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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비오 장관 ＂GDP의 5%로 인상＂
회원국들 ＂비현실적 요구＂ 반발
신경전 벌이다 성과 없이 종료

벨기에 브뤼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본부에서 열린 나토 외교장관 회의가 4일 미국의 고율 상호 관세와 국방비 증액 압박으로 인한 동맹국들의 성토 속에 큰 성과 없이 막을 내렸다. 이날은 나토 창설 76주년이 되는 날이었지만, 별도 기념행사도 열리지 않았고 예정된 미국 측 기자회견도 취소될 만큼 분위기가 뒤숭숭했다.

이번 회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 관세 발표 다음 날인 3일 개막했다. 미국 대표로 참석한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나토 회원국의 국방비 지출 가이드라인을 현재 기준인 국내총생산(GDP)의 2%에서 5%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또 "미국도 이 목표를 이행하겠다"며 유럽 동맹국들을 압박했다.

그러나 회원국 다수는 "5%는 비현실적인 목표"라는 반응을 보였다. 노르웨이와 독일 외무장관은 각각 "달성 준비가 안 됐다" "우리 목표는 3%"라고 선을 그었다. 유럽 동맹국들 사이에서는 "현재 기준(2%)을 적용해도 나토 32국 중 9국은 여전히 목표 미달이고, 미국조차 현재 3.38% 수준"이라며 5% 요구는 실현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나토는 안보 동맹체지만, 트럼프가 유럽연합(EU)에 20%의 상호 관세를 물린 것에 대한 불만도 터져나왔다. EU 27국 중 23국이 나토 회원국이다. 프랑스 대표단은 미국 측과 비공개 회의에서 "(무차별 고율 관세로) 세계 경제를 붕괴시켜놓고 국방비 5% 인상을 요구하느냐"고 비꼬기도 했다고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보도했다. 영국과 EU 측은 "미국과의 무역 전쟁은 (러시아와 중국 등) 우리의 적에만 유리한 신호"라는 우려도 내비쳤다.

회의장 분위기가 격앙되면서, 6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에서 방위비 지출 기준과 미국의 태도를 놓고 논쟁이 격화할 가능성마저 제기됐다. 루비오가 이날 예정됐던 기자회견을 일정상 이유를 들어 막판에 취소하자 유럽 기자들의 날 선 질문을 피하려는 의도였다는 얘기가 나왔다. 기고자 : 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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