수하거나 줄어들면 북한 김정은이 침공할 가능성이 커진다. 분쟁에서 압도할 수 있는 우리의 능력을 감퇴시킨다"고 했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도 같은 청문회에서 '국방부가 주한미군 역할을 중국의 대만 침공 저지 목적으로 확대할 것'이라는 외신 보도와 관련, "주한미군 감축은 문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대북 문제에서 트럼프의 독자적 접근 가능성에 대해 우리는 어떤 외교적 대비책을 마련해야 하나.

"우리가 자꾸 '코리아 패싱'을 언급하며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2019년 트럼프와 김정은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만났지만, 아무런 합의를 하지 못했다. 트럼프는 '하노이 노딜' 당시보다 낮은 수준을 요구할 수 없고, 김정은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 미·북 정상 차원의 합의가 불가능하다. 서로 간 거리가 너무 멀다고 할 수 있다."

송 전 장관은 인터뷰를 마칠 때 "평택의 험프리스 주한 미군 기지는 사실 일부 첨단 특수 장비를 제외하고는 100% 우리가 부담해서 만든 기지"라며 "중국을 견제하는 데 일본과 함께 한국만 한 나라가 없다는 것을 반드시 각인시켜야 한다"고 했다.

또 "미국의 대외 정책은 트럼프 정부가 지나가더라도 트럼프와 바이든 전 대통령 중간에서 궤도를 만들 가능성이 크다"며 "변화하는 미국에 대해 장기적인 대비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송민순은 누구

외시 9회 출신으로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협상 대표, 북미국장 등을, 차관보를 역임하며 대등한 한미 관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안보과장 시절부터 미국에 굽히지 않는 자세로 '커널 송(Colonel Song·송 대령)'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미 국무부·국방부에 "상대하기 까다롭지만 신뢰할 만하다"는 인물평이 회자됐다. 노무현 정부에서 6자회담 수석대표,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 외교통상부 장관 등을 지낸 후, 18대 국회에서 민주당의 비례대표로 활동했다.

[그래픽] 한미 방위비분담금 규모 기고자 : 이하원 외교안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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