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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붙잡으려 현금 지원 확대

지난달 10일부터 이달 2일까지 충북 제천시 세명대와 대원대에는 '전입신고 현장 접수' 부스가 차려졌다. 다른 시도 출신 대학생들이 신분증을 들고 오면 제천시청 직원들이 그 자리에서 학생들이 전입신고서 쓰는 일을 도와줬다. 그 결과 대학생 744명이 제천시로 주민등록지를 옮겼다. 대학생들이 주소를 옮긴 건 제천시가 전입신고한 대학생에게 최고 280만원씩 장학금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전입신고만 하면 우선 100만원을 주고, 추후 주소를 유지하는 기간에 따라 추가로 1년 50만원, 2년 60만원, 3년 70만원 등 최고 180만원을 지역 화폐나 공공 배달 앱 포인트로 준다.

제천시가 '현금'을 주면서 대학생들의 전입신고를 유도하는 건 인구를 늘리기 위함이다. 제천은 1980년대 초 시멘트 산업이 발달했을 땐 인구가 16만9000명으로 정점을 찍었지만, 이후 산업 쇠퇴와 함께 현재 12만8000명 정도로 줄었다. 인구를 늘리려면 일단 젊은 대학생들을 주민으로 끌어들인 뒤 정착할 수 있게 하자는 전략이다.

충북 영동군(인구 4만3000명)은 대학생들이 전입신고 후 주소를 4년 유지하면 100만원을 준다. 경북 안동시와 경남 밀양시도 전입신고한 대학생에게 100만원씩을, 울산광역시는 90만원을 지원한다. 이런 지원금은 겉보기엔 '장학금' 같지만, 실제론 '인구 유치 수단'으로 쓰이는 것이다.

인구 유출을 막고자 현금을 뿌리기도 한다. 전북 순창군은 2019년부터 군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이 국내 어느 대학을 가든지 축하금 200만원을 지급해 왔다. 재작년부터는 이와 별도로 1학년 2학기부터 매 학기 '생활 지원비' 200만원도 준다. 대학에 입학해 4년을 다니면 1600만원을 받는 셈이다. 그런데 학생이 지원금을 계속 받으려면 부모가 순창에 주민등록을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 다른 시도로 이사 가지 못하도록 붙잡아 두는 전략이다.

인구 감소 지역뿐 아니라 대도시도 '교육 지원금' 명목으로 성인 대상 현금 복지 제도를 마련하는 곳이 많다. 예컨대, 경기 광명시는 50대 시민 2500명을 추첨해 '평생 학습 지원금' 30만원을 주는 제도를 도입했다. 원래 '50세'만 신청할 수 있었는데, 올해부터는 '50대 누구나' 신청할 수 있게 했다.

이런 현금 살포가 인구 증가에 도움이 되느냐에 대해선 논란이 많다. 실제 제천시는 2023년 전입신고를 하고, 1년 후 추가 지원금을 신청한 대학생이 20~25% 수준에 그쳤다. 순창군 인구도 대학 입학 축하금을 도입한 2019년 2만8382명에서 올해 3월 기준 2만6799명으로 오히려 줄었다. 전문가들은 인구를 유치하려면 '현금 복지' 경쟁을 벌일 게 아니라 장기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자체들은 현금 같은 단기적 대책보다 기업을 유치해 일자리를 늘리고 지역 주거 환경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픽] 지자체 교육 장학금·지원금 기고자 : 김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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